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가는 물_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식은 체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길을 가지 않는가.
때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시인] 도 종 환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충남대 문학박사
1984 동인지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 『접시꽃 당신』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해인으로 가는 길』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산문집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 배』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모과』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동화집 『바다유리』 『나무야 안녕』 등 다수
[詩 감상] 양 현 근
넉넉한 것은 모난 것을 능히 품을 수 있고,
따뜻함은 꽁꽁 언 세상 만물을 녹이고도 남는다.
세상의 부조리와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걷다 보면
결국에는 사물의 이치에 가 닿는다.
흐린 시냇물도 깨끗한 강물에 이르고
구부러진 물길도 언젠가는 너른 바다와 만나는 법이다.
세상 속으로 흐르는 강물 한 줄기에서
근본을 잃지 않는 꿋꿋한 심성을 배운다.
[낭송가] 남 기 선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장
《아침의 문학》 전국시낭송대회 대상
산업체 심리상담사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