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주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2005년경부터 공소외 사단법인 ○○○지회(이 사건 지회)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세무사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1월경부터 2010년 7월 말경까지 이 사건 지회사무실 컴퓨터에 공소외 4 회계사가 개발한 세무신고 프로그램(이 사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이 사건 지회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세무사 ‘공소외 3’ 명의의 아이디,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이 사건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이 사건 지회 소속 회원 약 1000여명의 2007년 제2기부터 2009년 제1기까지 각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를 입력하게 하여 세무대리를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세무사법위반으로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으나,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위 판단에 대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을 주장하며 항소하였으나, 서울서부지방법원 항소부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다만 피고인이 영세 상인들인 이 사건 지회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도와주려는 목적에서 이 사건 세무대리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고 이에 대하여 회원들로부터 특별히 대가를 취득한 사정도 없는 점 등을 참작하여 벌금 150만원으로 감형하였다. 피고인은 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2.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5도8490 판결
대법원은 “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이 사건 처벌규정)는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 무대리’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세무대리’란 세무사가 납세자 등의 위임을 받아 세무사법 제2조 각 호의 행위 또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세무대리’에는 조세에 관한 신고·신청·청구 등의 대리가 포함된다(세무사법 제2조 제1호).
이들 규정의 입법 취지는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세무사 등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세무질서를 확립하고 납세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며 세무대리행위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3다35788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이 사건 처벌규정과 관련 규정의 문언과 체계, 세무사법이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엄격히 제한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처벌규정이 적용되는 세무사 자격이 없으면서 조세에 관한 신고 등의 ‘세무대리’를 한 경우란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의 지휘·감독 없이 납세자를 대리하거나,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아니하더라도 납세자를 대신하거나 사실상 신고를 주도하면서 외부적인 형식만 납세자가 직접 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세무지식의 이용이 필요한 신고 등을 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납세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세무대리를 할 자격이 없음에도 납세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납세자의 과세자료를 수집하여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신고서를 작성한 후 대여 받은 세무사 명의로 신고를 한 경우 그 세무사의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관여한 자는 이 사건 처벌규정에 따라 처벌된다.
3. 검 토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 사건 지회의 지회장으로서 부가가치세 신고에 필요한 이 사건 프 로그램 설치 및 명의를 대여할 세무사들과의 고문계약 체결 여부를 최종 결정한 점, 이 사건 지회 직원들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희망하는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작성한 다음 대여받은 세무사들 명의로 국세정보통신망인 홈택스에 접속하여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변환·전송함으로써 세무사들을 세무대리인으로 하여 매과세기간에 약 1000여 명에 이르는 회원들의 부가가치세신고를 본인을 대신한 점, 명의를 대여한 세무사들은 이 사건지회 직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 업무를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지회 직원들에게 부가가치세 신고 업무와 관련하여 성실한 업무수행을 독려하는 한편, 직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 건수를 보고받고 결재한 점 등을 인정하고, 이는 피고인이 세무사 자격이 없음에도 이 사건 지회에서 소속 직원들과 공동하여 명의를 대여한 세무사들의 지휘·감독 없이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세무대리’를 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처벌규정에 따른 세무사법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세무사법이 무자격 세무대리행위를 처벌하는 규정 외에 명의대여 금지규정을 위반한 세무사를 처벌하는 별도의 규정을 둠과 동시에 그 법정형을 무자격 세무대리행위보다 낮게 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작성하여 온 세무조정계산서에 자기 자신의 기명날인을 한 세무사에 대하여는 형이 보다 가벼운 명의대여 금지규정 위반죄의 적용만이 문제될 뿐이고, 형이 무거운 무자격 세무대리행위의 공동정범이 성립될 여지는 없다.
그러나 세무사 아닌 자가 세무사의 지휘감독을 받음이 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자의 위임을 받아 자신의 업무로 기장을 대행하고 그 장부에 기하여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까지 마친 후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에게 세무조정계산서만을 가지고 가서 그의 기명날인을 받았다면, 비록 기명날인을 한 세무사가 그 사건을 자기의 수임사건으로 사건부에 기재하고 세무조정계산서의 형식적인 점을 검토한 후 기명날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세무사의 자격이 없는 자의 그와 같은 행위는 실질적으로 세무사의 자격 있는 자의 명의만을 빌어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한 것에 해당하여, 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가 금지하고 있는 세무대리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6. 9. 24., 선고, 96도1278, 판결)고 할 것이다.
[프로필] 김용주 법무법인 (유한) 서울센트럴 변호사
• 사단법인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감사
• 대한배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
•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 전) 서울특별시 성동구·마포구 법률고문변호사
•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행정법전공)
•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School of Law(Visiting Scholar in Tax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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