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리 여자들_윤준경
강원도 원대리에는 집 나온 여자들이 살고 있다
등성이로 등성이로 뒷걸음쳐
누가 따라올세라
숨어 사는 게 분명하다
속세를 거부하는 흰 살결로
빛의 시스루를 걷어내는 미끈한 다리
일인칭의 독자적 진술을 거부하고
다만 숲이라는 이름의 공동체가 되어
가슴과 가슴의 적당한 거리로
푸른 머리 향기롭게 날리고 있다
가는 허리 사이로
도시여자의 상념을 숨기고
자작자작 가슴 타는 소리도
모성애의 옥시토신도 잊은 듯
하늘 우러르는 충성의 몸짓만 고고하다
지금은 그들만의 설국에서
머리끝까지 하얀 광채로
발신인 없는 연하장을 띄울 것이니
굳센 병사의 몸에서도
한 소절 그리움의 별은 떠오를 것이므로
[시인] 윤 준 경
[詩 감상] 허 영 숙
원대리에 가면 자작나무 숲이 있다. 상념을 버리고 도망 온 하얀 살결을 가진 여자들이
모여 사는 숲처럼 그 숲에 들면 눈이 환하다. 자작나무 껍질은 편지지로도 쓰였다.
마치 떠나온 곳을 향해 안부라도 전하고 싶은 나무의 바람처럼,
[낭송가] 최 경 애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계간 《힐링문화》 편집국장
cwn-tv "시와 함께하는 문학이야기"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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