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9월까지 세금이 지난해보다 50.9조원 덜 걷혔다.
정부는 올해 4.6조원 가량을 더 걷겠다고 목표를 세웠는데, 이것까지 반영하면 55.5조원 가량이 펑크난 셈이다.
기재부가 올해 세수펑크 59.1조원을 전망했고, 10~12월 동안 –3.6조원선에서 방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세수펑크는 매월 –2~-3조원씩 발생하고 있고, 정부는 12월 종합부동산세에서 –1.8조원 손실을 예상하는 만큼 세수펑크 59.1조원을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됐다.
◇ 증권거래세에 선방한 8~9월
8~9월 동안 세수펑크는 –7.5조원이었다.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신고세수가 23조 초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양호한 실적이었다.
소득세는 보통 사업소득세와 양도소득세에서 감소가 발생해 –1.5조원을 기록했고, 법인세는 –6.7조원을 기록했다.
세수펑크가 8조원이 넘을 뻔 했지만, 증권거래세가 두 달간 약 1.3조원,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0.4조원이 더 걷히면서 세수펑크를 끌어 내렸다.
7월 시점에서의 코스피‧코스닥 주가지수 상승, 미 연준 금리 인하 기대심리, 증권가에서의 가을 반등설 등등이 겹쳤다.
부가가치세나 개별소비세에서는 대체로 지난해 수준은 유지했다.
◇ 3분기 소폭 소비 증가, 공매도 완전 금지
기재부가 예고한 연내 세수펑크 59.1조원을 지키려면 10~12월 동안 세수펑크 –3.6조원 선에서 방어를 해야 한다.
1년 중 세금 비수기는 5~6월, 8~9월, 11~12월인데, 10월 부가가치세 2기 예정 납부에서 한 몫벌고, 11~12월 비수기 동안 종합부동산세 외 특별한 세수감소 없이 선방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
10월 부가가치세 2기 예정신고는 조금 기대해볼 여지가 있긴 하다.
보통 부가가치세 신고는 직전 1분기 분을 받는다. 4월은 올해 1~3월치(1분기), 7월은 4~6월(2분기)치, 10월은 7~9월치(3분기) 식이다.
각 분기별 소비지출 실적이 중요한데, 한국은행 실질 국내총생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년대비 최종소비지출 증감률은 1분기 0.4% 증가, 2분기 –0.5%(속보치 기준). 3분기 0.2%(속보치 기준)이었다.
올해 부가가치세 세수 증감액은 소비지출 따라 4월 1.8조원(1분기분) 올랐다가, 7월 –1.6조원(2분기분) 하락했다. 소비지출이 3분기 증가했다는 점은 적어도 10월 부가가치세에서 지난해보다 소폭이라도 더 거둘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최근 고물가와 추석 대목에도 불구하고 3분기 소비지출 증가율이 0.2%밖에 안 올랐다는 점이다. 거의 지난해와 평행선을 유지한 수준이다.
11월은 부가가치세 환급철이라서 거두는 세금보다 내주는 마이너스 세금이 더 많다. 아주 크진 않지만, 마이너스 세수 요인을 일으킬 가능성은 있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호조 변수가 발생하긴 했다.
8, 9월은 미 연준 비둘기파 발언과 여러 주식 호재 스피커들이 이어지면서 거래량에 변동이 생겼다.
10월 이후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유가 상승 우려, 11월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 발언, 나아가 3분기 주식시장을 이끌어온 2차 전지주의 열기가 식었다.
그런데 정부가 11월 6일 공매도 금지 발표로 주가하락 요인에 큰 제동을 걸면서 주가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주가가 출렁이면 거래가 늘어나게 됐다.
현재 기재부의 퍼즐로는 10월~12월 동안 전년도 같은 시기보다 9000억원 이상 증권거래세 수입 증가를 기대하고 있으며, 공매도 금지는 이에 도움을 주는 조치이긴 하다.
하지만 세금 외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개인투자자들이 원했던 건 기관들의 공매도 무제한 상환기간 특혜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매도를 일방적으로 금지하면 주가조작단들이 금지기간 동안 수혜주 운운하며 작전주를 더 쉽게 부풀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증권거래세가 늘어도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면, 그러한 조치를 환영하기만은 어렵다.
