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이 발표됐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실적 방어에 선방했지만, 신한금융은 제자리걸음에 그쳤고 우리금융은 순이익이 30%나 급감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한 해 코로나19 여파와 저금리 기조라는 동일한 악조건에서 4대 금융지주가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부담, 코로나 충당금 여파, 증권사 존재 여부 등에 따른 비이자이익이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은 총 전년 대비 1.5%(1649억원) 감소한 10조8140억원으로 나타났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호실적을 냈으나, 우리금융 순이익이 30%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 3년 만에 1위 탈환한 KB금융
먼저 ‘리딩뱅크’ 자리를 꿰찬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3조4552억원이었다. 시장 컨센서스인 5.3% 성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며 업계 1위에 올랐다.
은행의 견조한 대출성장에 기반해 이자이익이 꾸준히 확대됐다. 동시에 비은행 부문의 순수수료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 있는 실적개선이 이뤄졌다.
KB금융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5.7% 늘어난 9조7223억원이었다. 저금리 기조에 순이자마진(NIM)이 줄었으나 원화대출금이 9.9%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비이자이익 중 순수수료이익도 2조9589억원으로 전년 대비 25.6%나 늘었다. 증권업수입수수료가 1년 만에 3473억원 증가했고, 신용카드 수수료이익이 확대되는 등 비은행 계열사들도 호실적을 내놨다.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선 것은 3년 만이다. 두 회사의 순위가 바뀐 결정적 요인은 사모펀드 사태, 코로나19 충당금 적립 등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의 경우 연간 충당금 적립액은 1조3906억원이었고, KB금융은 신한보다 3500억원 적은 1조434억원이었다. 게다가 KB금융은 4대 금융 중 라임 펀드 사태 등 각종 펀드 사태에 연루되지 않아 관련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 KB·하나 ‘웃고’…신한·우리 ‘울고’
하나금융 역시 지난해 실적에서 선전했다. 지난해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한 2조6372억원을 기록하며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10%대 성장을 이뤄냈다.
이자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0.7% 증가한 5조8143억원으로 미미했다. 다만 수수료이익이 전년 대비 4.9% 증가한 2조2577억원, 매매평가이익이 전년 대비 47% 늘어난 1조1718억원으로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수수료이익 중 신탁보수와 방카슈랑스 수수료가 감소했지만, 증권중개수수료 부문에서 전년 대비 104.1% 폭증한 2131억원을 내면서 실적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신한금융는 지난해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0.3% 늘어난 3조4146억원을 내면서 제자리 수준에 그쳤다. 사상 최대 이익 수준이었으나, KB금융의 성장세에 밀리면서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신한금융의 이자이익은 저금리 기조에도 전년 대비 1.9% 늘어난 8조1551억원이었다. 비이자이익 역시 전년 대비 7.9% 증가한 3조3778억원으로 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증권수탁수수료, 투자금융과 리스업무 수수료 증가 영향을 받았다.
다만 라임 사태와 코로나19 충당금 쌓기에 발목을 잡혔다. 먼저 신한금융은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 대응을 위해 총 4725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게다가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전년 대비 46.3%나 늘어난 1조3906억원이었고, 이 중 코로나19 관련 충당금은 3944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은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30.2%나 감소한 1조3070억원이었다.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의 경우 핵심 계열사인 은행 이익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코로나19 충당금에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에 따른 후폭풍에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증권중개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을 통해 실적 방어에 선방하거나, 가까스로 버텨내는 사이 은행 이익에 의존하는 우리금융은 실적 만회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실제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은 5조99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지만, 비이자이익은 8220억원으로 21.4%나 급감했다.
◇ 4대 시중은행 순익 7조원대로 급감
금융지주사들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만 놓고 보면, 지난해 모두 순이익이 역성장했다.
초저금리 장기화로 예대마진 축소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업황 역시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순이익 회복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6790억원 감소한 7조7561억원이었다. 비율로는 8% 줄어든 수준이다.
4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말 8조1000억, 2019년 8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8조원대 순이익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다시 7조원대로 떨어졌다.
은행들의 당기순이익 감소에는 대손충당금 적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적립한 충당금은 2조1831억원으로 2019년 6903억원보다 216% 급증했다. 국민·우리·하나은행 등은 전년보다 300% 이상 늘었고, 신한은행은 두 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은행별로 2차례에서 3차례씩 추가 충당금을 쌓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충당금으로만 2100억원을 적립했다. 2019년에는 없던 비용이다. 신한은행의 경우은 2분기, 3분기, 4분기 총 세 차례에 걸쳐 2860억원을 코로나 충당금 명목으로 쌓았다.
◇ 사상최대 실적인데 배당축소?…투자자 소송제기 가능성
기업은 이익이 증가할 경우 중대한 경영상 사유가 없는 한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늘린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금융지주사들이 당국의 압박에 오히려 배당을 줄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순이익의 20% 이내 배당’을 금융지주와 은행에 권고했다. 재정 건전성 관리가 명분이었다.
그 결과 금융지주사들은 실적발표와 함께 배당 성향을 20% 수준으로 낮춘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난 4일 KB금융은 이사회를 통해 2020년도 배당 성향을 20%, 주당 배당금을 1770원으로 의결했다. 2019년 배당 성향이 26%였던 점을 감안하면 6%포인트 떨어진 수준이고, 주당 배당금도 2210원에서 1770원으로 20% 감소했다.
하나금융도 지난 5일 이사회에서 2020년도 배당 성향을 20%, 주당 배당금을 1350원으로 결정했다. 1년 사이 배당 성향은 5.78%, 주당 배당금은 16% 줄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오는 배당정책 발표를 오는 3월 초 이사회로 연기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들이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20% 이상 배당 성향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당 축소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의 투자자 대응 부서에는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 이익공유제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사의 경우 배당 축소나 이익공유제 참여와 관련 투자자들의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비한 법률 검토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