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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체크] '정부24 마비' 차관은 사과, 장관은 기자회견…IT근로자가 본 세 가지 문제

컨트롤 타워 부재, 주먹구구식 하도급 등 문제 산발
대기업에 행정망 관리 넘길 경우 더 큰 부작용 우려
총체적 내부관리 체계, 인력 운용 정상화, 투명한 공개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24 서비스는 지난 17일 오후 1시 55분 서비스를 중단해 19일 오전부터 임시 가동에 들어갔다.

 

정부24 관련 크고 작은 장애들이 발생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수일에 걸쳐 전체 시스템이 마비된 건 처음이다.

 

정부24 사고지점은 새올-정부24 간 문 자물쇠(인증서)에서 발생했다.

 

이 자물쇠와 연결된 것이 분배기(L4스위치)인데 주민등록, 토지, 세무 등 각각의 요구를 맞는 부서 서버로 돌려준다.

 

정부는 자물쇠나 분배기를 통으로 교체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봤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네트워크는 일종의 강물처럼 연결돼 있어서 사고지점만 치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파악하려면 전체 네트워크 구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봐야 하는데 정부에는 총괄 관리하는 영역이 없다.

 

 

 

◇ 문제 1. 컨트롤 타워의 부재

 

민주노총 산하 IT노조 소속 김한울 사무국장은 20일 본지 전화통화에서 장비 탓이 아니라 부실한 관리체계를 문제로 삼았다.

 

현재 각 부처들은 필요에 따라 각자의 전산망을 운영하고, 현재 정부24는 이를 이어주는 포털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민원서비스를 늘려갈수록 내부 구조는 복잡해지는 데 정작 정부 내부에 전체 행정망을 총괄 관리하는 자원은 없다.

 

각 영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뿐이 아니라 어떤 영역이 어떻게 바뀌고 무엇이 새로 개발되는지 전체 수원과 물 흐름을 보는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정부는 감독만 하고 민간에서 정부 행정망을 총괄 관리하게 하자는 발상에 대해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전 국민의 민감 정보가 흐르고 있는 길 관리를 일개 민간 기업에 맡겨버리면 위험성도 크고, 민간기업이 운영한다고 해서 꼭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만일 업체를 바뀔 경우 새로운 업체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하도급을 돌려서 일하는 사람(하청직원)은 그대로인데 원청만 바뀌는 주먹구구식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한울 사무국장은 원인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전산을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의 길은 네트워크인데 도로나 항만, 항로를 관리하듯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김한울 사무국장은 정부 내부에 정부 행정망 총괄 관리를 담당하는 자원을 두고, 꾸준히 유지 해서 운영 능력이 축적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 문제 2. 도급 빼먹기 우려

 

김한울 사무국장은 한국 IT산업의 고질병인 하도급 구조도 문제 삼았다.

 

원청에서 제대로 된 보수를 줘도 원청-하도급-재하도급-재재하도급 등 수없는 중간관리자가 돈을 빼먹으며 실제 유지보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바싹 마르는 현상이다.

 

그는 이에 대해서도 반드시 철저한 조사와 감사 등을 촉구하는 한편,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와 정부24 서비스 중단 사태가 IT산업의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문제 3. 깜깜이 설계

 

정부 행정망은 건물과 건물이 이어진 복잡한 거대 구조물이지만, 진짜 가치는 그 안에 있는 데이터들이다.

 

이 구조물에서 어디에 금이 갔고, 이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려면 전체 건물 설계도가 필요하다.

 

김한울 사무국장은 이를 외부에 공개해 학계나 전문가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오픈 소스)가 있다고 전했다.

 

보안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보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건물 도면을 공개하면 학계나 전문가들을 통한 외부 조력을 받고, 투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

 

최악이 원인 파악 없이 거짓 해명으로 넘어가는 일인데 이를 방지할 수도 있다.

 

김한울 사무국장은 “정부 24가 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복잡하게 발전하는 만큼 이번 사태 이상 큰 사고가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며 “모든 IT시스템 설계의 가장 기본이 장비오류 발생인 만큼 이제라도 총괄 관리 체계 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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