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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이슈체크] 배상 시작했지만…갈 길 먼 ‘홍콩 ELS 사태’

은행권 평균 배상 비율 30~40% 안팎 추정
투자자들 거센 반발…원금 전액 배상 요구도
금융당국도 책임론 피하기 어려워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은행들의 손실 배상 절차가 본격화된 가운데 피해자와 은행이 배상 비율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 평균 배상 비율은 30~40% 안팎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더 높은 배상 비율을 요구하는 중이다. 일부 투자자는 원금 전액 배상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지난달 4‧10 총선이 마무리된 만큼 금융정책에도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H지수 ELS 사태가 촉발된 배경, 은행과 투자자 간 입장차, 금융권 안팎에서 포착되는 파급 효과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 ELS는 무엇인가

 

많은 투자자들의 피해를 양산하며 이목이 집중된 ELS는 주가가 폭락하면 원금의 절반 이상을 잃을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특히 이번 홍콩H지수 ELS 상품은 외부 요인인 홍콩H지수 하락 때문에 발생한 손실인 만큼 애초에 원금 손실을 막기 쉽지 않다.

 

홍콩H지수는 2003년 처음 판매돼 20년 넘게 거래되며 오랜 시간 인기를 끈 상품으로 지난해 말 기준 판매잔액이 무려 18조8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높은 관심이 무색하게 금융상품 구조는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해당 상품에 대해 전문가 수준으로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상품 손익 구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하기 어렵다.

 

실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 중 다수가 충분한 이해 없이 투자를 시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H지수 ELS 상품의 경우 파생 상품으로, ‘파생’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주식이나 채권 등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라 상품가격이 만들어져 결정되는 형태다.

 

기초자산은 물론 가격이 어떤 식으로 결정되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하므로,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상당한 난이도를 요구하는 형태인 셈이다.

 

그렇다면 홍콩H지수란 무엇인가. 홍콩H지수는 중국 본토, 홍콩에 동시 상장된 50개 우량기업 주가 변동을 종합적으로 나타낸 지수다. 즉 기초자산 중 홍콩H지수가 포함된 상품을 통틀어 홍콩H지수 ELS라 일컫는 것이다. 말 그대로 홍콩H지수 ELS의 경우에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홍콩H지수 ELS 상품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일정한 기준선을 제시하고 만기 시점에 홍콩H지수가 해당 기준선을 넘어선다면 수익과 원금을 돌려주게 된다. 맹점은 홍콩H지수가 기준선 아래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홍콩H지수 ELS 사태를 일으킨 요인은 2021년 판매됐던 상품들이다. 이때 홍콩H지수 ELS는 약 19조원 발행됐다.

 

그러다가 2021년 2월부터 홍콩H지수가 급락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홍콩H지수는 2021년 1만 2100선까지 올랐다가 2년 만에 5000선까지 후퇴했고 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상태로 투자자들은 2024년을 맞았다. 2021년에 판매된 홍콩H지수 ELS의 3년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투자자들의 추가 손실은 총 4조6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은행과 투자자 간 배상비율 ‘간극’

 

현재 투자자들은 은행들이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주장하며, 높은 배상비율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이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 위험성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투자자들의 주장대로 은행들이 홍콩H지수 ELS 판매를 진행하면서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정황도 여럿 발견됐다. 일례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서 첫 장에 ‘위험등급 유의 사항’이 기재돼 있어야 함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누락, 투자자가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한 경우가 있었다.

 

다만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정황만 발견된 것은 아니다.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 대부분 과거에 ELS 투자 이력이 있었던 점이 그 부분이다. 이는 관련 상품 투자 경험이 많으므로 스스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투자자들 중 현재 보유한 홍콩H지수 ELS 상품이 첫 ELS 투자인 경우는 6.7% 수준에 그쳤다.

 

은행과 투자자들 모두 과실이 있다고 지목될 수 있는 정황이 있으므로 양측 간 협상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 평균 배상 비율은 30~40% 수준일 것으로 전해지는데 불완전판매 소지가 명백하지 않다면 배상 비율은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투자자 다수가 30% 구간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 비율이 모두에게 공통 적용된다는 것은 아니고 사안별로 각각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9일 홍콩H지수 ELS에 투자한 한 투자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차등 배상안 철회’ 내용의 청원을 올렸고 청원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면 집단 분쟁 조종이나 소송 등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금감원이 홍콩H지수 ELS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한 후 은행들은 자율배상을 시작했으나, 증권사들의 경우 어떤 계획도 발표되지 않은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관련 불완전 정황이 확인된 판매사들 대상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사한 바 있다. 판매 원칙 위반 여부, 내부통제 부실 정도를 따져 판매자 요인을 고려하고 ELS 투자경험, 금융상품 이해도 등 투자자 요인을 가감해 배상비율을 정하도록 한 것이다.

 

은행권은 즉각 자율배상위원회나 이사회 등을 열고 자율배상 절차에 속도를 냈다.

 

이에 증권사를 통해 관련 상품을 가입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을 통한 투자자들과 비슷한 피해를 겪었음에도, 자율배상 절차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 은행 실적잔치 끝나나

 

이처럼 배상 과정에서의 파열음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의 실적에도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 예상 배상액은 상반기 중 9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배상금은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된다. SK증권의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국민은행의 예상 배상액은 8800억원 수준이며 하반기 1500억원 수준의 배상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은행은 3200억원, 하나은행은 1900억원, 농협은행은 2900억원으로 추정됐다.

 

수천억원대 수준의 배상금이 비용으로 잡힐 예정인 만큼 금융지주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입힐 수밖에 없다. 해당 비용은 연간으로 따져봤을 때는 수익으로 상쇄가능한 수준일 수 있으나, 일단 1분기만 놓고 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의존도에 따라 타격을 입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며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은행이 얼마만큼 차지하는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총선 끝나자 긴장감 감도는 금융권

 

지난달 4‧10 총선이 마무리된 가운데 홍콩H지수 ELS 사태로 시작된 금융상품 규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ELS 등 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 규제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야당은 총선 중 더 강력한 규제를 약속한 상태다. 사전승인제를 도입해 ELS와 같은 장외파생상품의 개인 판매 시 금융당국 심사 후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야당은 불완전판매에 따른 징벌적 손해 배상을 언급하는 등 금융사 대상 제재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금융당국 향한 책임론도…과제 산적

 

나아가 판매사는 물론 금융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2019년부터 은행권 ELS 상품 관련 불완전판매 문제가 잇따라서 발생했는데, 당시 금융당국은 ELS 포함 고난도 금융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한 달 만에 ELS를 포함한 일부 파생상품은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대책을 수정했다.

 

은행이 수익성 악화를 건의하자,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일부 파생상품을 그대로 판매하게 해주는 대신 감시‧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고위험상품 투자자 리스크 점검회의’가 사태가 발생했던 2021년에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암행점검 역시 실행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은 “홍콩H지수 연계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에 관련해 당국이 보다 면밀히 감독하지 못했다. 반성에 기초해 앞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제도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라며 책임 소지가 있음을 밝혔다.

 

은행권이 속속 투자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진 갈 길이 멀다. 은행이 제시한 배상비율과 투자자가 원하는 배상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상비율의 간극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금융지주들의 실적 둔화 전망, 아직 증권사들의 배상 계획은 발표되지 않은 점 등 홍콩H지수 ELS 사태 관련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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