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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윤석열 정부, 1000억불 반도체 시장 부러뜨리고야 말았다 ①

중국‧베트남‧홍콩, 반도체 1000억 달러 시장 앞둔 탈중국 선언
중국‧홍콩 수출 대거 이탈, 2년새 비중 하락 7.7%p
불경기도 아닌데…지난해 동남아 비중마저 후퇴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천명했던 탈중국의 진실이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미중 2차 무역전쟁 선봉에 서고자 했다. 미국에 반도체를 내주고, 자동차를 얻고자 했다.

 

무역전쟁의 결과는 참담했다. 탈중국에서 멀어진 건 중국만이 아니었다. 한국 정부는 2023년 2.5% 성장을 기대했다. 실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2%에도 미치지 못하는 1.4%였다.

 

한국은 공장국가다. 땀 흘리며 검댕 묻은 얼굴들이 동아시아 가공무역을 통해 최빈국을 선진국으로 올려놨다. 동아시아를 버리고자 하는 건 이 성과를 다시 끌어내리고자 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싸움을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 정치는 경제이며, 경제는 정치다

 

한국은 공장국가다. 전체 수출의 93%를 석유화학 및 중화학공업으로 번다. 일본이 그러했듯 동아시아 가공무역 벨트를 타고 경제를 발전시켰다.

 

앞서 제조업 강국인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에 공장을 떠넘겨 단가를 낮추고, 이렇게 얻은 돈과 달러 기축 통화에서 뿌려지는 돈으로 금융을 돌렸다. 선진국들은 내수 기반의 서비스수지, 금융에서의 자본이득(본원소득수지)으로 저임금 개도국 제조업의 성과를 누렸다(오프쇼어링).

 

처음에는 일본이, 다음에는 한국이, 중국이 세계 공장 노릇을 하고 있으며, 그다음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이집트가 공장이 될 것이라고 국제 투자은행은 전망하고 있다(골드만삭스 경제전망보고서, 2075년으로 가는 길).

 

미국의 대중 무역전쟁은 중국에 대한 주도권 경쟁 측면이 있었지만, 이러한 공장국가들, 중국, 대만, 한국에서 돈이 되는 공장을 미국으로 모아두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유는 양극화와 경기침체였다. 미국은 1970년대 오일쇼크에서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로, 영국은 1980년대 대처리즘으로 이윤율이 낮은 제조업을 버리고 이윤율이 높은 금융업에 치중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을 민간에 풀었다. 돈은 돈이 더 많이 흐르는 쪽, 부유한 곳으로 흐르려는 속성이 있는데, 공공부문은 이를 막는 제동장치였다.

 

이러한 방식이 국부의 총량을 잠시 늘렸을지는 몰라도 사회는 병들어갔다.

 

고실업, 양극화, 저출산…. 금융에 의한 경기부양은 실물가치 이상의 거품을 만들었고, 부의 집중은 이끌어냈지만, 부의 분배와는 멀어졌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숫자놀음의 위기가 터졌다. 선진국들은 금융은 약일 뿐, 그 자체로 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빵을 만들려면, 숫자(돈)가 아니라 제조업과 제조업 일자리가 있어야 했다.

 

“심각한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제조업 기반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리쇼어링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업에서의 일자리 감소가 제조기업의 해외 진출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를 자국으로 되돌리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비가 촉진되어 경기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기에, 수년 전부터 기업들을 자국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각국 정부 간 경쟁이 치열하다.” (20.6.10. 월간 국토 2020년 6월호, 최예술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현재 바이든 정부는 공장국가들에 반도체, 친환경 기술, 인공지능, 나노기술만 건드리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

 

2017년 8월 29일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에 CJ가 만두공장 하나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극찬하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반도체 공장이든 만두공장이든 공장 하나가 자기 지역구에 들어가는 것은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선 후보도 마찬가지다.

 

철강‧자동차 등 미국의 핵심 제조업 지역인 러스트벨트는 2024년 미 대선 최대 전역이다. 2017년 이 지역 노동자들의 민심을 얻어 트럼프 행정부가 탄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윤석열 정부에게 당장 자동차 수입을 미끼로 첨단 반도체‧전기자동차 공장을 가져갔지만, 러스트벨트 민심을 가져오려면 철강과 디트로이트 내 내연자동차도 신경 써야 한다. 트럼프 후보는 지금 한국이 미국에서 흑자 보는 것을 모두 내놓으라고 할 사람이다.

 

 

“트럼프 1기 때 감소 추세에 있던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지난 몇 년간 자동차,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이 문제를 우려할 것이다.” (24.2.22. 미국 시각, 워싱턴특파원단‧코트라 공동인터뷰, 웬디 커틀러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의 발언)

 

◇ 반도체와 동아시아 제조업 벨트

 

2009년부터 15년 치 수출 장기추세선을 분석하면 한 가지 특이한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반도체는 한국의 주력 메뉴이긴 하지만, 2016년까지 특별하게 더 잘 팔리는 메뉴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2009~2016년까지 한국의 부문별 수출 비중은 ▲화공품(10.2~11.5%) ▲철강(7.8~8.8%) ▲기계류 및 정밀기기(9.0~11.1%) ▲승용차 및 자동차부품(9.4~12.7%)이었다. 반도체는 8.8~12.7% 정도에 불과했다. 수출액도 500~600억 달러 초반에서 멈춰 있었다.

