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최근 몇 년 사이 대형로펌들 사이에 조세소송사건이 주요 수입원이 되면서 국세청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때 아닌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10일 서울·중부지방국세청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이날 유일하게 증인으로 참석한 조홍희 전 서울국세청장을 향해 “세월호 참사 이후 관(官)피아 문제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세무공무원이 재직 시 형성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사건을 수임하고 도움을 준다”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박 의원은 “(세피아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한 조세불복소송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증인을 세피아라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조 전 청장을 향해 물었다.
이에 조 전 청장은 “세피아라는 단어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세청이 발표한 연도별 '국세통계 연보'에 따르면 각급심에서 진행하고 있는 소송가액 50억 이상의 대형사건은 2008년 119건에서 지난해 175건으로 5년 사이 47%가 늘었다.
이에 돈이 되는 조세소송에 대형 로펌은 앞다퉈 뛰어들었고 세무행정에 눈이 밝은 국세청 고위공무원들은 로펌의 영입 1순위가 됐다.
지난 2010년을 끝으로 조홍희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국세청을 떠나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조 전 청장의 담당업무는 '세무조사 및 사전세무진단', '조세일반자문 및 조세전략 수립' 등이다. 직함은 고문이다. 조 전 청장 외에 현재 태평양엔 이건춘 전 국세청장, 오대식 전 서울청장, 이효연 전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등이 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금의 업무가 국세청 재직 시의 업무와 상당한 수준의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조 전 청장은 “당연히 국세청에서 했던 일과 관련성이 있겠지만 대외적으로 하는 일은 없고 대내적으로 하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앞서 담당업무를 묻는 몇몇 질문에 조 전 청장이 ‘대내적 업무’라고 일관하자 박 의원이 단단히 화가 났는지 “변호사 자격증이 없어 대외적으로 사건을 수임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니까 당연히 대외적인 없무는 없다. 자꾸 말할 필요없다”고 몰아 부쳤다.
조 전 창장이 말한 ‘대외’는 법률 사건 수임 등을 말 한 것이고 ‘대내’란 법무법인 내에 있는 변호사들에게 하는 ‘자문’을 뜻한 것이었다.
이어 박 의원은 증인이 현재 받는 보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물었다. 조 전청장이 “공무원 재직 시절보단 많이 받는다”라고 답하자 박 의원이 “증인은 ‘하는 일이 없다’, ‘변호사에게 자문정도 해주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공무원 때보다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한편 박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현재 대형 로펌에 국세청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50여명 넘게 포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의 이런 행보에 대해 박 의원은 “적절한 취업은 아니라고 본다”며 “세무공무원은 공직자 윤리가 가장 높게 요구되는 직종 중 하나인 만큼 더 엄격한 공직자 윤리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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