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수료와 다양한 상품 판매라는 장점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은 설계사 수수료 개편과 판매전문회사 도입 논의 등의 이슈가 겹치는 등 과도기를 맞고 있다. 당국의 제도권 편입 압박이 거세지는 현 상황에서 시장 환경의 변화와 GA의 지속성장 방안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싣는 순서]
➀ GA 판매채널을 삼키다
➁ 설계사 수수료개편 ‘태풍주의보’
➂ 판매전문회사의 등장 준비된 GA만 살아남는다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법인보험대리점(GA)은 보험사의 지점 수준의 위상으로 시작된 판매채널이다. 다양한 회사와 판매 제휴를 맺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전속설계사 위주의 시장 질서 아래에선 생소했던 GA채널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2001년 보험업계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무서운 기세로 전속설계사들을 흡수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GA채널은 보험사 전속설계사를 규모에서 추월한지 오래며 현재는 대면 판매채널의 절대 강자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속설계사 대비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설계사에게 지급하고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아울러 판매할 수 있다는 두 장점은 GA의 성장을 이끄는 양쪽 날개였다. 수 십 년간 보험업계를 장악해왔던 전속설계사 조직은 GA채널의 급성장에 힘없이 주도권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판매상품 다양화‧수수료 성장 이끈 ‘쌍두마차’
GA는 본디 보험사 출신 인사들이 회사를 나와 설립한 형태로 보험업계에 등장했다. 2001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생명) 소속 직원 11명이 창립한 KFG가 국내 최초의 GA였던 것이다.
GA채널이 등장할 당시 보험업계 대면채널의 주류는 보험사에 소속되어 있는 전속설계사 조직이었다. 보험설계사 자체가 모두 전속설계사였던 상황에서 생소했던 GA는 보험사의 영업 지점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수많은 영업지점 중 하나에 불과했던 GA는 이후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상품판매와 높은 수수료 덕분이었다.
전속설계사는 기본적으로 소속되어 있는 회사의 상품만을 판매할 수 있다. 판매 위탁계약이 체결된 회사가 소속 보험사뿐인 상황에서 교차판매를 통해 타 업종 상품을 추가로 판매할 수 있었으나 그 한계는 명확했다.
반면 GA는 등장 초기부터 복수의 보험사와 판매 위탁계약을 맺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출신 보험사 상품 위주로 위탁계약을 체결했던 GA들 역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타사와의 판매 제휴를 꾸준히 늘려가며 강점을 극대화했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보험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수월해질수록 전속과 GA 설계사 사이의 영업력 격차는 확대되기 시작했다. GA로 이직하는 전속설계사 또한 자연스레 급증했다.
보험 영업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상황에서 강력한 ‘비교판매’ 무기를 손에 쥔 GA가 영업력에서 보험사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작년 소속설계사 321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GA로 이직한 전속설계사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생‧손보사의 다양한 상품 취급 가능’(56%)를 최대 이직 원인으로 꼽았다.
취급상품 다양화와 함께 GA의 위상을 변화시킨 또 다른 주요 요인은 판매수수료였다. 기존 보험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GA는 급여를 늘릴 수 있는 매력적인 이직처였다.
보험사는 계약자의 보험료 납부로 마련된 재원 중 상당수를 회사 운영비로 공제하고 이후 사업비 중 설계사 수수료로 산정한 금액 내에서 판매수수료를 지급한다. 이 경우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율은 보통 500~700%수준이다.
반면 GA는 보통 보험계약 모집을 대가로 원수사에게 지급받은 수수료(수수료원장)에서 회사 운영을 위해 5%~10% 정도를 사전 공제한 뒤 잔여 수수료를 100%로 환산해 지급 규정을 마련한다.
회사별로 차이는 있으나 약 650%~700%의 수수료를 받는 GA설계사들은 전속설계사와 비교해 최대 2배 가까운 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게되는 셈이다.
동일한 상품을 모집해도 당장 수중에 들어오는 수입이 달라지다보니 전속설계사들은 늘 GA로의 이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GA로 이직할 경우 모집한 계약에서 발생하는 잔여수수료를 받지 못하고 전 소속 보험사의 판매코드 발급이 거부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설계사 대이동’이 멈추지 않고 있는 이유다.
사람이 전부다…설계사 쟁탈전 ‘연전연승’
전속설계사들의 GA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대면 판매채널의 주도권도 GA로 이동하고 있다. 설계사 조직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절대지표인 ‘규모’에서 보험사가 GA에 우위를 상실한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보험업계 소속 설계사 58만7481명 중 GA에 소속된 설계사는 40만4677명(68.8%)에 달했다. 설계사 10명중 7명이 GA 소속 이었던 셈이다.
같은 기간 보험사 소속 설계사는 17만8358명에 불과했다. 전속설계사와 GA 소속 설계사의 규모가 2배가 넘는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은 2017년과 비교해 1년 사이 1만598명이 줄어든 반면 GA는 설계사가 1만175명 늘었다. 전속설계사 대다수가 GA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설계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서 보험사와 GA의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대면채널의 꽃'으로 꼽히는 설계사채널은 결국 GA가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다.
뭉쳐야 산다…대형GA 시장을 흔들다
판매력이 가장 중요한 영업시장에서 보험계약 모집의 기반인 설계사채널을 장악한 GA의 영향력이 커질 것은 자명했다. 일개 지점으로 치부되던 GA를 누구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GA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 되면서 보험사를 상대로 강력한 협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형태는 연합체형식 또는 단일 GA로 다르긴 하나 GA의 대형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이는 조직 규모에 따라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등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GA와의 판매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상대 GA의 규모, 매출, 내부통제 역량 등을 고려해 수수료를 차등지급하고 있다.
자연스레 보다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한 GA업계의 이합집산은 빨라지고 있다. 특히 중‧소형 GA를 넘어서 500명 이상의 설계사를 보유한 대형 GA까지 이 같은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험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도 중소 보험사의 자산규모를 넘어선 대형 GA가 드물지 않다. 대형을 넘어선 ‘초대형 GA’의 등장이 현실화될 경우 보험사는 수수료 등 협상 과정에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중소 보험사가 GA의 판매량에 따라 한해 매출이 요동칠 정도로 GA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GA는 보험업계 최대의 이슈 판매채널이 됐다. 보험업계 일각의 평가처럼 ‘GA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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