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쪽마늘 / 김인숙
깨끗하고 반듯한 육쪽마늘이 내 곁으로 왔다
어느 날
은빛 고운 곱슬 강아지가 콩팥이 고장 났다며 우리의 곁을 떠났다
우리는 틈만 나면 경쟁적으로 곱슬이 이야기를 했다
곱슬이를 잃은 구순의 아버님은 당신의 의자에 앉아서 먼데 산만 보셨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에게 떠난다는 말도 없이 영영 먼 길을 가셨다
곱슬이와 남편을 잃은 늙은 어머니는 충격에 빠져서 치매 환자가 되었다
어머니는 사람의 쓸쓸한 뒤안길을 우리에게 교훈으로 남기셨다
마늘 세 쪽이 남았다
아들이 결혼해서 분가했다
발걸음이 뜸해진 아들은 행복한 마늘 텃밭을 가꾸나 보다
남편은 “아들이 행복하면 좋지”
그러면서 좋은 듯 서운한 듯 허허 실실 웃음만 쪼갠다
두 조각 남은 육쪽마늘
어느 날 암 수술하고 퇴원한 남편이 시골살이에 들어갔다
친구가 내게 놀려댔다
“신이 내린 주말부부가 되었네, 좋은가, 나쁜가?~~~”
산산조각이 난 육쪽마늘
그런데도 우리는 육쪽마늘이라고 부른다.
[시인] 김인숙
서울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서울지회)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하물며 가족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끈끈하고 소중한 인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함께 살다가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생의 이별을 해야만 하기도 한다.
그 만남과 이별 속에 기뻐서 울고 웃으며, 때로는 가슴이 시리도록 고통스러워 울기도 한다. 들어온 자리보다 난 자리가 더 깊게 느껴지듯이 함께하다 떠난 가족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김인숙 시인의 육쪽마늘 작품을 보면서 한 가족으로 만나 하나 둘 떠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면서 다복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장
(현) 시낭송 교육 지도교수
(전)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장
(현) 대한시낭송가협회 명예회장
(현) 문화예술 종합방송 아트TV '명인 명시를 찾아서' MC
저서: “시 한 모금의 행복” 시낭송 모음 시집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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