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금리 인상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을 공공재라고 명시하며 은행이 직원들에게 막대한 성과급과 퇴직금을 지급한 것을 두고 돈잔치라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공공성을 강조하며 은행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인데,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은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대출 지원 등을 위해 앞장서는 등 정부 정책에 발맞춰 왔는데 이같은 비판은 과도한 측면이 있따고 토로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융위원회에 ‘은행의 돈잔치’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회의 직후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날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발표했다.
김 홍보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은행 고금리로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상생 금융’이란 금융이 적극적으로 나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혜택 및 제도를 내놓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와 관련 이도운 대변인이 같은 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상생 금융’이라는 말을 썼는데 어려운 국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금융 분야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도록 배려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위 업무보고에서도 은행의 공공재적 측면을 언급한 후 계속해서 은행의 공익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은행권이 최근 고액의 성과급과 퇴직금을 지급하고 대규모 배당 등을 예고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은행권에선 코로나19 위기 이후 금융당국의 주문에 맞춰 적극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비판은 과도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금리 인상기 은행을 필두로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고 그 결과로 이 같은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금리 안정기, 이를 넘어서 인하기 수익이 꺾일 때는 은행을 위해 어떤 대책을 내어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어려운 상황일 때 공공 이익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친 은행에 대해 이익이 많다는 이유로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은 씁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대중을 위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설립 목적에 공공성이 있다는 것은 타당하게 인정이 되는 부분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취약차주 금리를 줄이는 등 노력을 계속해온 것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는 없는 것 같다”며 “공공의 목적이 있는 것은 맞지만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해줘야 할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해야하는 주식회사인 것 역시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공공재라고 표현하는 것 역시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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