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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5G 단말기가 LTE보다 저렴한 이유

이통사 과열경쟁에 보조금 기승…4차 산업 기반 확대 지향 제재 ‘신중’

(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최신 5G 스마트폰에 역대 최고 수준의 공시지원금이 실리면서 기존 LTE 모델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공시지원금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통 3사의 5G 보조금 경쟁이 정부의 5G 요금 인하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정부가 4차 산업 기반인 통신망 투자 비용 회수에 제동을 걸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5G 가입자 유치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G가 무주공산을 누리던 5G 시장에 LG전자의 V50 ThinQ가 진입하면서 보조금 경쟁에 불이 붙은 것.

 

가장 먼저 KT가 갤럭시 S10 5G 256GB 모델 공시지원금을 78만원(무제한 요금제 기준)으로 상향했다. 이에 질세라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도 같은 모델에 각각 61만5000원, 63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갤럭시 S10 5G의 경우 출고가가 139만7000원으로 LTE 단말기(105만6000원)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LTE 모델에 대한 공시지원금은 현저히 적다. 현재 이 모델에 지원되는 최대 공시지원금은 21만원이 전부다.

 

이에 따라 LTE 모델이 5G 모델보다 34만1000원이 더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실구매가는 최대 22만9000원 더 비싼 상황이다.

 

가격 역전 현상은 비단 갤럭시 S10 5G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일 출시된 V50 ThinQ도 파격적인 공시지원금이 실리면서 전작인 V40 ThinQ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법보조금까지 더해지면서 공짜로 사고 오히려 10만원을 ‘페이백’ 받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G 가입자를 초기에 적극적으로 유치해 시장의 흐름을 잡으려는 이통 3사의 마케팅과 그간 침체됐던 단말기 시장에서 5G 호재를 만나 판매량을 확대하려는 제조업체의 뜻이 맞아 신제품에 공시지원금이 이례적으로 높게 책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 3사에 대해 무분별한 불법보조금 경쟁을 즉각 중단하고 불법보조금에 충당되는 비용만큼 5G 요금 자체를 인하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이통 3사에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과징금 28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당시 방통위는 이통 3사의 영업정지도 안건에 올렸지만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명목으로 과징금 부과에 그쳤다. 사실상 경고만 반복한 셈이다. 실제로 방통위는 시장조사에 대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일부 과열경쟁 양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5G 상용화 이후 일일 번호이동은 지난달 1만1000여건으로 전월(1만1300여건)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에도 9600여건에 그치면서 통상 과열 기준으로 삼는 일일 번호이동 2만4000개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5G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5G에 대해 “산업과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지원금에 대한 제재는 물론 5G 요금 인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우는 정부가 섣불리 나섰다가 핵심 기반인 5G 망 투자 비용 회수를 방해해 관련 산업이 타격을 받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의 핵심인 빅데이터·블록체인·인공지능(AI)·드론·바이오헬스·스마트시티·미래자동차·에너지신산업·스마트공장·스마트팜 등 모두 5G와 밀접하므로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에 치중할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아직은 5G 시장 초기이기 때문에 정부가 행정조치에 들어갈 경우 시장이 생각보다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결국 세계 최초 5G 선도국가를 이루려는 정부와 뜻이 맞닿은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5G 요금 인하는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로 볼 수 있지만 민간시장에서의 가격 결정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며 “5G는 당장 모든 국민에게 필수적인 보편적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신 인프라는 국민 기본 서비스지만 5G까지 포함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좀 더 많은 국민들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통신비 절감 방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제 막 시작되는 5G 시장에 제한부터 건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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