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정부의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추진이 탄력을 받으면서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의무화를 점치는 보험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 설계사들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 된다면 보험사들은 40만에 달하는 설계사들의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 금전적 부담이 크게 늘 전망이다.
보험업계 내부에서도 의무화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보험사와 GA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저실적 설계사 대다수의 계약 해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산재보험 혜택을 적용받는 특고직 9개 직종을 최우선으로 내년부터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발표했다.
설계사는 정부가 발표한 9개 직종에 포함되어 있으며 77만명의 적용 대상 중 40만명에 가까운 규모를 지닌, 최대 적용 직종이다.
이에 따라 당장 설계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보험사와 GA는 21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내년부터 이들의 고용보험료 절반을 부담할 처지에 놓인다. 이는 설계사 조직을 대규모로 유지시킬 유인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올해 3월 말 기준 보험사와 GA에 등록된 설계사는 총 42만 3719명에 달한다. 대면판매 채널의 중심인 설계사 조직에 소모되는 유지비용 급증은 자연스레 설계사 채널, 나아가 판매채널의 환경 자체를 뒤흔들 수밖에 없다.
이는 보험사와 GA는 고용 관계가 아닌 위탁판매 계약을 통해 설계사를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사의 보험계약 모집의 대가로 지급하는 보수는 판매수수료와 부정기적인 시책뿐, 교육 등을 제외하곤 퇴직금을 비롯한 일체의 고정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였다.
비록 저실적에 따른 해촉이 있긴 하나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았기에 설계사 모집에는 요구되는 별도의 역량이 거의 없었다.
결국 이같은 고용 구조가 40만명이라는 대규모 설계사 집단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보험사와 GA가 설계사 대량해촉을 경고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을 비롯한 설계사 권익 강화가 이러한 ‘저비용’ 구조를 뿌리부터 흔드는 만큼 현재와 같은 ‘느슨한’ 조직관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8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사회보험 의무적용 사회·경제적 영향과 대안’ 주제의 토론회에서 고용보험 등 4대보험 가입이 의무화 된다면 보험설계사의 43.5%인 17만명이 구조 조정 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고용보험으로만 한정하더라도 보험설계사 9만 64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한 상태다.
더욱 심각한 점은 보험사 및 GA와 설계사 단체가 정부의 정책이 단순히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에 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데 있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으로 이어지는 설계사의 권익 강화 정책의 끝은 결국 특고직 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로 이어지고 무엇보다 노동3권 부여 논란을 피할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중간에 위치한 특고직 노동자는 현재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인정되지 않는데다 노동조합 설립도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허용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노동3권을 쟁취한다면 설계사들이 노조를 결성, 일반 노조와 동일하게 수수료율 등을 보험사 및 GA와 협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고용보험과는 비교할 수 없게 된다.
법안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지만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시작으로 최종적으로 노동3권이 부여된다면, 수수료 인상 협상이 결렬될 경우 수만~수십만 설계사가 파업 등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논의될 설계사 고용보험 가입을 놓고 보험사와 GA 등 사업주들은 고용보험을 적용하돼, 설계사의 선택에 따라 가입 여부가 결정되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소득 수준에 따라 고용보험 가입으로 얻는 혜택보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설계사가 갈리는 만큼 이는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주장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고용보험 가입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현 상황에서 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 자체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업계 및 설계사 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제한으로 가입이 강제될 경우 고효율 설계사를 제외한 대다수 설계사들을 더이상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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