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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이슈체크] 우체국 연금보험, 지급은 ‘엿장수 맘대로?’...'감독 사각지대' 비판도

자체셈법으로 보험금 삭감…법원, 약관 위반 인정 판결
유사 상품 가입자 줄소송 가능성도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우체국이 연금보험금을 지급하면서 고객과 맺은 계약서상의 약관이 아닌 자체적인 지급셈법을 활용해 연금을 과소 지급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업비 공제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즉시연금 사태가 작년 보험업계를 뒤흔들었던 만큼 약관 자체를 무시한 우체국에 대한 유사 상품 가입자들의 줄소송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태.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보험사와 달리 우정사업본부 산하 기관인 우체국이 금융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률구조공단은 우체국의 연금보험액 자의적인 축소와 관련된 법원 판결을 공개, 우체국이 유사 상품 가입자들의 구제에 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우체국이 보험 계약 모집 당시 고객에게 제공한 약관과 다른 자체 연금액 산출 기준을 적용, 지급해야 하는 연금액을 축소 지급했다는 것이다.

 

소송의 당사자인 정모 씨(78)는 지난 1994년 우체국 보험상품(종신연금형, 체증형)에 가입해 2000년부터 매년 연금을 받아왔다. 

 

문제는 약관을 꼼꼼히 살펴본 정 씨가 자신이 실제 수령받는 연금액이 실제보다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정 씨에게 제공된 약관에는 연금 개시연도인 2000년부터 10년간은 직전 연도 연금액에 체증률 10%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고, 이후에는 10년차 연금액과 같은 액수를 지급하도록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체국은 최초 10년간 약관에 명시된 10%가 아닌 매년 정기예금금리의 변동을 반영한 4.84~9.37%를 체증률에 반영해 약관을 지급했다.

 

또한, 11년 차 이후의 연금액에 대해서는 매년 정기예금금리의 변동을 반영한 연금액 산출식을 적용해 직전 연도보다 7.12~14% 감소한 금액을 지급했다.

 

초장기 상품인 연금보험의 경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과거 확정금리로 판매했던 계약들이 보험사에 막대한 역마진 손해를 미치고 있다.

 

보험업계가 수입보험료 성장의 핵심이었던 저축성보험 판매를 대대적으로 억누르고 현금 확보에 사활은 건 이유 역시 여기에 있었다. 우체국은 보험사와 달리 체증율을 ‘입맛따라’ 적용하면서 역마진 문제에서 자유로웠던 셈.

 

정 씨는 수차례 민원을 제기한 끝에 열린 우체국보험분쟁위원회에서 민원이 일부 수용, 11년 차 이후의 연금액은 변동금리를 배제하고 10년 차 연금액을 종신토록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을 받아냈다.

 

그럼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애초에 약관에 규정된 것보다 과소 산정된 연금액을 받아왔던 정씨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령해야 하는 연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

 

정 씨는 미지급 연금액 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던 정 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우체측은 이 개인연금보험 상품의 경우 체증률 10%를 기준으로 변동금리(정기예금금리)를 적용했고, 정기예금 이자가 지속해서 하락함에 따라 연금액 체증률이 10%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이 사건을 담당한 법률구조공단 안양출장소 신지식 변호사의 판단은 달랐다 약관상 정씨가 가입한 보험은 10년 보증부 체증형일 뿐, 이 체증율에 다시 어떤 수치를 곱한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음을 주장한 것이다.

 

또한 법률구조공단은 계약체결 당시 우체국이 배포한 연금보험 가입 안내 팸플릿을 증거 자료로 제시, 우체국이 약관에 따라 산정한 연금액 대비 과소 지급한 보험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김지숙 판사는 “보험 약관, 보험증서, 안내장 등을 종합하면, 우체국에서 내부적으로 변동금리를 반영하고자 했던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약관의 해석상 직전 연도 연금액의 10%를 체증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이라며 정씨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여 5백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의 법정다툼에서 재판부는 우체국이 아닌 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약관이 존재하지 않는 금융사 자체 기준이 우선시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나 해당 사건은 단순 정 씨만의 문제가 아닌 동일하거나 유사한 우체국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안이다.

 

지방법원 판결을 근거로 향후 우체국을 대상으로 과소지급 된 보험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연이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신 변호사는 “가입자와의 약속인 약관은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설정한 셈법보다 우선한다”며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체국이 먼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체국처럼 시중 보험사와 다를 바 없는 상품을 판매함에도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않는 ‘공제’들에 대한 감독 사각지대 논란 역시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정부 부서가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금융산업 전반을 상시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과 비교해 그 역량이 떨어졌던 것.

 

불완전판매 비율 및 분쟁중소제기, 금융사고 현황 등이 소비자에게 공시되는 보험사와 비교해 해당 금융사들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파악할 방법 또한 전무하다.

 

우체국 등 타 정부부처 산하 금융기관들은 ‘깜깜이 감독’ 아래서 ‘자율경영’을 하는 사이 소비자피해가 발생해도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우체국에 대한 감독은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가 아닌 우정사업본부와 과기부가 맡도록 정해져 있다.

 

때문에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우체국에 대한 검사는 과기부 장관이 따로 요청할 경우에만 수행할 수 있을 뿐 사실상 우체국의 경영현황이나 소비자보호 실태를 파악할 방법이 전무한 상태다.

 

한편,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에 따르면 우체국을 관장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0년간 금융위에 기본적인 자료만을 제출했으며 이에 대한 피드백 역시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체국과 공제 등 금융사들은 수천만에 달하는 계약과 수십조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고 사실상 방치돼 운영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직접 관리‧감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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