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타인에게 논문 예비심사 자료를 대신 쓰게 했더라도 대학원의 논문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모(44) 검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정 검사는 2016년 12월 박사학위 논문 예비심사에서 지도교수의 지시에 따라 대학원생이 써준 논문을 자신이 작성한 것처럼 발표해 대학원의 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도교수가 제공한 초고를 대학원생 A씨가 보완한 뒤 지도교수에게 제출했고 정 검사가 이를 받아 예비심사에 쓴 것으로 파악했다.
1·2심은 정 검사가 발표한 논문을 대학원생이 대신 작성한 게 맞는다고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 검사가 제출한 논문을 대필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초고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뿐더러 A씨가 제출한 것과 정 검사가 발표한 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필 과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아울러 대학의 논문 예비심사 절차를 고려하면 설령 대필된 자료로 발표했더라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예비심사의 성격이 논문의 품질을 검증하기보다 논문 작성 계획을 따지는 수준에 불과하고 불합격하는 경우도 거의 없는 점이 근거가 됐다.
완결된 형태의 논문이 아닌 목차 위주의 미완성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어 타인의 도움을 받은 예비심사 자료를 발표했더라도 대학원의 '논문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정 검사의 여동생인 정모(43) 전 교수도 2017∼2018년 대학원생 등이 대필한 논문 3편을 자신이 작성한 것처럼 학술지에 게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그는 1·2심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 전 교수는 판결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이날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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