◇ 버는 돈이 줄고 있다
하지만 부정요인이 작지 않다.
정부는 올해 세금 비수기 동안 꾸준히 –2~-4조원의 펑크를 냈다.
특히 소득세나 법인세는 확실한 손실이 관측된다.
소득세는 2021년 10월 9.4조원, 2022년 10월 9.8조원을 거뒀다. 법인세는 2021년 10월 2.1조원에서 2022년 10월 4.1조원으로 두 배나 뛰었다.
소득세는 부동산 경기 과열, 법인세는 수출 실적 호조 때문이다.
정부가 상반기 부동산 시장에 보금자리론으로 50조원이나 풀었지만, 어느 정도 가격 방어는 했을지언정 부동산 양도 시장이 확실히 반전됐다는 증거는 없다.
10월 법인세의 경우 6월 결산법인들이 내는데 주로 수입주류업체, 저축은행, 회계법인, 코스닥 쪽의 IT‧패션 업체 등이다(6월 결산법인).
기업이 잘 되거나 소비가 잘 되거나 부동산이 잘 돼야 이들 기업들이 잘 나가는 데 셋 다 지금 안 되고 있다. 이미 12월 결산법인의 1~2분기 영업이익은 74%나 무너졌다.
또 하나 우려되는 부분은 관세인데, 관세는 올해 세금 동향 가운데 한결같이 누적 하락 폭이 30%를 유지하는 영역으로 9월까지 –34.6%를 기록했다.
관세 그 자체는 세수 규모가 크지 않지만, 관세와 연동되는 수입 부가가치세 수입에 악영향을 준다.
◇ 마지막 퍼즐 종부세와 물가
종부세는 12월이 대목철이다. 지난해에는 12월 한달간 4.3조원을 거뒀고, 연간으로는 총 6.7조원을 거뒀다.
정부 올해 종부세 목표는 2020년 수준으로 감세하는 것이며, 2020년 종부세는 3.9조원이었다.
이미 올해 9월까지 1.8조원인데, 정부 목표대로라면 2.1조원만 거둬야 한다.
정부는 올초까지만 해도 2023년 종부세를 2020년 수준 즉 3.9조원 수준으로 내리겠다고 했는데, 정작 세금이 모자르자 세수 목표를 슬그머니 4.9조원으로 올려잡았다.
하지만 이미 공시가격 및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인하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한 상태에서 과연 기재부의 예상대로 4.9조원을 걷힐 지는 미지수다.
부가가치세가 어느 정도 걷힐 것이냐도 관전포인트인데 환율과 유가가 최근 상승세로 출렁이면서, 물가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국민들이 물건을 많이 사야 버는 세금인데 물가 상승은 소비단가를 올리지만, 소비 수요 자체를 위축시킨다.
◇ 위축되는 세금, 줄어드는 한국경제
올해 세수펑크 -59.1조원을 지키는 건 무리라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60조원, 민주연구원은 –62조원을 각각 전망으로 내놓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기재부 실책으로 역사상 최악의 세수추계 오류를 낸 것은 사실이며, 정부는 감축만을 고집하며, 예산지출이 뒤틀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IMF가 집계한 2023년 국가별 총지출·총수입 규모에 따르면, 한국의 1~9월 총지출 증감률은 –9.0%로 전년 같은 시기 대비 56.0조원 감소했다. 이는 한국 GDP 대비 2.5%에 달한다.
올해 2분기 경제규모 상위 30위권 국가 가운데 민간소비·정부소비·투자가 모두 감소한 것은 한국이 유일했다.
9월까지 정부 지출은 올해 목표지출의 73.2%로 2014년 통계집계 이래 가장 적었다.
내년도 IMF 세계정제성장 수정 전망치에서 한국은 2022년 10월 기준 전망치 2.0%에서 2023년 10월 1.4%로 0.6%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세계 성장 전망치는 2.7%에서 3.0%, 이 중 선진국 그룹은 1.1%에서 1.5%로 상승했다. 미국, 일본, 영국, 유로존, 브라질, 멕시코 심지어 전쟁 중인 러시아도 상승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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