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EU에서 인권과 환경을 훼손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가 가시화되고 있다.
산업재해 시 최고경영자까지 형사처벌하는 EU판 중대재해처벌법이 발의되고, EU의회를 통해 환경규제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설동근 광장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는 지난 18일 ‘공급망 실사 대응 토론회-인권·환경 실사를 중심으로’에서 “수년 내 EU 수출·비수출기업 구분 없이 대다수 우리 기업들이 인권·환경 실사의 영향을 받을 거라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국내외 법률을 반영한 실사 지표, 하도급법·상생협력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위험요인을 제거한 세밀한 공급망 실사 이행 체계 구축 및 이를 반영한 계약서 수정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발의된 공급망 실사 법안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이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을 부과하며 감독 책임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부터 독일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됐고, 올해 말 유럽연합(EU)에선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국회도 지난 1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국내 법조계 및 재판 현장에서는 ‘자유로운 경영 판단’이란 법해석을 통해 산업재해와 경영행위를 분리해 왔다.
산업사고로 근로자나 소비자가 사망해도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영인과는 관계없다는 면죄부성 논리다.
2013년 삼성전자 화성 불산누출 사고의 경우 중간에 하청을 넣으면 사람이 죽어도 책임을지지 않으며, 기업 이익만 잘 내면 오히려 경영인이 승진을 했다.
EU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천문학적인 민사 및 경영자 형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며, 최근 국내외 법개정 흐름도 경영진의 환경, 사회적 형사 책임을 강화하는 흐름에 있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추진하는 EU 공급망 실사법은 논의가 길어지다가 흐지부지 끝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법도 마찬가지다.
EU의 경우 유럽 국가간 입장차가 아직 합의단계까지는 아니긴 하지만, EU는 수십년 전부터 환경 규제와 인권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대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 대변 단체에서는 나랏돈으로 기업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유정주 기업제도팀장은 “법제화를 하더라도 공급망 실사에 대한 규제보다는 인프라 구축이나 정보제공, 교육 등의 지원이 더 절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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