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올해 상반기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무려 -76.0조원에 달했다.
통합재정수지는 국가재정의 실질 체급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글로벌 환란기를 제외하면 거의 항상 흑자를 보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1년 중 고작 6개월 지난 시점에서 심각한 재정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해 1~6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 평균 연간 적자가 –16조 정도(1998~1999년)였고,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은 -17.6조원, 코로나 19때인 2020년은 –71.2조원 정도였다.
이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2021년 –30.5조원, 2022년 -64.6조원, 2023년 –36.8조원이었다.
2024년엔 겨우 반년 만에 –76조원을 찍은 것이다.
상반기에 나랏돈을 너무 많이 써서 재정이 터진 게 아니었다.
6월 말 누적 총지출은 371.9조원으로 연간 목표대비 집행률은 56.6%였다.
정부는 경제개선을 위해 상반기 지출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통 50~60% 사이를 오간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에는 집행률 60%, 지난해 상반기에는 57.7%를 썼다. 올해 특별하게 더 쓴 건 아니었다.
사고가 터진 곳은 돈 들어올 곳이었다.
나라에서 돈 들어올 구멍은 크게 세 곳. 세금, 기금수입(4대 보험 등), 세외수입(과태료‧벌금 등)이 있다.
기금은 사람이 살아 있는 한 경제 상관없이 꾸준히 걷는다. 전체 수입 가운데 기금수입 비중이 30~35% 정도, 세외수입은 5% 정도다. 당연히 올해도 예년만큼 정상적으로 걷혔다.
반면, 세금은 철저히 경제상황과 제도에 따라 늘고 줄어든다. 경제가 좋아서 물이 콸콸 흐르면 잘 걷히지만, 물이 콸콸 흘러도 감세로 물 들어올 구멍을 좁히면 찌익 나오고 끝이다. 전체 국가수입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65%를 차지한다.
1~6월 국세 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0조원 줄었다. 연간 목표대비 달성률(세수진도율)은 고작 45.9%, 평년 달성률(52.6%)보다 무려 6.7%포인트나 날아갔다.
소득세는 6월까지 52% 정도 걷어주는 게 통상이었다. 그러나 올해 6월 누적 소득세는 58.1조원으로 연간 목표대비 46.2%에 그쳤다.
정부의 2022년 세법개정 소득세 감세 역시 한몫했지만, 내수 위축으로 인한 자영업자 종합소득세 세수 감소, 2023년도 대기업 근로자 성과급 축소 등이 겹쳤다. 경제 위축이 제대로 타격을 먹힌 영역이었다.
법인세는 6월까지 30.7조원이 걷혔다. 평년 6월까지 연간 목표치의 58% 정도는 걷어줬던 세금이 올해는 고작 39.5%로 결딴이 났다.
기재부는 기업 영업이익 저하를 이유로 드는데,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말 심각한 부분은 경상성장률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경제가 좋으면 세금도 잘 걷힌다. 그런데 지난해 경상성장률은 마이너스가 아니었다.
2024년 경상성장률은 4.5%.
2021년 7.9%에 미치진 못하지만, 2022년 3.3%보다 괜찮았고, 세수 동력에 불이 붙었던 2014년(4.3%), 2015년(6.2%), 2016년(5.3%)에 비해 나름 괜찮다고 볼 만한 부분이었다.
이것은 물 나올 구멍이 좁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2022~2023년 대기업 몰아주기식 감세를 밀어붙였고, 과도한 감세는 이익이 나도 세금은 안 걷히는 비정상 구조를 만든다. 이런 식으로 물구멍을 더 망가뜨리면 대기업에선 물이 콸콸 흘러도 세금은 찔끔 걷히고 말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선 8~9월 있을 법인세 중간예납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부가가치세만이 41.3조원으로 연간 목표대비 50.7%를 달성했는데, 평년(49%)보다 달성률이 높아졌다.
이 역시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정부는 2022년부터 올해 내내 공공요금을 올리고 있다. 내수 위축기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 인상을 크게 부추긴다. 내수가 망가져도 부가가치세는 더 많이 걷게 된다. 사실상 부가가치세 증세 효과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증세 효과는 한정적이다.
기재부는 7월 1기 부가기치세 확정신고, 10월 2기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등을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기본적으로 부가가치세는 소비가 늘어나야 오르는 세금이다. 지금처럼 소득이 줄고 고물가가 유지되고,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부가가치세 반짝 반등은 기대할 것이 못 된다.
들어올 돈이 없게 되면, 기재부는 지난해 그러하였듯 올해도 소위 자연스러운 불용, 즉 돈을 쓰지 못하도록 지자체에 교부세 등을 내려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내수 경제를 더 위축시키게 되고, 세입 기반을 흔든다.
그 결과 6월 말 누적 정부 총수입은 296조원, 연간 목표대비 달성률은 48.3%였다. 예산 대비 기준인데 곳간 사정이 잘 풀리면 60%까지 근처까지 걷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55% 전후로 번다.
하지만 올해는 고작 48%에서 빌빌대는 상황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제 겨우 올해 중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6월 기준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76조인데, 예산 집행률이 56.6%란 이야기는 최소한 40% 정도는 더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통합재정수지는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 흐르는 개념이라서 하반기 숫자가 줄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실제 2022년의 경우 정부는 통합재정수지 –64.6조원 적자를 냈는데, 그해 6월 기준 통합재정수지적자가 –75.0조원이었다.
2023년의 경우도 6월까지 –55.4조원 정도 적자가 났지만, 연말 결산에 들어가서는 –36.8조원에 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2년의 경우 총 국세 규모가 395.9조원으로 세금이 역대 최고로 펑펑 걷힐 때였다. 1년 전에 비해 약 52조원, 2년 전에 비해 무려 110조원이나 세금을 뽑아냈다. 또한, 당시 적자는 현 정부가 추진한 52조원 추경이 있었기에 정부 스스로가 의도한 바였다.
2023년의 경우 344.1조원으로, 목표치보다 56.4조원이나 세금이 덜 걷히자 외평기금에서 돈을 꿔오고, 지자체에 줘야 할 돈 18.6조원을 주지 않는 등 온갖 방법으로 쥐어짜서 겨우 만든 숫자가 통합재정수지 –36.8조원이었다.
외평기금에 진 빚이 국가채무에 잡히지 않아서 –36.8조원이었지, 세수펑크를 감안하면 –60조원이 나올 수도 있었던 해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세금 연간목표 달성률이 더 떨어질 것 가능성이 크다. 세수펑크 규모도 보수적으로 잡아도 –30조원인데, 이것도 지난해 정도 걷혀야 가능한 수치다. 지금 상황을 볼 때 지난해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만큼 달성률 저하 및 좁혀놓은 물구멍 여파는 심각하다. 이런 흐름이라면 올해는 추경도 안 했는데 2022년 –64.6조원보다 더 적자가 나올 수 있다.
현 정부 방침을 볼 때 지자체 불용은 당연히 벌어지겠지만, 이미 지난해 한 번 조여놓은 상황이다. 어느 정도 돈이 벌리는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가난한 지자체들은 두루 타격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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