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전기부품 수출 업체인 A사는 전압조절기를 러시아로 수출해야만 했다. 그러나 관세 품목분류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압조절기가 전략물자로 분류돼 수출 허가가 필요했다. A사는 다행히 서울세관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전략물자 및 상황허가 여부 판정을 통해 수출 허가를 받고 신속히 수출할 수 있었다.
만약 A사가 자의적으로 품목분류를 판단해 허가 없이 수출해 사후 적발하게 된다면? 이는 고의로 인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가역의 5배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3년 이내 전략물자로 인해 수출입제한에도 걸릴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서울본부세관(세관장 이석문)은 이처럼 수출입기업이 수출하게 될 때엔 꼭 체크리스트를 통해 확인 후 수출입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안내했다. 서울세관은 관세행정 체크리스트를 CEO 편과 실무자 편으로 발간해 서울세관 관할 수출입기업들이 어려운 국내외 정세에서도 불필요한 손해나 불합리한 조건들을 미리 확인 후 보다 나은 수출입절차를 활용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석문 세관장이 직접 설명회를 나서면서 기업들은 수출입 할 때 필요한 사항들을 미리 체크하고 다양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CEO 관세행정 설명회 추진…이석문 서울세관장이 직접 나선 이유
서울세관은 유관기관과 수출지원 합동추진단을 운영하는 등 기업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서울세관 수출입기업지원센터에서는 여러 가지 지원사업 내용을 기업에 충실히 전달하고자 노력했으나 사실 기업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세관 지원 정책이 업무를 가중시키는 불필요한 일임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이석문 서울세관장은 CEO간담회에 직접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담당 업무를 최우선시하는 실무자의 입장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하는 CEO의 입장 차이를 줄여주고, 기업들이 서울세관에서 발간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발전할 수 있는 뒷받침 역할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세관장은 이어 “특히 기존의 기업 실무자에게 접촉하는 방식만으로는 세관 지원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다가온다”면서 “CEO에게 직접 관세행정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KOTRA, 한국무역협회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CEO 대상 관세행정 설명회를 지속한 결과 수출입기업이 장벽이 높은 세계 무역 시장에서 진정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다리를 만들어 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서울세관의 이러한 설명회의 핵심 내용은 CAC(Critical Action Checklist) 개념의 간편한 체크리스트 사용으로 관세 관련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체크리스트에는 품목분류, 과세가격 신고, FTA 원산지 관리, 관세 환급, 외환 거래 등 주요 관세행정 영역에 대한 점검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도 복잡한 시스템 없이 효과적으로 관세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관세행정의 기본 체계인 선(先)통관 후(後)관세 조사 절차에서는 기업의 성실납세 신고를 전제로 한 자율적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자칫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서울세관의 입장이다.
각 회사 대표들 “고맙다”, “CEO입장 함께 고민...진정성 느껴” 감동
관세행정 설명회를 접한 A회사 대표는 “그동안 관세청을 단순한 규제기관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번 설명회를 통해 우리 기업을 지원하는 든든한 파트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B회사 대표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우리 회사의 관세 리스크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돼 매우 유용했다”라고 평가했다. C사 대표 역시 “기업하는 CEO입장에서 고민하고 도우려는 진정성이 느껴져서 정말 고마웠다”면서 “어려운 중소기업 입장에서 문제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CEO관세행정설명회는 올해 4월 한국무역협회와 합동으로 개최한 이래 지난 8월 한국수입협회와 합동 설명회까지 7차례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 수출입기업들은 설명회를 통해 대부분 관세행정의 역할 뿐만 아니라 체크리스트를 통해 기업의 손실을 미리 방지할 수 있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석문 세관장은 “설명회에서 만난 CEO들은 대체로 세관의 역할을 수출입 통관 및 위해물품 단속 중심 기관으로만 알고 있었다”면서 “기업 CEO들은 관세행정 설명회를 통해 글로벌 수출 지원을 적극 주관하는 기업 지원·관리 역할도 수행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적극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CEO들에게 세관이 기업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관세행정 제도가 기업경영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음을 강조했다.
이 세관장 역시 “설명회에서 CEO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많은 CEO들이 관세청 수출입지원과 위험관리를 돕는 파트너 기관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세관장은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놓여 있는 현장의 어려움을 접할 때 세관장으로서 같이 어려움을 느끼고, 고민하게 됐다”면서 “우리 서울세관이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조그마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관세청의 인식변화 계기 이끌어...“앞으로도 맞춤 설명회와 소통 확대할 것”
서울세관에서는 이러한 기업 설명회를 통해 기업 CEO들의 세관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세관은 특히 관세청이 단순한 규제기관에서 벗어나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기관으로 더욱더 친숙하고 접근하기 쉬운 이미지로 변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서울세관은 아울러 강대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 새로운 통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소·중견기업과 소통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석문 세관장은 “앞으로도 중소기업이나 특정 산업군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설명회 등 다양한 형태의 소통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세관, 코트라 등 13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수출지원 합동추진단’을 협력의 구심점으로 삼아 수출 전 과정을 전방위 지원하고, 우리 기업이 무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 요소에 대한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고 전했다.
서울본부세관이 발간한 ‘체크리스트’의 구체적인 내용과 활용 방법은?
체크리스트는 품목분류, 납세신고, 외국환거래 등 주요 관세행정 영역의 점검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CEO용과 실무용으로 구분돼 있으며 기업들이 자체 실정에 맞게 수정해 사용할 수 있다. 관세청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들이 직접 방문해 기업 맞춤형 체크리스트 작성을 지원하고 있다.
Atul Gawande가 출간한 ‘The Checklist Manifesto’에 따르면 미국 외과의사들의 연평균 수술 건수는 약 5000만건이다. 미국에서 매년 수술로 사망한 환자 수는 약 15만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3배 이상이다. 해당 책에서는 8개 병원에서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체크리스트 도입 후 합병증 비율이 36% 감소됐으며, 환자 사망률은 47%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서울세관 역시 이러한 체크리스트만으로도 중소기업들이 효과적으로 위험관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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