 

 

그런데 2017년 한국 반도체 빅뱅이 터졌다. 1년 만에 갑자기 수출액이 60.2%나 뛰어올라 2017년 1004.7억 달러, 2018년 1295.3억 달러까지 돌파했다. 반도체의 수출 비중도 2016년 12.7%에서 2017년 17.5%, 2018년 21.4%까지 솟구쳤다.

 

이 모든 현상은 금융위기 이후 대침체, 중국과 동아시아 신흥국 변동과 관련이 있다.

 

한국 수출은 2012~2016년 사이 대침체기에 빠졌었다. 2012년 -1.3%으로 하향 조정, 2013년 2.1%, 2014년 2.3%로 수평횡보를 걷다가 2015년 -8.0%, 2016년 -5.9%로 떨어진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 재정위기(2010~2012) ▲신흥국 위기 발발(2012~2013) ▲그리스 디폴트(2015) ▲상하이 지수 대폭락 사태(2015~2016)까지 위기에 위기가 겹쳤었다.

 

한국은 이러한 위기를 중국 및 동아시아를 토대로 버텨왔다. 가깝고, 같은 공장 국가들이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값싼 동아시아 물건으로 물가를 방어했다. 공장국가 한국도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동아시아에 진출 공장을 만들었고, 자국에서 만든 좀 더 비싼 부품을 동아시아에 팔아 수출마진을 누렸다.

 

동아시아는 한국에서 받은 물건을 가공해 전 세계에 팔아 수익을 올렸다. 동아시아 간 교역이 활성화되면서 한국의 동아시아 수출 비중은 금융위기 이후 50%에서 최근 58%까지 늘어났다.

 

2017년 반도체 호황은 그런 흐름 속에서 터졌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6년 2.8%에서 2017년 3.4%로 회복되던 시기, 구글과 같은 IT기업들은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인공지능 시대를 천명했고, 공격적으로 데이터센터를 늘렸다.

 

물건보다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37.3%나 올랐고, 중국‧홍콩‧동남아는 물론 한국과 대만의 공장들도 팽팽 돌아갔다. 수년간 500~600억 달러에 묶여 있던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단번에 두 배 크기로 성장했다.

 

 

◇ 돈 앞에 우방은 없다

 

‘아메리카 퍼스트.’

 

2017년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성장과 더불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에도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2018년 7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보복관세로 1차 대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다.

 

대미 수출 비중은 2016년 13.4%에서 트럼프 행정부 초기였던 2017, 2018년 각각 12.0%로 억제됐다. 중국 경기 침체, 그리고 2019년 한국의 수출부진으로 이어졌다.

 

한국 반도체에 배가 아팠던 건 트럼프 행정부만이 아니었다.

 

일본은 미중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갑자기 중국‧홍콩‧동남아의 후방거점을 타격했다. 2019년 7월 한국에 대한 반도체 원자재 수출 제재가 그것이었다.

 

2019년은 여러모로 한국에 시기가 나빴다. 2017~2018년 들불처럼 솟구쳤던 PC, IT기기 호황이 하락세로 바뀔 시점이었는데, 하필 미중 1차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침체하면서 한국 반도체가 취약해지는 시점이었다.

 

일본은 그 약한 고리를 노리고, 2017~2018년 두 배 성장한 한국 반도체의 목을 치고자 반도체 원자재 수출 제재에 나섰으며, 한국 반도체 수출은 수요감소와 더불어 2018년 1295.3억 달러에서 2019년 965.9억 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일본은 한국에 원한이 있었다. 원래 반도체 최대 강국은 일본이었지만, 1986~1991년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미국 내 수출이 제한을 제한받으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 빈틈을 한국, 대만이 치고 나갔다. 한국과 일본은 1990년대 후반 반도체 원가전쟁에서 한계까지 싸웠고, 최종 승리는 한국이었다. 일본은 과거의 원한이 살아난 듯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 정부는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소재, 부품, 장비 산업 진흥 조치를 펼쳤고, 신남방 정책을 몰아붙여 동아시아 제조업 벨트 간 공조를 유지했다.

 

그동안 미중 1차 무역전쟁도 강제 소강기에 들어갔다. 2020년 코로나 19가 터진 데다, 2020년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에 먹칠할 일을 할 수 없었다.

 

덕분에 한국 반도체 수출은 2020년 코로나 19 위기에서도 1018.4억 달러로 조금이나마 회생할 수 있었다. 2021년 코로나 19 유행이 가라앉으면서 반도체 수출액은 1304.4억 달러로 원상복구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어서 ②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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