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한동안 종식된 줄 알았던 한미약품그룹 내 오너일가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이 손잡은 이른 바 ‘3인 연합’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이사회 구성원 확대 안건 상정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최대 10명 정원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현재 9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5명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을 통해 임명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및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이들이 추천해 오른 인물 3명이다.
이외에 나머지 4명은 임종윤·임종훈 형제와 대립 중인 송영숙 회장과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 등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이번 ‘3인 연합’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는 정관 변경을 통해 기존 임종윤·임종훈 형제에게 유리한 이사회 구성 체계를 변경하기 위한 시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 ‘3인 연합’ 임시주총 소집 청구…경영권 분쟁 불씨 되살아나나
‘3인 연합’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 29일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통한 새로운 한미약품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향후 임시주총이 열릴 경우 ‘3인 연합’은 정관 개정을 추진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 12명 확대 안건과 신규 이사 3인(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선임안 등의 의결을 시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정원 확대 및 신규 이사 선임안 등이 의결될 경우 이달 초 ‘3인 연합’ 강조했던 ‘전문경영인체제’로의 개편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신동국 회장과의 의결권공동행사 약정 체결 당시 송영숙 회장은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가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임종훈 대표, 전문경영인 체제 변경에 반대…“이미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가동 중”
반면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이들 ‘3인 연합’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3인 연합’의 임시주총 소집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임종훈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려 “최근 다른 대주주들이 언급한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미 현재 한미사이언스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면서 “주주들과 한미 직원들의 선택을 받은 대표이사가 직접 책임을 지면서 각 계열사 및 부문별로 전문성 있는 리더들과 허물없이 소통해 ‘뉴 한미’의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라고 확신한다”며 ‘3인 연합’의 체제 변화 시도에 반대 입장을 전했다.
또한 그는 “다른 대주주들께서는 상속세 문제가 해결돼 오버행 문제가 해소된 것처럼 언급했으나 이건 일부 오너에 국한된 이야기”라며 “아직도 오버행 이슈는 해결되지 않았기에 주가의 획기적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5월 가족 모두가 합심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합의했는데 지켜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며 송영숙 회장에 서운함을 표명했다.
이달 초 송영숙·임주현 모녀는 신동국 회장과 의결권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하면서 모녀가 보유한 주식 총 6.5%(444만4187주)를 신동국 회장에게 매도하는 주식매매계약도 함께 진행했다. 이에 따라 송영숙·임주현 모녀는 오너일가 중 먼저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 경영권 분쟁 재발시 국민연금·소액주주 선택이 변수
한편 추후 임시주총이 열리더라도 ‘3인 연합’이 추진 중인 이사회 정원 확대 및 신규 이사 선임안의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상 정관 변경을 위해서는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3인 연합’의 특별관계자 지분은 48.19%(지난 11일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6.04%)과 소액주주들이 향후 누구 손을 들어줄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만 소액주주는 현재까지 ‘3인 연합’에 약간 우호적이다. 지난 16일 이준용 소액주주연대 대표 등을 포함한 소액주주들은 임종윤·임종훈 형제와 장녀 임주현 부회장에게 각각 주가부양책 등을 논의하자고 요청했다.
이에 ‘3인 연합’에 속한 임주현 부회장이 가장 먼저 응해 지난 26일 소액주주와의 간담회를 진행해 이들의 의견을 들어서다. 그간 소액주주들은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구체적인 주가부양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국민연금 역시 ‘3인 연합’에 좀 더 우호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18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반대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당시 국민연금은 ‘직전 임기 이사회 참석률 75% 미만’을 이유로 임종윤 이사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더불어 이보다 앞서 3월에 열린 정기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경영권 확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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