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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지난해 세수펑크 56.4조원 ‘43년만에 최악 오차’…외환위기 때도 안 이랬다

2023년 오차율 –14.1%, 유가파동 직전인 1972년 이래 최악
쪼그라든 세수동력, 박근혜 정부 3연펑 때보다 심각
서울만 잘 살면 끝? 세수피해 상당수는 못 사는 지자체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법인세 감세, 부동산 다주택자 감세, 해외배당금 과세폐지 등을 추진한 가운데 지난해 나라 세수펑크가 56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 적자는 작년 11월까지 통합재정수지 기준 19.5조원, 관리재정수지 기준 64.9조원 적자로 정부 지출이 12월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적자 폭이 매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가 15일 공개한 월간 재정동향 2024년 2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1조원으로 당초 예산안에서 목표했던 400.5조원보다 56.4조원 감소했다. 오차율은 –14.1%였다.

 

 

세수오차가 나쁜 이유는 한국은 주요국들과 달리 기획재정부가 꾸며놓은 세수 전망 액수(세수추계액)를 골조로 예산을 짜기 때문이다.

 

국회 추경이 있긴 하지만, 여야 합의로 진행해야 하기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여론몰이를 통한 제약도 상당하다.

 

따라서 세수오차는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재정운용 측면에서는 좋지 않다. 그러나 경제에는 마이너스가 더 치명적이다.

 

플러스 오차는 세수동력이 뛰어나서 예상보다 정부 지갑이 풍족하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마이너스 오차는 예상보다도 세수동력이 나쁘고, 정부 지갑을 상대적으로 쪼그라들게 만든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으로 마련한 2023년 마이너스 세수오차율(–14.1%)은 1972년(-15.7%) 이후 43년만에 나온 역대 최악급의 기록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도 좋지 않았지만, 현 정부만큼 굴러떨어지진 않았다(-13.3%).

 

 

2000년대 이후 한국 역사에서 마이너스 오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박근혜 정부 3연펑 사태(세수 3년 연속 펑크) 때로 2013년 –7.2%, 2014년 –5.3%, 2015년 –1.5%를 기록했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올해 예상 국세수입을 367.3조원을 제시했다.

 

2023년 목표세수였던 400.5조원에서 33.2조원 내려 잡은 것이긴 하지만, 2023년 실제 거둬들인 세금(344.1조원)보다는 23.2조원을 더 걷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지난해 12월 18일 ‘최근 세수오차 발생원인과 2024년 국세수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정부 예상보다 6조원 낮은 17조원 더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법인 실적이 회복되겠지만, 반도체‧수출 영역에서 정부 예상보다 회복이 늦어지는 점(-2.7조원), 금리가 과거처럼 내려가지 못해 부동산 거래가 제약을 받는 점(-1.3조원)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6조원 정도는 오차율 1.6% 정도로 약간의 견해 차일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지만, 정부 세금 체력 자체가 저하된 것은 심각하다.

 

e-나라지표에서 제공하는 1990~2023년 국세수입 실적을 보면, 1년 또는 2년 연속으로 세수가 떨어진 시절은 외환위기, 금융위기, 박근혜 정부 위기, 코로나19 위기, 윤석열 정부 위기(예상) 정도다.

 

이중 윤석열 정부의 세수동력 상실은 과거 그 어떤 정부 때보다 심각하다.

 

외환위기 때 국세수입은 1997년 69.9조원에서 1998년 67.8조원으로 전년도보다 –3.0%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1999년에는 75.7조원, 2000년에는 92.9조원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금융위기 때는 2008년 167.3조원에서 2009년 164.5조원으로 –1.7% 손실이 있었으나, 2010년 177.7조원, 2011년 192.4조원으로 회복했다.

 

박근혜 정부 3연펑 때를 돌아보면 2012년 국세수입은 203.0조원이었으나, 2013년 201.9조원로 –0.5% 정도의 손실이었다.

 

2014년 205.5조원, 2015년 217.9조원, 2016년 242.6조원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015년 정도에 원복을 달성했다.

 

윤석열 정부의 세수펑크는 앞선 위기와 급이 다르다.

 

2021년 344.1조원, 2022년 395.9조원, 2023년 344.1조원으로 전년도 대비 –13.1%의 손실이 났으며 2024년 목표세수를 봐도 전전년도 대비 –7.2%의 손실이 났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2년(2024년)이 지나도 2022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이후에도 원상복귀 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하다.

 

정부의 대응도 미비하다.

 

정부가 돈을 운용하는 방법에는 세금수입만이 아니라 국채 등 여러 수단이 있지만, 현 정부는 재정긴축을 기조로 하면서도 법인세 감세, 부동산 다주택자 감세, 해외배당금 과세 폐지, 대주주 주식양도세 감세 등 다양한 감세를 추진하고 있어 정부 재정 여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이 피해 중 상당수는 지방정부로, 특히 못 사는 지방정부로 간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잘 살아서 교부세(금)를 아예 안 받고, 덩치가 큰 시의 경우 의존도가 10% 가량이다. 하지만 군단위 같은 경우는 몇 십프로나 의존을 하고 심지어 총 예산의 절반을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데에서는 교부세(금)를 조금만 줄여도 재정 숨통이 틀어막힌다.

 

그런데 기재부는 지방정부에 줘야 할 교부세‧교부금 18.6조원을 내주지 않았다.

 

지방재정 역할이 잘 사는 지역과 못 사는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지역 특화를 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경제가 어려워서 세수가 감소하는 일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정확한 세수추계를 해야 이에 대비하는 재정을 짤 수 있다”라며 “추계모델을 공개하고, 상반기 실적을 보고 재추계하는 이동 추계(Rolling Forecast)를 하면 세수오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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