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획재정부가 물가 둔화 흐름이 다소 주춤하지만, 전반적으로 2~3%대 관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는 취지의 리포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소득이 정체되고,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별다른 물가지수 하락이 포착되지 않고 있고, 공공요금 상승이 높게 형성된 물가를 뒷받침하고 있어 당분간 소비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둔화 흐름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 경기 회복 흐름과 고용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경제 회복이 민간 소비·건설투자 등 일정 영역에서 또렷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다.
소비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이 돈을 벌어야 돈을 쓰는데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월평균 395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1.8%에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가공식품이나 외식물가는 각각 6.8%, 6.0%나 올랐다.
돈을 더 벌려면 수출 실적이 들어와야 하지만 2022년 수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1, 2월 수출은 1071억 달러, 2023년 1, 2월(964억 달러)보다 100억 달러 넘게 증가했지만, 2022년 1, 2월(1097억 달러) 실적에는 미치지 못한다.
올해 3~8월은 지난해 3~8월(3100억 달러)보다는 많이 벌겠으나, 3600억 달러 정도는 벌어놔야 2022년 수준까지 다시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전망은 다소 불투명한데 수입이 자꾸 고꾸라지고 있다.
수입은 약 65%는 내수, 25% 정도는 수출용으로 내수 및 경제 성장에 대한 밑거름인데, 올해 1, 2월 수입은 1025억 달러로 2023년 1, 2월(1144억 달러), 2022년 1, 2월(1141억 달러) 수입량에 미치지 못한다.
원자재로 1월 –11.6%, 2월 –19.1%를 기록했으며, 소비재도 같은 시기 각각 –5.1%, -6.6%, 자본재 –3.1%, -5.3%가 줄었다. 가공과 소비 둘 다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소비를 늘리기에는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
주원인은 유가와 환율이 꼽히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윤석열 정부 물가상승은 다른 점이 몇 개 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기준연도 2020년)를 보면 겨우 2년 사이(2022~2023년) 9.1이나 뛰어올랐는데 이는 2012년에서 2020년 9년간 물가 오름세와 맞먹는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과거에 비해 4배속으로 물가가 올랐다는 뜻이다.
2022~2023년 국제 유가는 80~90달러 후반 선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90~100달러 후반 선으로 움직였던 2012~2015년 물가지수는 4년에 걸쳐 5.0정도 오르는 것에 그쳤다.
환율은 확실히 높다. 환율을 보면 2012~2015년 1100원 선에서 안정상태를 유지한 것에 반해, 2022~2023년은 1300원대에서 움직였다. 몇몇 경제평론가들은 정부가 금리 인상을 억제해 부동산을 지원했던 후폭풍이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2년간 9.1 지수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와 비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로 이명박 정부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와 고환율, 고유가가 겹쳤던 2008년 소비자물가지수가 4.2나 솟구쳤지만, 2009년에는 2.6, 2010년 2.9 정도로 누그러뜨렸다.
보통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오르면 외식물가와 가공식품 물가가 뛰고, 석유류를 사용하는 세제 쪽 물가가 뛴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동일하게 포착된다.
반면 이명박 정부가 물가상승을 틀어막았던 영역이 있었는데 그게 신선식품 쪽과 공공요금 쪽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신선식품과 공공요금의 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과거에는 신선식품지수의 경우 생활물가지수보다 지수가 약 2점 정도 높은 상태에서 움직여왔다.
양 지수 간 격차는 2022년 7월 4점대로 벌어지더니 지난 2월에는 116.29 대 122.02로 무려 5.73이나 확 벌어져 버렸다.
상승 폭도 2022년 7월~2024년 2월까지 생활물가지수 쪽은 110.75에서 116.29로 5.54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식품물가지수 쪽은 113.13에서 122.02로 8.89로 대폭 상승했다.
이밖에 아파트 관리비는 2022년 1월 106.41에서 2024년 2월 121.64, 보험료는 2021년 12월 109.78에서 2024년 2월 159.97로 폭등했다.
공공요금의 경우 아래와 같다.
상하수도 2022년 12월 105.42에서 2024년 2월 111.79(6.37).
하수도료 2022년 12월 108.87에서 2024년 2월 114.97(6.10).
전기 2022년 2월 105.39에서 2024년 2월 142.21(36.82).
도시가스 2022년 4월 97.37에서 2024년 2월 136.18(38.81).
도시철도 2023년 9월 100.00에서 2024년 2월 110.88(10.88).
시내버스 2023년 7월 100.45에서 2024년 2월 121.66(21.21).
택시료 2022년 11월 100.90에서 2024년 2월 112.04(11.14).
고환율, 고유가, 고물가 상황에서 공공요금마저 손을 댈 경우 물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명약관화하다.
이명박 정부가 공공요금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물가지수가 안정화된 2011년에야 공공요금 인상에 나섰으며, 고물가로 불난 곳에 기름마저 끼얹지는 않았다.
한편, 정부는 “조속한 물가안정 기조 안착에 총력 대응하는 가운데 민생·내수 취약부문으로의 온기 확산 등을 통한 균형 잡힌 회복에 역점을 두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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