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최일혁 기자) 토종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이 창업주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장녀인 이수지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뒷말이 일고 있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이수지씨는 지난해 5월 이스타항공 사외이사에 등재됐다. 1989년생(만 26세)인 이수지씨는 현재 해외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지씨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의 68%(524만2000주)를 갖고 있다.
사외이사제도는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부터 상장회사에 한해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2007년 이스타항공을 설립한 이상직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전주 완산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후 회장직을 사퇴했으며 관련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그러나 이상직 전 의원의 직위와 지분을 넘겨받은 사람은 그의 형인 이경일 전 회장이었다.
이경일 전 회장은 수백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2015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20대 총선 당내 공천 경선에서 낙방한 이상직 전 의원은 경영 복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상직 전 의원 형제가 꾸준히 측근 등을 통해 회사 경영에 관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이스타항공이 이수지씨에게 이스타항공 사외이사 자리를 준 것은 사외이사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뜩이나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가지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비판이 팽배한 실정에서 창업주의 자녀를 사외이사로 앉힌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스타항공은 사외이사를 둘 의무가 없는 비상장사다. 만약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확실히 갖춘 인사를 선임했더라면 칭찬을 받을만한 일이었겠지만, 일부러 만든 자리에 대주주 일가에 해당하는 이수지씨의 이름을 올림으로써 비난을 자초한 상황이 됐다.
특히 이상직 전 의원은 2013년 국감에서 당시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에게 과거 동양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58개 의안에 100% 찬성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동양그룹이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감시는커녕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 책임이 대단히 크다. 9년여 간 동양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홍 회장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일갈한 바 있다.
거수기 사외이사들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던 이상직 전 의원이 그로부터 2년여 뒤 자신의 딸에게 자신이 만든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기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상법 상 내부 경영진이 사외이사를 겸임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도 2013년 최종구 부사장을 사외이사에 선임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며 “사외이사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이스타항공의 사례처럼 사외이사제도를 우습게 여기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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