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강민수 국세청장 취임 후 세무‧회계업계를 들끓게 했던 부동산 감정평가 과세가 내년부터 강화된다.
국세청은 내년부터 부동산 신고가액이 국세청 추정 시가보다 5억원 이상 낮거나, 차액 비율이 10% 이상이면 국세청 부동산 감정평가 대상에 포함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감정평가 대상을 ‘국세청 추정 시가보다 10억원 이상 낮을 경우’에서 ‘국세청 추정 시가보다 5억원 이상 낮을 경우’로 대폭 낮추는 것 ▲주로 꼬마빌딩에 하던 것을 단독주택‧고가아파트에 대해서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꼬마빌딩이나 단독주택처럼 거래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 물건들은 상속‧증여세를 매길 때 기준시가 60%로 신고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기준시가란 공시가격과 유사하게 나라가 세금 매기기 위해 설정한 가격을 말한다.
그런데 한국은 부동산 부양으로 경제성장률을 꾸미는 나라인데다 여러 이권이 얽혀서 기준시가를 시가보다 낮게 꾸려왔다. 특히 고가의 땅, 주택, 건물의 경우 더더욱 낮게 설정해줬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기준시가가 상속증여세 업무로 들어가면 문제가 일으키게 되는데 본래 상속증여세는 기준시가 신고가 아니라 시가 신고가 기준이다.
하지만 상속증여는 바로 시가를 확인할 수 있는 매매와 달리 그냥 공짜로 넘겨주는 것이기에 시가가 정확히 확인이 안 된다.
세법에서는 이럴 때 기준시가를 이용하는 보충적 평가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특히 고가 부동산을 가진 납세자들은 보충적 평가 방법으로 실질보다 세금을 과도하게 덜 냈던 것이다.
하지만 기준시가 신고는 터무니없는 경우를 종종 낳았는데 부동산값이 갑절로 뛴 상속인이 가격상승 이전 기준시가로 슬그머니 신고해 막대한 세금 차익을 누리려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19년 국세청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을 도입, 2020년부터 터무니없는 상속증여세 신고에 대해 국세청이 감정평가로 시가를 확인, 과세하도록 했다.
취지는 올바르다고 평가받기는 했지만, 예산이 적어 그렇게까지 많이 하는 사업은 아니었다.
2020~2023년까지 총 4년간 예산은 156억원, 감정평가 대상은 727건에 불과했다. 이에 세무회계시장에선 유명무실하다고 보고 기준시가 기준 신고를 부추겨 왔다.
반면, 국세청에선 감정평가 사업 효과가 충분히 있다는 입장인데, 실제 감정평가 사업을 통해 4년간 추가 과세한 금액이 3.3조원에 달한다.
이 중에는 행정심판 및 소송으로 넘어간 사건들이 있어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제법 상당수는 국세청 판단이 인정받고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강민수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내년도 국세청 예산안 편성 때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그리고 이를 국회가 받아들임으로써 이번 조치에 이르게 됐다.
국세청에선 세금은 조삼모사인 측면이 있어 상속증여세를 충분히 냈다면, 추후 매매를 통해 양도소득세 낼 때 세금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하고 있지만, 고액 자산가들은 세금 신고 단계마다 각종 방법으로 절세하고 있으니 금액 측면에서 추가 부담은 불가피해 보인다.
납세자 스스로 감정평가 신고를 하면 500만원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이 역시 너무 낮게 신고하면 부동산 감정평가 대상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다만, 감정평가법인을 끼고 신고하면 기준시가보다 확실히 국세청에서 신고가격을 반려하는 경우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국세청은 부동산과다보유법인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골프장‧호텔‧리조트 및 서화‧골동품에 대해서도 감정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본 사안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국세청장 훈령 위임사항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국회 예산 지원이 없으면 하고 싶어도 못 하고, 예산 지원하면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한다.
다만, 예산 편성을 국세청에서 담당하니 국세청장의 의지가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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