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유재철 기자) 국세청이 우리나라와 미국이 체결한 조세조약을 잘못 해석해 지난해 나이키스포츠에 100억원 가량을 환급해 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 국제조사국은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30층에 위치한 나이키스포츠 본사에 조사요원을 투입, 2008~2012년 과세기간 동안 신고된 법인세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당시 나이키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 광고활동을 진행하고 각국에 있는 나이키 자회사에게 매출액 비중만큼 별도의 광고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 본사의 상표권(로열티) 사용료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급하는 금액에서 일정액을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미 조세조약(14조)’에 따르면 한국 자회사인 나이키스포츠가 미국 본사인 나이키에게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면 15%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원천징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이 미국 본사에게 사용료수익을 과세할 수 없으니 국내 자회사가 상표권사용료를 지급할 당시 원천징수를 해서 국내원천소득(법인세법 93조)에 대해 과세권을 확보하는게 이 규정의 골자다.
국세청 해석대로 나이키스포츠가 본사에 지급한 글로벌광고 비용이 ‘상표권 사용료’ 해당한다면 원천징수 후 국세청에 납부해야 하지만 나이키 측은 해당 비용이 ‘상표권 사용계약’과 별도로 체결한 계약에 의해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세무조사 끝나고 부과된 세금에 대해 나이키 측이 불복을 결정, 조세심판원이 쟁점비용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조세심판원은 나이키스포츠가 나이키와 맺었다는 ‘별도의 계약’을 인정했다. 심판원은 “청구법인(나이키스포츠)은 글로벌광고비용을 지급하기 위한 스포츠마케팅계약과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기 위한 로얄티 계약을 각각 별개로 체결했다”며 “비용 분담방식을 볼 때, 제품의 판매증대 효과가 미치는 제품군별 매출비율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면 ‘상표권 사용료’로 보아 과세한 처분이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조세심판원의 이번 결정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스포츠 기업에게 경종을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키와 같이 상표권사용계약과 별도로 마케팅계약을 체결하면 본사에게 지급하는 광고비용에 대해 원천징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세청은 이 사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납세자에 관한 사항이라서 자세한 사항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나이키는 지난 1986년 나이키가 생산하는 스포츠 신발 등의 한국 영업을 위해 나이키스포츠를 국내에 설립했다.
현재 나이키와 나이키스포츠의 상표권 사용계약은 지난 2011년을 끝으로 종료됐고 이듬해 설립된 나이키코리아가 나이키의 국내 마케팅활동과 판촉활동을 맡고 있다.
나이키스포츠가 지난 2008년부터 상표권 사용계약이 끝난 2011년(5월)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시한 광고선전비는 약 2000억원에 달한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