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전년 대비 70% 이상 많은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비책을 세우라고 압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분기에만 4대 금융이 적립한 충당금이 3조원을 넘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대 금융의 충당금 적립액이 전년(5조2080억원) 대비 71.39% 많은 8조9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충당금은 기업이나 가계에 돈을 빌려주고 받은 대출채권 중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을 향후 회계 처리시 상각하기 위해 미리 적립해 두는 자금이다.
금융사별로는 KB금융(3조790억원)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신한금융(2조2510억원), 우리금융(1조8810억원), 하나금융(1조7150억원)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4대 금융은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 관련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역시 KB금융(1200억원)이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548억원), 하나금융(822억언), 우리금융(960억원) 순이었다.
이처럼 4대 금융이 전년 대비 막대한 충당금을 쌓은 것은 부동산 PF 도미노 파산 우려에 대비하라는 금융당국 압박 영향이 컸다.
실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착수하면서 부동산 PF발(發) 건설업권 부실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비수도권의 부동산 PF 사업장 부실 리스크는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부동산 PF가 ‘우리 경제 뇌관’이라고 지목하며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위험 요인을 철저히 점검해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유도할 것”이라면서 “부동산 PF 관련 손실 인식을 미루는 금융기관은 시장에서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금융사들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를 주문한 만큼 금융사들이 부동산 PF 사업장을 평가해 부실 사업장을 가려내고 정리하는 수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금융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33조929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 전체 건설업 대출 잔액만 53조6000억원이다.
이에 최근 4대 금융은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재실시했고,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평가를 진행하며 사업장이 청산될 경우 회수 가능한 금액과 사업장의 담보가치 등을 재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금융지주 또한 상황은 다르지 않다.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BNK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 지방 금융지주사 계열 은행 5곳에서 충당금 총 1조3000억원을 적립했다.
지방 금융지주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예년 대비 높은 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역성장까지 감수했다.
은행권 충당금 쌓기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지난해만큼 보수적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지난해 역대급 수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만큼 올해에는 충당금 적립 기조는 이어지되 지난해보다 많은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충당금 적립을 통해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소위 ‘방파제’는 갖췄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