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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나 하나쯤 괜찮겠지”...LH 이권 카르텔이 덮친 건설시장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아프리카의 한 족장이 생일을 맞아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족장은 손님들을 시험하기 위해 “각자 맛있는 포도주를 갖고 와서 나눠 먹자”고 제안했다. 족장은 대문 앞에 큰 항아리를 놓아두고 각자가 가져온 포도주를 한데 붓도록 했다.

 

초대받은 손님 중 한 사람이 잔머리를 굴렸다.

“많은 사람이 좋은 포도주를 가져올 테니, 나 하나쯤 포도주 대신 물을 갖다 항아리에 붓는다해도 아무도 모르겠지?”

 

그는 아까운 포도주 대신 가죽부대에 물을 가득 담아 항아리에 갖다 부었다. 생일잔치가 시작되어 족장이 항아리의 포도주를 손님들의 잔에 일일이 따라 주었다. 손님들은 포도주 잔을 들어 건배를 하며 족장의 생일을 축하했다.

 

하지만 잔에는 맛있는 포도주가 아니라 맹물이 들어있었다. 모두가 항아리에 포도주 대신 물을 갖다 부었던 것이다. “나 하나쯤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들이 족장의 생일 파티를 망쳐버렸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다.

 

집이란 가족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울타리여야만 한다. 동물들도 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고 가족의 안전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해 집을 짓는다. 우리 속담에 “사흘 살고 나올 집이라도 백 년 앞을 보고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 형식적으로 건성건성 하지 말고 앞날을 생각해 최선을 다하여야 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현직이 엮인 이권 카르텔 악습이 터지면서, 건설업계의 총체적인 구조적 문제점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정부가 기업들의 사고를 막기 위해 최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지만, 건설업계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곳곳 현장에서는 아직도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부실공사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범죄다.

 

만약 검단신도시 현장에서 철근 누락 아파트 붕괴 사고가 없었다면 아직도 철근이 빠진 아파트가 곳곳에서 올라가고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천만다행이다. 이런 붕괴시그널이 더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어서 말이다.

 

LH는 수년 동안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빼돌려 땅 투기를 하는 등 온갖 비리로 얼룩져 혼쭐이 났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번에는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한 그들만의 리그인 짬짬이 발주로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국민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후안무치 LH는 최근 정부가 철근 누락 아파트를 발표한 후에도 관련업체에 16개 아파트의 설계·감리 입찰권을 줬다. 이는 정부와 국민을 우롱한 처사로 막가자는 심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LH는 공공택지 조성부터 주택 건설, 분양, 임대, 관리까지 건설 분야 모든 기능을 독점하면서 연간 10조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는 건설업계의 큰손이다. 먹을 것이 많은 곳에 똥파리(?)가 끓듯 현직과 퇴직직원들이 엮인 ‘전관 특혜’가 들통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LH 부동산 투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퇴직자의 재취업 관리, 수의계약 제한 등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했으나 여전히 전관 특혜 등 건설사업의 이권 카르텔은 공사발주 현장에서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태의 뿌리를 뽑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이권 카르텔의 혁파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국토교통부와 함께 LH의 공공주택사업 과정의 부패 및 이권 카르텔 근절을 위해 최근 무량판 공사의 부실시공으로 인한 붕괴 사건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정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LH 퇴직자가 한명이라도 연관된 업체에는 모든 발주를 취소토록 하는 등 급기야 LH 모든 임원들이 일괄 사표까지 내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좀처럼 국민의 원성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LH가 채택한 무량판 아파트는 2017년도부터 지상 주차장을 없애는 단지들이 늘어나면서 신공법이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공법이 문제가 아니라 LH의 전관특혜로 연결된 설계·시공·감리업체들이 철근을 빼먹으면서 “나 하나쯤 괜찮겠지”하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때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기존 중앙정부 주도 방식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서 추진한다는 정책 방향을 확립했다. 따라서 지난 7월 10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현재는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지방시대위원회도 출범한 상황이다.

 

정부는 공룡조직 LH의 인허가 등 주요 권한을 지방자치정부로 분산 위탁 운용하여 국가 지역균형발전 토대 마련을 위한 과감한 정책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실련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수행 주체와 비용 부담 주체, 인허가·공공 발주 주체를 각각 나눠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시민 제안 10선’을 발표한 바 있다. 일각에선 LH 해체론까지 내놓으며 정부에 해결책 마련을 압박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와 지자체 등 인허가와 공공 발주 때는 이권 카르텔을 끊기 위해 감리계약은 허가권자와 직접 하도록 하며, 특히 전관 영업업체 출신 발주기관은 입찰을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관피아와 전관 특혜에 대한 상시적 감시 조직도 만들어 작동시켜야 한다.

 

속살이 곪아서 문드러졌는데, 수술은 하지 않고 진통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과연 명의인가? 옛 속담에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버릴것은 미련 없이 버리고 새판을 짜는 것이 진정한 쇄신이며 개혁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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