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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중국에서 탐낸 동의보감과 입냄새 처방

(조세금융신문=김대복 혜은당클린한의원 원장) 옛 사람들은 동의보감에 얼마나 의지했을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동의보감은 허준이 1610년(광해군 2)에 저술한 의학 서적이다. 동방의학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은 조선 왕실 내의원(內醫院)에서는 물론이고 전국의 의원들이 참고한 절대적인 교과서였다. 청나라에서도 관심이 아주 높았다. 청나라는 공식적 루트와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조선에 동의보감을 줄기차게 요청했다.

 

조선 국왕은 청나라 사신에게 내려줄 예물 중 하나로 동의보감을 준비했다. 그 기간이 현종 2년(1642)부터 정조 10년(1786)까지 약 150년이다. 청나라 사신들은 공식 교역품 외에 사적으로도 서적 구입 청탁을 해왔다. 이에 양이 많은 경우는 호조에서 일괄 처리도 하였다. 그만큼 청나라 측에서는 동의보감의 의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은 청나라 사신의 부탁을 다는 들어주지 않았다. 숙종 때 호조판서인 민진원은 사신 나첨(羅詹)이 동의보감과 청심원 선물을 요청하자 거절했다. 청나라에 돌아간 나첨은 1721년 조선의 사신이 북경에 도착하자 해코지를 한다. 조선 사신 일행이 머문 사찰 우물의 물을 오염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조선 외교관들과 말들이 배앓이를 했다. 당시 부사로 북경에 간 이정신이 이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다.

 

청나라 사람들은 치료에 동의보감을 인용해 처방했다. 1765년 북경을 다녀온 홍대용은 청의 의원들이 동의보감을 매우 귀중히 여기도, 민간에서 출판되고 있음을 기록했다. 일부는 신비 처방으로도 활용됐다. 청의 시인인 원매가 1794년에 괴담을 모아 쓴 자불어(子不語)에 여우 퇴치법이 나온다.

 

항주(杭州) 소산(蕭山)에 사는 이선민(李選民)이 절에서 만난 여인과 혼인했다. 얼마 후 그녀가 여우(狐)의 변신임을 알았다. 그는 여우인 아내를 쫓아내려 했으나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때 친구인 양효렴(楊孝廉)이 동의보감에 소개된 여우 퇴치술(治狐術) 사용을 권유했다.

 

이선민과 양효렴은 북경의 책방인 유리창에서 동의보감을 구했다. 조선인에게 번역 의뢰한 후 내용대로 시행했다. 그 결과 여자가 울면서 떠나갔다.

 

원매는 양효렴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는 설명을 했다. 이에 대해 청의 의원인 육이첨(陸以湉)은 동의보감의 잡병편》 사수(邪祟)와 벽사단(辟邪丹) 처방 가능성을 확인했다. 사수와 벽사단은 정신이상이나 히스테리 증상에 연관된다. 이처럼 당시 청나라에서는 당시 의학으로는 풀리지 않는 분야까지 동의보감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동양의학의 집대성인 동의보감에서는 입냄새를 구취자 위열야(口臭者 胃熱也)로 표현했다. 입냄새는 위의 열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위의 열작용에 대해서는 구취일증(口臭一證) 내열기(乃熱氣) 온적흉격지간(蘊積胸膈之間) 협열이충(挾熱而衝) 발어구야(發於口也)라고 했다. 가슴에 쌓인 열기에 다시 열이 누적되면 위로 치솟아 입냄새가 난다는 의미다. 또 간단한 응급 처치 방법으로 족도리풀(세신) 즙을 입에 머금도록 안내했다.

 

 

[프로필] 김대복 혜은당클린한의원장 원장

• 전, 대전대학교 한의대 겸임교수

• 전, MBC 건강플러스 자문위원

• 대전대학교 한의대 석사·박사 학위

• 논문: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 저서: 입냄새, 한달이면 치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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