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금전 앞에 객관성과 독립성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아예 얽히지 않는 것 외에 마땅한 방법도 없다. 플라톤조차 사회지배층은 아예 재산을 포기하라고 말할 정도다.
회계법인이라고 별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 STX, 모뉴엘 등의 장부조작사건에서 회계법인이 기업의 장부조작을 고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분식규모가 수조원이 넘는데도 그들은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정부가 최근 감사지정제를 도입해 회계법인을 금전의 낙인에서 해방하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영역이 있다. 컨설팅이다.
회계법인이 기업에서 따는 일감은 크게 재무컨설팅과 외부감사인데, 감사 보수보다 컨설팅 보수가 더 쏠쏠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컨설팅이 ‘주’고 감사가 ‘부’라는 말마저 나올 정도다.
그간 정부는 이 영역을 사실상 자율에 맡겼다. 기업장부와 관계없는 컨설팅까지 막는 것은 기업의 경영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기업장부 감사와 연관이 있는 컨설팅은 법으로 막았지만, 네거티브 규제였다. 법에서 지정하는 금지사유를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가능했다. 그나마 규제의 범위도 장부작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분야로 한정했다.
그런데 기업의 일은 한 다리만 넘어가면 결국 돈과 연결되는 일이 많다. 보험충당부채 산출업무, 민형사소송 자문, 자산평가, 자금조달중개, 경영의사결정, 그리고 인사조직업무조차도 장부와 연관돼 있다.
정부는 이 간접적인 컨설팅도 회계법인이 알아서 기피해줄 것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한 금융감독원 인사는국제회계기준 도입 후 회계법인들이 EU나 미국 수준의 독립성을 유지해주길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 점검 결과를 보면, 하면 안 되는 컨설팅조차도 중간에 세무법인을 끼워 넣는 방법으로 우회 컨설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법이 바뀌고 있다. 장부작성의 간접적인 부분까지 컨설팅 업무제한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계속 법을 개정해서라도 계속된 편법, 우회 컨설팅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장이 될 수 없다’는 법언처럼, 이권이 얽히면 이해관계자가 되고, 이해관계자가 되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거의 자율에 맡기던 과거는 지났다. 회계법인이 스스로 ‘회피’하지 않는다면, 법에 의해 ‘제척’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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