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와 일자리 보존을 위해 신탁 의결권 15%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정책 제언이 나왔다.
오영표 변호사(현 신영증권 패밀리헤리티지 본부장)는 15일 ‘신탁 활성화 및 신탁산업 발전을 위한 법제 및 세제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위탁자나 후계자가 신탁회사를 통해 보유한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15% 내에서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며, 위탁자나 후계자에게 의결권 지시권이 100% 보장될 경우 예외적으로 15% 제한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가업승계의 핵심은 후계자에게 온전히 의결권을 물려주는 것이다.
민법에서는 유류분 등 다른 자녀들의 상속권을 일부 보장해주고 있기에 선친의 유지와 달리 유류분 소송으로 의결권이 분산될 위험이 있다.
후계자 외 자녀들이 유류분 소송으로 확보한 주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 넘겨 경영권이 넘어가면 새로운 경영진이 인수합병을 빌미로 대량 해고를 하는 등 가업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
법조계와 금융계에서는 신탁을 통해 유류분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최근에는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상속재산에서 제외된다는 판결이 나오는 등 고무적인 결과가 뒤따랐다.
상속신탁으로 가업승계를 할 경우 후계자에게는 의결권을 100% 물려주되, 전체 지분의 일부에 대한 배당권 등 수익권을 다른 자녀들에게 일부 나눠주어 유류분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신탁설정이 가능하다.
일본은 여기에 더해 유류분 사전포기를 더해 후계자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상 신탁 의결권 15% 제한이 걸림돌이다.
현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가 산업을, 산업이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것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타인의 돈인 예금을 특정 개인들의 영리 활동에 쏟아 붓다가 사업이 실패하면 바로 대량 은행 부도로 이어지고 예금 보호 프로그램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수탁된 주식의 소유권자인 신탁사도 현행법상 금융사이기에 산업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오 변호사는 일본은 위탁자가 수탁 주식에 대해 100%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신탁계약이 짜인 경우 위탁자의 100% 자익신탁으로 운용된다면 의결권에 제한을 두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했다며 우리도 이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수탁 주식에 대한 15% 의결권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업상속공제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업상속공제는 일정 기간 계속 사업을 영위한 후계자에게 가업승계 목적에서 상속세 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신탁설정을 맺으면 계속사업유지 기간에서 빠져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오 변호사는 가업상속공제의 취지가 경영에 오랫동안 헌신해온 검증된 후계자에게 승계하는 경우 공제를 해주는 것이기에 필요하다면 신고를 해서라도 실질적으로 경영을 했다면 공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탁계약은 어떤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승계를 가로막는 유류분 청구를 피해서 부득이하게 신탁제도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가업상속공제 취지와 어긋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 변호사는 이어 현재 승계를 앞두고 있는 중소기업 창업주의 두 가지 큰 고민, 유류분과 가업상속공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주식변동명세서에 신탁으로 인한 소유권 명의 변경을 넣어 실무에 혼동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