(조세금융신문=김용주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런던에 유학생으로 체류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영국산 의류, 신발 등 물품을 주문하면 영국 현지에서 이를 구입하여 국내 소비자들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였다.
원고는 2009년 8월경부터 2012년 3월경까지 약 1만 2000회에 걸쳐 위와 같이 배송한 물품(이 사건 물품)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을 납세의무자로 하여 관세법 제94조 제4항에 따른 소액물품 감면대상에 해당한다고 수입신고를 하였다.
그런데 대구세관장은 원고가 위 과세기간 동안 영국에서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2012년 11월경 원고에게 관세, 부가가치세, 과소신고가산세 등을 부과·고지하였다.
한편,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는 2012년 4월경 원고가 관세 부과 대상인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여 국내 거주자에게 판매하였으면서도 세관에는 국내 거주자가 자가 사용물품으로 수입하는 것처럼 신고하여 해당 물품에 부과될 관세를 부정한 방법으로 감면받았다며 원고를 관세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해 위 사건의 제1심법원은 공소사실을 인정하여 원고에게 벌금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법원은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는 원고가 아닌 국내소비자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위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 후 대구관세장은 원고가 위 형사판결을 근거로 경정청구를 하자 이를 거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형사사건의 재판절차에서 납세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에서 말하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8두61888 관세경정거부처분취소 판결 참조)”라고 판단하여, 원고에 대한 형사판결확정으로 원고가 이 사건 물품을 해외 판매자로부터 수입하여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는 내용의 거래 또는 행위가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검토 및 평가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은 제1호{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부터 제5호(제1호부터 제4호까지와 유사한 사유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해당 국세의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에 발생하였을 때)까지를 후발적 경정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의2는 다시 제1호(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관청의 허가나 그 밖의 처분이 취소된 경우)부터 제4호(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과 유사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까지를 후발적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에 비해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은 “납세의무자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납부한 세액이 과다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제2항에 따른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2개월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납부한 세액의 경정을 세관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부터 제3호까지를 후발적 경정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나, 국세기본법령과 같이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과 유사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라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원고가 관세법위반으로 기소되어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는 원고가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형사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대법원은 형사소송은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적정한 처벌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써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해 발생한 분쟁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라고 보기 어렵고, 형사사건의 확정판결만으로는 사법상 거래 또는 행위가 무효로 되거나 취소되지도 아니한다며 위와 같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원고가 실제 공사대금보다 과다계상하여 공사대금을 지급받았음을 이유로 업무상배임으로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건에서 위 형사판결은 회사의 재산상 손해의 발생 여부를 심리하여 판단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법인세를 후발적으로 경정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바 있고(2006구합11934, 위 판결은 대법원 심리불속행판결로 그대로 확정됨), 창원지방법원은 조세범처벌법위반으로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았음에도 형사판결은 후발적 경정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2017구합808).
그러나 국세기본법은 관세법과 달리 후발적 경정사유를 넓게 인정하고 있는 점,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있는 점, 조세범처벌법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에는 일반 형사사건과는 달리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대한 사실판단이 전제될 수밖에 없는 점, 대법원은 모든 민사판결을 후발적 경정사유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위 대법원판결이나 국세기본법에 관한 위 하급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세기본법의 경우 조세범처벌법위반으로 기소되었다가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여전히 후발적 경정사유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프로필] 김용주 법무법인 (유한) 서울센트럴 변호사
• 사단법인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감사 • 대한배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
•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 전) 서울특별시 성동구·마포구 법률고문변호사
•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행정법전공)
•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School of Law(Visiting Scholar in Tax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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