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을 신은 지게 / 김보승
萬古의 그 바람 불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푸른 물결 소리는
깎이고 닳아버린 몽돌의 눈물인 양
설움 같은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입니다
그 숨소리 보릿고개 넘나들던 허름한 지게엔
낡은 무명천 같은 가난이 실려있고
잔챙이 같은 배고픔이 담겨있습니다
얼기설기 꿰매진 고무신 속에는
허기진 고달픔이 걷고 있고
지친 육신의 무게가 걷고 있습니다
암울했던 아버지의 역사 위로
지팡이에 의지한 허름한 지게 하나
버젓이 버티고 있었으니
그때 그 시절
낡은 지게 속에서
빛바랜 고무신 속에서
서글픈 추억 같은 아버지의 애환은
고무신을 신은 지게에 실려 온 하얀 그리움입니다.

[시인] 김보승
부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부산지회)

[詩 감상] 박영애 시인
김보승의 「고무신을 신은 지게」 작품을 보면 한 개인의 아버지를 넘어, 가난했던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낸 한 세대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시다. 시 속의 지게와 고무신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아버지의 노동과 고통, 그리고 침묵 속에 쌓인 세월을 상징한다. 바람과 물결 소리를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에 빗댄 표현에서는 삶의 무게가 자연처럼 반복되고 쌓여 왔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낡고 꿰매진 고무신 속에 ‘허기진 고달픔’과 ‘지친 육신의 무게’가 함께 걷고 있다는 구절은, 말없이 가족을 위해 걸어온 아버지의 뒷모습을 선명하게 떠올리게 하면서 가슴이 아프다. 시의 마지막에서 고무신을 신은 지게에 실려 온 것이 고통이 아니라 ‘하얀 그리움’이라는 점은, 힘겨운 기억조차도 시간이 지나 사랑과 존경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한다. 이 시는 아버지의 삶을 애도하면서도, 그 삶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따뜻하게 전하는 작품이다. 오늘따라 아버지가 더 보고 싶은 그리운 날이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장
(현) 시낭송 교육 지도교수
(전)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장
(현) 대한시낭송가협회 명예회장
(현) 문화예술 종합방송 아트TV '명인 명시를 찾아서' MC
저서: “시 한 모금의 행복” 시낭송 모음 시집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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