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4대 금융이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거듭 오른 상황에서 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자 이익이 크게 증가하며 4대 금융은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 달성에 성공했다.
각 금융지주별 성적표를 보면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축약된다. 리딩금융 경쟁 구도와 하반기 전망이다.
먼저 리딩금융 타이틀을 두고 경쟁중인 KB금융과 신한금융 중 최종 승자는 어디인지, 격차는 얼마만큼인지, 계열사별 기여도는 어떤지 등이 관심사다. 또 4대 금융의 하반기 성적에 대한 예상도에도 이목이 쏠린다. 차례대로 살펴본다.
엎치락 뒤치락, 보험사가 1·2위 갈랐다
리딩금융 경쟁 중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상반기에만 2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을 냈다.
상반기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4% 증가한 2조 7566억원이었고,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1.3% 늘어난 2조 7208억원이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 기준으론 KB금융이 신한금융보다 순위가 높다.
2분기만 놓고 봤을 땐 결과가 달라진다. KB금융은 2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동기 대비 8.3% 늘어난 1조 3035억원을 달성했다.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5% 증가한 1조 3204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 기준으론 신한금융이 KB금융을 근소한 차이(168억원)로 앞질렀다. 두 금융그룹은 그간 인수합병(M&A) 분야에서 경쟁 양상이 두드러졌다.
KB금융이 KB손해보험과 KB증권 인수로 몸집을 키우자,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그룹으로 편입시키며 생명보험 계열을 강화했다. KB금융은 이에 곧바로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다. 다만 두 금융그룹의 생보사 인수는 각사의 실적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쳤다.
먼저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는 2019년 2월 신한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지주 실적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오렌지라이프의 2019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2.8% 줄어든 2715억원이었고, 2020년에는 2793억원으로 소폭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후 신한금융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2021년 합병해 신한라이프로 출범시켰지만,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신한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 합계인 4571억원 대비 14.3% 줄어든 3916억원이었다.
반면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은 2020년 8월 그룹 편입 이후 이익을 크게 늘리며 그룹 실적에 기여했다. 2020년 푸르덴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61.8%나 증가한 2278억원이었고, 2021년에도 3362억원으로 늘었다. 푸르덴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년 만에 2.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2022년 상반기의 경우 생보업계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다. 금리 상승과 증권시장 불황 여파가 컸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생보사가 보유한 채권의 평가이익이 하락하고, 증시가 부진할 경우에도 변액보험의 변액보증준비금 적립 부담이 증가한다. 이런 상황에도 신한라이프보단 푸르덴셜생명의 방어가 더 우수했다.
푸르덴셜생명은 2022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8.0% 감소했으나, 신한라이프는 31.5% 줄었다.
카드사도 희비, 신한·우리 ‘선방’
KB금융과 신한금융 뿐만 아니라 4대 금융 전체의 상반기 실적에서 눈에 띄게 희비가 갈린 계열사는 생보사 이외에도 또 있다. 바로 카드사들이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기준금리 인상에다 업황 불확실성 확대로 충당금 규모를 늘렸는데, 이런 상황에 영업 자산 성장과 매출액 증가 등 이익 확대에 집중한 곳은 호실적을 내는데 성공했다.
금융지주별 카드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신한카드가 상반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동기 대비 12.4% 증가한 4127억원을 내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4.8% 증가한 8130억원이었는데, 할부금융과 리스수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1.3%, 26.2%씩 증가한 영향이 컸다.
우리카드의 경우에도 전년동기 대비 10.6% 증가 한 13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1790억원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카드 사용이 늘어난 것이 실적에 직접적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KB국민카드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한 2457억원이었고, 하나카드는 올해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16.5% 감소한 1187억원을 당기순이익으로 내며 가장 감소폭을 보였다.
금리인상 기조에 이자수익 두둑
올해 상반기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이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총 8조 966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인 8조 910억원과 비교해 10.8% 증가했다.
해당 기간 주식 시장이 부진했으나 기준금리가 거듭 올라 은행 중심으로 이자 이익이 증가하며 실적 성장세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코로나19 시기 저금리 기조가 일시적으로 이어졌던 상황에 주택담보 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 대출이 급증했고, 이후 기준금리가 거듭 오르면서 이 부분에 대한 대출 이자 이익이 늘어난 효과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져 채권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 목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은행을 찾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상반기 금융사 실적에 호재가 됐다. 즉 4대 금융의 실적이 역대급 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가장 컸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이익이 늘면서 순이익도 증가세를 거듭했다.
금융사별 이자 이익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KB 금융의 순이자 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8.7% 증가한 5조 4418억원이었고 신한금융의 순이자 이익은 17.3% 증가한 5조 1317억원이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23.47%, 18% 늘어난 4조 1030억원, 4조 1906억원이었다.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에만 순이자 이익으로 19조원에 달하는 돈을 벌어들 인 것이다. 지난 2년간 급증한 원화대출을 깔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자 이자 이익이 늘었고 덩달아 순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사상최대 실적에도 표정관리…이유는
이자 수익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4대 금융은 즉각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대중은 물론 당국과 정치권의 ‘이자 장사’ 비판 때문이다.
4대 금융은 실적을 발표하며 높은 수익성을 강조하기보단, 자체적으로 어떤 금융지원을 마련했으며 대손 충당금은 얼마나 추가로 적립할 것인지 등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KB금융의 경우 실적 보도자료를 통해 역대급 당기순이익 달성 사실을 발표하며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선제적 금융지원으로 실질적 연착륙을 지원할 것’이란 문구를 기재했다.
실제 정부와 정치권은 최근 고금리와 고물가로 서민들이 빚더미에 앉은 상황을 우려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한 금융지주가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했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차원에 서 30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새출발기금에 동참하고, 자체적인 대출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라는 식이다.
하반기는 흐림…가계대출 얼어붙고 금융지원 압박 ‘첩첩산중’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 금융권 분위기는 어떨까. 상반기와 같이 호실적을 연이어 달성할 수 있을까. 금융권에선 올해 하반기 금융사들의 경영 환경이 지금까지에 비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라 한국은행이 계속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경우 순이자 마진(NIM)은 지금 이상의 수준을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동시에 가계대출 수요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정치권과 정부의 금융지원 압박 역시 금융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금융사들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충당금을 더 넉넉히 쌓을 수밖에 없다. 4대 금융지주가 올해 들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은 1년 전보다 무려 1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 입장에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존재한다. 금리 인상 기조에 이자 이익 덕을 봤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자 이익 외에 수익원이 필요하다. 금융당국 또한 금산분리 완화를 공식화한 만큼 금융사들도 비금융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비이자수익을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전년도 대비 가계대출 수요는 크게 감소했다”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당분간 이자 이익이 유지되겠지만 금융권에선 새로운 수익원, 혁신 금융 서비스 등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분위기가 읽힌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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