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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예상대로 문 닫은 국회 조세소위…묻지마 예비비 증액에 野 반발

민주당 예비비 감액 추진에 국민의힘도 일방적 예산부수법안 상정 ‘맞대응’
여당 “민주당과 대화 안 하겠다” vs 야당 “눈먼 예산 깎겠다”
대통령 해외순방비 검증 안 받겠다는 정부
각 상임위서 ‘묻지마 예산’ 다툼 치열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14일 예정이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박수영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은 잠정 15일 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단초는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 소위원회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내년도 예비비의 경우 올해보다 14.3% 증액한 4조8000억원 규모로 쓰겠다고 국회 제출했는데, 명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감염병 재유행 가능성이다.

 

정일영 예산소위원장은 예비비는 정부 마음대로 쓰라는 돈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이 있을 때 충당하기 위한 일종의 비상금인데 정부가 무리하게 해외순방 비용을 예비비에 넣었다고 지적했다.

 

꼭 해외순방이 필요하다면 일반 회계로 쓰고, 예비비 삭감해 민생 예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뚜렷한 거부 의사를 내비치자 민주당은 내년도 4조8000억원 제출안에 대해 2조4000억원 감액안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해 퇴장했고, 민주당은 여당 없이 감액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치겠다…의문의 대통령 해외순방비

 

쟁점은 예비비의 용도와 목적이다.

 

예비비는 일종의 비상 경비로 국회가 정한 범위 안에서 정부가 필요한 데로 꺼내 쓸 수 있는 돈이다. 이 돈은 국회가 사용 내역을 살펴볼 수 없어 자칫 정부 내 눈먼 쌈짓돈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예비비 증액은 제한된 규모, 목적이 확실한 경우여야 명분이 있다.

 

현 정부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 비용‧잦은 대통령 부부 해외순방‧부산 엑스포 추진 등에 상당한 예비비를 썼다.

 

야당에서는 정부가 예비비를 쓰는 방식으로 무리한 지출(대통령실 이전) 또는 성과 없는 방만 지출(해외순방‧부산 엑스포)을 통해 국회 검증을 회피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해외순방을 갈 거면 국회 검증을 받는 일반회계에서 지출을 하라는 요구다.

 

이 싸움은 야당의 경우 대통령 해외순방비를 검증하겠다는 의도로, 또 여당과 정부는 대통령 해외순방비를 검증받고 싶지 않다는 의도로 각각 풀이된다.

 

여당은 조세소위에서 반격을 가했다.

 

예산소위원장은 민주당 의원(정일영)이지만, 조세소위원장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다.

 

박수영 조세소위원장은 예산부수법안 등 여당이 원하는 안건을 심의 대상으로 올렸다.

 

세법심의에서 민주당이 걸어온 예비비 싸움의 예봉을 꺾겠다는 의도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에 일괄 반대, 14일 예정된 조세소위에 전원 불참을 선언했다.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 증액 이유를 묻는 야당 vs 강 대 강 대치로 돌파하려는 여당

 

국회에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예산심의권이 있지만, 그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상대 정부의 예산심의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예산심의가 진행돼왔다.

 

다만, 현 정부 들어 세수와 예산 부문에서 과거 어떤 보수정부도 하지 않았던 독단적인 면모가 두드러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둘 다 세수펑크를 겪어봤지만, 어느 정부도 세수펑크 직후 연간 수조원대 감세를 한 바 없다. 또한, 세수펑크가 발생해도 지방교부세만큼은 꼭 챙겨주려 했다.

 

지방교부세는 한국 정부 행정의 모세혈관이며, 특정부위 모세혈관이 대거 작동을 안 하면 그 기능은 움직이지 못해 썩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한국 역사상 유례없는 2연속 초대형 세수펑크 직후 대규모 감세를 추진함과 동시에 지방교부세는 세금이 없다며 독단적 미지급을 단행하고 있다.

 

정부 재정이 말라붙어가는 상황에도 비상 경비(예비비)나 특수활동비와 같이 검증을 안 받는 재량 비용을 늘릴 수 있지만, 그러려면 확실한 근거와 사유가 있어야 한다.

 

국회 역시 정부 재량의 일탈 여지가 있는지, 해당 비용이 불가피한 것인지 심의하고, 목적과 용도가 확인할 의무가 있다.

 

현재는 민주당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정부 여당이 답변할 차례다.

 

정부여당은 뚜렷하고도 구체적 증액 사유를 답하는 대신 강 대 강 대치로 끌고 나가려는 분위기다.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이 올린 안을 부결시키거나, 소위에서 안건을 단독 처리해도 전체 기획재정위원회를 담당하는 송언석 기재위원장(국민의힘)이 안건 상정을 거부하면 그만이다.

 

태도 비판은 명확한 근거 없이 대화 상대를 부정, 외면하는 가장 안 좋은 형태의 화법이다.  최상목 부총리와 기재부 관료들의 모습 [사진=기재부]
▲ 태도 비판은 명확한 근거 없이 대화 상대를 부정, 외면하는 가장 안 좋은 형태의 화법이다.  최상목 부총리와 기재부 관료들의 모습 [사진=기재부]

 

기재부는 야당이 감정적이라며 태도 비판에 나섰다. 논거 반박은 근거가 있어야 가능한 화법인 반면, 태도 비판은 근거 없이 인상만으로 상대를 부정, 꾸짖겠다는 화법이다. 

 

한편, 예산을 둘러싼 싸움은 상임위 대부분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 전선은 정부 재량 예산 쪽이며 정부 통상 운용 쪽은 큰 마찰이 관측되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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