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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詩가 있는 아침]노래여 노래여

시인 이근배, 낭송가 한경동

 

노래여 노래여 / 이근배(낭송 : 한경동)

 

1.

푸른 강변에서

피 묻은 전설의 가슴을 씻는

내 가난한 모국어

꽃은 밤을 밝히는 지등(紙燈)처럼

어두운 산하에 피고 있지만

아카로스의 날개치는

눈 먼 조국의 새여

너의 울고 돌아가는 신화의 길목에

핏금진 벽은 서고

먼 산정의 바람기에 묻어서,

늙은 사공의 노을이 흐른다.

이름하여 사랑이더라도

결코 나뉘일 수 없는 가슴에

무어라 피 묻은 전설을 새겨두고

밤이면 문풍지처럼 우는 것일까

 

 

2.

차고 슬픈 자유의 저녁에

나는 달빛 목금(木琴)을 탄다

어느 날인가, 강가에서

연가의 꽃잎을 따서 띄워 보내고

바위처럼 캄캄히 돌아선 시간

그 미학의 물결 위에

영원처럼 오랜 조국을 탄주(彈奏)한다

노래여

바람부는 세계의 내안(內岸)에서

눈물이 마른 나의 노래여

너는 알리라

저 피안의 기슭으로 배를 저어간

늙은 사공의 안부를

그 사공이 심은 비명의 나무와

거기 매어둔 피 묻은 전설을

그리고 노래여

흘러가는 강물의 어느 유역에서

풀리는 조국의 슬픔을

어둠이 내리는 저녁에

내가 띄우는 배의 의미를

노래여, 슬프도록 알리라

 

 

3.

밤을 대안(對岸)하여

날고 있는 후조(候鳥)

고요가 떠밀리는 야영의 기슭에서

병정의 편애(偏愛)는 잠이 든다

그 때, 풀꽃들의 일화 위에 떨어지는

푸른 빛의 사변(思辨)

찢긴 날개로 피 흐르며

귀소(歸巢)하는 후조의 가슴에

향수는 탄흔처럼 박혀든다

아, 오늘도 돌아 누운 산하의

외로운 초병이여

시방 안개와 어둠의 벌판을 지나

늙은 사공의 등불은

어디쯤 세계의 창을 밝히는가

목마른 나무의 음성처럼

바람에 울고 있는 노래는

강물 풀리는 저 대안(對岸)의 기슭에서

떠나간 시간의 꽃으로 피는구나.

 

 

[시인 이근배 약력]

1940년 충남 당진 출생

1961~1962년 경향신문, 서울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동시 등 당선

196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종소리는 끝없이 새벽을 깨운다』 『아 토지여 생명이여』 『별점』 『달은 해를 물고』

『노래여 노래여』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추사를 훔치다』 『살다가 보면』

장편서사시 『한강』 시조집 『동해 바닷속의 돌거북이 하는 말』

시선집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 등

산문집 『시를 묻는 젊은이에게』 『시가 있는 국토기행』 등

제7회 한국시조대상, 제27회 정지용문학상, 제4회 이설주문학상 수상

 

 

詩 감상_양현근 시인

이근배 시인은 신춘문예 5관왕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1961년 서울신문에 시조 ‘벽’이, 경향신문에 시조 ‘묘비명’이, 조선일보에 시조 ‘압록강’이 각각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62년 동아일보에 시조 ‘보신각종’이, 조선일보에 동시 ‘달맞이꽃’이 당선되고 1964년 한국일보에 시 ‘북위선’이 당선되며 ‘신춘문예 5관왕’이라는 영예로운 꼬리표를 달게 됐다. 이 시 ‘노래여, 노래여’는 분단된 조국과 모국어를 테마로 하여 조국의 아픈 현실을 노래한 작품이다. 풀꽃은 피고 지고 강물은 저리도 무심히 흐르는데, 언제쯤 돌아누운 산하의 외로운 초병은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인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낭송가 한경동]

한국문학발전포럼 시낭송대회 대상

재능 전국 시낭송대회(본선대회) 금상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시낭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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