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4대 금융그룹이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대폭 향상됐으나,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데도 대체로 4대 금융 모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조달비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공통으로 나타났고,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주요 계열사인 은행권을 향한 고금리 시기 ‘이자 장사’ 비판이 거세 금융권은 호실적에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 대체로 선방…비이자 체력 차이 뚜렷
4대 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가량 감소한 수준인 13조 6049억원을 달성했다. 누적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KB금융(8.2%)과 하나금융(4.2%)였고, 신한금융(11.3%)과 우리금융(8.4%)은 감소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은 선전했으나, 비은행 부문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먼저 KB금융은 누적순이익과 3분기 단일 기준 당기순익 모두 최고치를 경신하며 ‘리딩금융’ 이름값을 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4조 3704억원을 달성했고, 3분기 단일 기준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1조 3737억원을 냈다.
이처럼 KB금융이 역대 최대 순이익 기록을 경신한 배경에는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균형 잡힌 성장이 영향을 미쳤다. 실적 발표 당시 그룹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균형 잡힌 성장과 비이자수익 확대 및 판매관리비 통제를 통해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순수수료이익은 그동안의 그룹 비즈니스 다변화 노력에 힘입어 올해 들어 매 분기 9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KB국민은행의 역할이 컸다. 국민은행은 3분기 누적 기준 2조 855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12.0% 성장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다소 아쉬운 성적을 받았다.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한 3조 8183억원을, 3분기 단일 기준 순이익으로 26.6% 줄어든 1조 1921억원을 냈다.
여러 비용 영향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 측은 젠투파트너스‧라임펀드 고객과의 사적 화해 비용으로 1200억원이 투입됐고, 은행 희망퇴직 비용으로 743억원이 사용되는 등 비용적 영향이 당기 순이익을 감소시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해 실적에 세후 3220억원 규모던 증권사 사옥 매각 이익도 포함됐으므로 해당 내용이 소멸된 영향도 포함됐다.
하나금융은 3분기 단일 순이익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14.9% 떨어진 9570억원을 기록했으나, 누적 기준으로 사상 최대 기록인 2조 9779억원을 시현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데 성공했다.
경기둔화 우려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 충당금을 적립했음에도 효율적인 비용관리, 수수료와 매매평가익 증가에 따른 비이자이익 확대, 우량자산 중심의 대출 성장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하나금융의 누적 비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25.5%나 급증한 1조 6964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 및 외환 파생 관련 매매익 시현, 신탁‧퇴직연금‧운용리스 등 축적형 수수료 개선, 여행수요 회복에 따른 영업점 외환매매익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하나금융 측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3분기 누적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9% 감소한 2조 4383억원을 달성했고, 3분기 단일 기준으론 0.04% 줄어든 8994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 성적표 희비 가른 ‘이것’
4대 금융그룹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이같은 결과가 도출된 주요 요인은 NIM과 비은행 성적이었다.
가장 실적이 좋았던 KB금융의 3분기 NIM은 전분기 대비 0.01%p 감소한 2.09%였으나,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2%대를 넘겼고 은행 NIM 역시 1.84%로 가장 높았다. 반면 가장 낮은 성적을 낸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 NIM이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인 1.55%였다.
비은행 계열사들의 각기 다른 성적표도 실적을 가른 요인이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KB금융의 경우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음을 증명했다. KB금융 계열사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누적 기준 62.6%, 비은행 부문은 37.4%인데,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2조 8554억원이었고 비은행 계열사 중 KB증권(18.9%), KB라이프생명(108.6%) 등이 실적이 향상되며 호실적을 달성했다.
하나금융 역시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비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5.5%나 증가한 1조 6964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우리금융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구축이 절실한 상황임이 드러났다. 우리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으나,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93.0%로 늘어나면서 은행 의존도가 극심해졌다. 이외 계열사인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모두 감소했다.
실적 희비의 주요 요인이 비은행 계열사 성적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 실적이었다.
4대 금융 실적은 모두 은행이 이끌었다. 4대 은행은 올해 3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3조 6606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누적 기준으론 7.7% 오른 10조 5107억원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모두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뛰어넘으며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 금융업 성장 전망 ‘흐림’
그렇다면 향후 4대 금융의 전망은 어떨까. 호황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3분기 성적표가 이미 나온 만큼 올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4분기 실적 관리에 힘써야 하는 가운데, 환경 자체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경기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산업은 소폭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은행업은 보합세를 유지, 보험업이 비교적 양호한 반면 여신전문업의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또한 시장금리가 소폭 줄어들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중신용 대기업을 제외한 차주의 대출 수요는 높지 않고 신용위험 상승으로 인해 리스크관리 기조가 강화돼 대출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종노릇’, ‘갑질’ 등의 표현을 통해 은행권의 막대한 ‘이자장사’에 대해 강도 높은 질타를 이어가고 있어 전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3분기 4대 금융 실적에서는 비은행 계열사 실적과 NIM 하락 등이 변수로 작용했다.
4대 금융 모두 은행 위주의 실적 분포를 개선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특히 보험과 카드 계열사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여기에 이자 장사 비판을 상쇄하기 위한 상생금융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중장기적 관점을 견지하면서 산적한 과제 해결을 위해 고삐를 쥐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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