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 및 추계 오차 해법에 대해 외부전문가 목소리를 더 들어보겠다고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전문가의 컨설팅도 받고 민간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류의 변명은 과거 세수추계 오차 때마다 반복됐던 것이고, 세 번이나 크게 빗나갔기에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추 부총리는 세수추계가 틀린 이유에 대해 한 마디로 경기변동 폭이 커서 맞추기 어려웠다고 하는데 이는 세수추계에 의존하는 한국의 예산안 시스템에선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 될 수 있다.
경기변동 급변기일수록 더 정확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어림으로라도 세수추계를 맞추기 어렵다면, 그 대응력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재부 세수오차 때마다 ‘외부 ‧ 외부 ‧ 외부’
(경기) (협업) (전문가)
‘세수추계 때 외부 전문가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겠다.’
이러한 해명은 2018년 이후 대규모 세수오차 때마다 나오는 기재부의 단골 변명이다.
기재부 세수오차 규모는 2018년 25조원, 2021년 61조원, 2022년 52조원, 2023년 59조원(미정)이며, 기재부는 실패할 때마다 '외부' 경기 변동에 급격하여, 조세재정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등 '외부' 기관에서 조력을 더 받고, '외부' 전문가 목소리를 더 듣고, 이를 통해 모형을 정교화하겠다고 앵무새처럼 거듭해왔다.
그 외부 목소리에 국제기구 하나 더 넣어보겠다는 것인데 그마저도 앞선 외부 목소리 대책과 그리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 정국 따라 오락가락하는 세수추계
기재부가 지난 정부에서 딱 한 번 세수추계를 0% 대에서 귀신같이 맞춘 적이 있긴 하다.
2019년이었는데 기재부 세제실이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인 2018년 예산안에 세수오차를 무려 25.4조원이나 터트려버리자 화가 난 대통령 비서실 측에서 인사조치를 예고하자 기재부는 빠르게 꼬리를 내리고 초정밀 예측을 실현했다.
그렇지만 이후 기재부 세수추계는 신묘하게도 정치 흐름에 맞춰 출렁였다.
그 기점이 2021년 예산안(작성은 2020년 8월)이었다.
당시 정치 상황은 2019 조국 정국에 이어 2020년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이 터지면서 야당인 국민의힘의 우세가 점쳐지던 시점이었다.
기재부는 2020년 3~8월에 2021년 예산안을 짜면서 귀신같이 60조 세수추계 오차를 터트렸고, 여당에 불리한 정국이 계속되자 2022년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2022년도 예산안에 50조원이 넘는 막대한 세수추계 오차를 터트렸다.
이것이 의도적이었는지 아닌지는 밝혀진 바 없으나, 결과적으로는 문재인 정부 예산안을 위축시키고, 추경 정국을 만들어 언론으로 하여금 ‘재정건전성 vs 여당’ 프레임을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기재부는 2021년 세수추계 오차의 경우 워낙 2020년 수출이 안 좋았고, 2021년이 너무 크게 오르는 등 경기변동폭이 커서 실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을 댔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실제 2020~2021년처럼 수출 하락-반등이 급격했던 구간이 2016~2017년 구간이었는데, 2016년 수출은 –5.9%, 2017년 15.8%였으니 21%p나 변동이 생긴 셈이다.
기재부는 그때 세수오차를 내긴 했지만, 당시 오차율은 4.2%, 5.7%에 머물렀다. 2021년 21.7%, 2022년 15.3%, 2023년 14.8% 이렇게 3연속 대형 참사를 낸 일은 근래 들어 없었다.
다만, 문재인-윤석열 두 정부 간 세수오차 참사의 방향성은 완전히 다르다.
문재인 정부 때는 실제 세금이 더 벌리는 데 훨씬 못 벌 거라고 기재부가 관측을 해서 예산을 쓰기 어렵게 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 때는 세금이 안 벌리는 상황에서 많이 벌 거라고 관측을 해서 결과적으로는 중앙정부는 기금 빛, 지방정부는 지방채 식으로 빚을 남겼다.
◇ 한국 예산안 시스템의 모순
기재부의 ‘경기변동이 심해서 맞추기가 어려워…, 다른 주요국도 못 맞춰…,’ 식의 해명은 매우 위험한 해명이다.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 세수추계 실패는 경제위기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는 호조든 위축이든 경기 변동폭이 크게 벌어질 때 발생한다. 전자는 경기 과열, 후자는 경기 침체로 나아간다.
정부 예산 및 통화정책은 이 진폭을 줄이고, 과학기술처럼 어려울 때도 가져가야 하는 곳을 가져가도록 작동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삼는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지금 나라에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를 따져 정부 예산을 짜고, 세수추계는 그저 참고용으로 본다.
그런데 한국은 세수추계를 통해 벌어놓은 돈을 설정하고, 그 설정을 반영해 예산을 짠다.
두 방식의 차이는 외국의 경우 세수추계가 틀려도 경기대응하는 예산을 만들 수 있지만, 한국은 세수추계가 빗나가버리면 경기대응 예산을 제대로 못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예산 방식이 위험한 건 경기변동폭이 클 때 특히 하강에서 위기대응력 확보가 중요한데, 세수추계를 못 맞추면 위기대응력 확보가 잘 안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돈이 벌릴 때 틀리면, 번 돈으로 채울 수 있지만, 돈이 안 벌릴 때 틀리면 권력관계가 약한 쪽 예산부터 잘리게 된다. 야당 측은 이렇게 잘린 예산을 과학계 등으로 지목하고 잇다.
3년 연속 거액의 세수오차는 중요할 때 빗나가는 기재부 세수추계를 믿고 예산을 짜는 것이 제대로 된 일이냐는 의구심을 품게 하고 있다.
추 부총리 경제팀은 세수오차 나도 기금에서 돈 끌어다 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기금도 정부부채로만 잠깐 안 잡힐 뿐 결국 이자 주고 빌리는 빚이다.
게다가 한국은 중앙정부가 상당수 세금 벌어다가 지방정부 주고 쓰라고 돈을 내려주는 구조인데 지방정부에 주는 돈을 딱 끊어버리고는 빚 지는 조건을 풀어주고 돈 없으면 빚 지라고 말하고 있다.
현 정부는 재정건전을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빚 정부가 된 셈이다.
추 부총리는 “상당한 규모의 세수 전망 추계 오차가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세수 부족에도 민생안정·경제활력을 위한 지출은 차질 없이 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용혜인 기본소득당과 민변은 지난해 10월 세수추계모형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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