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회장으로 이뤄진 대주주 3자연합(이하 ‘3자 연합’)측 인사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 조치함에 따라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간 경영권 분쟁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 한미약품그룹 및 제약업계 등에 의하면 지난 28일 박재현 전 대표는 한미약품 경영관리본부 내 별도의 인사팀·법무팀 등을 신설하고 담당자로 각각 이승엽 전무와 권순기 전무를 선임하는 내용의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재현 전 대표는 자신의 관할 업무에 경영관리본부 업무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의 한미약품의 인사 소식이 전해지자 같은날 임종훈 대표는 박재현 전 대표를 기존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하는 인사를 발령했다. 이때 임종훈 대표는 박재현 전 대표의 관할 업무를 제조본부로 한정시켰다.
제약업계는 이번 인사를 두고 그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체제에서 관리를 받던 한미약품이 이에 벗어나 독립적 관리에 나섰기에 이뤄진 경질성 인사인 것으로 해석했다.
그동안 한미약품 내에는 인사팀 등 세부적인 관리부서 없이 한미사이언스가 해당 업무를 맡아 왔는데 박재현 전 대표가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독립적으로 회사 관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말 정기주총에서 한미약품 대표로 선임된 박재현 전 대표는 지난 1993년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해 31년간 회사에 몸담은 인물로 현재 친(親) 3자 연합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박재현 전 대표는 실제 올해 초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간 경영권 분쟁 당시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제안한 OCI그룹과의 통합에 찬성한 바 있다. 또 지난 7월 초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3자 연합이 추진 중인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CEO)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계 및 업계는 이번 인사 논란을 두고 임종훈·임종윤 형제와 3자 연합간 봉합 국면이었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현재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3자 연합은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을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는 안건과 신규 이사 3인의 선임안건 등을 처리할 방침이다.
3자 연합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대해 최근 한미사이언스는 “회사가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임시주총 소집청구서를 보냈다고 갑자기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3자 연합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투자유치 방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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