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집값이 크게 올라 세부담 상한 적용을 받는 서울 주택의 재산세가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고가주택 재산세 감세에 주력한 결과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2018~2022년 주택분 재산세 부과현황’에 따르면, 재산세가 지난해보다 30%까지 올라 세부담 상한 적용을 받은 재산세 납부건수가 지난해 87만2135건에서 올해 56만8201건으로 30만3934건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담 상한 주택의 재산세액은 2021년 7559억원에서 올해 4004억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 통계는 세금 브레이크(세부담 상한)에 걸린 공시가격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대상으로 한 수치다.
세부담 상한이란 갑자기 집값이 크게 오른 경우 한꺼번에 높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동장치다.
과세표준 6억원 주택이 지난해 100만원을 재산세로 냈다면, 올해 집값이 600억원이 되어도 130만원만 재산세로 낸다.
서울에서 이러한 세부담 상한에 걸리는 고가주택 가구 수가 줄어들고, 납부세금도 반토막이 된 것은 정부가 고가주택 감세효과가 큰 감세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재산세 기본공제 비율을 40%에서 55%로 올렸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내린 효과다.
OECD 국가 가운데 주택 보유세 기본공제를 비율로 주는 국가는 거의 없고, 금액으로 빼준다. 한국처럼 비율공제로 주면 고가주택 감세효과가 커지고 저가주택은 혜택을 별로 못 보기 때문이다.
거대 여야도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주택자 세율 특례를 밀어붙였다.
재산세에서 과세표준 3억원이 넘는 주택은 서울이라도 소수에 속한다.
2020년 서울시 지방세 통계연감에 따르면, 과세표준 3억원 초과하는 주택 재산세 납부건수는 전체의 30.5% 정도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기준으로는 3억 초과 건수는 7%밖에 안 되는데 그나마도 전체의 79%가 서울에 몰려 있다.
공시가격 9억원이면 2020년에서는 과세표준 5.4억원(올해는 4.05억원)으로 서울 상위 30%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간다.
다만, 정부의 정책에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세부담 상한이란 브레이크가 있어도 서울 집값이 워낙 높이 올라 세부담 상한 30%를 넘는 가구 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과세표준 6억 이상 주택 중 세부담 상한에 걸리는 재산세 납부건수는 2018년 14만5529건에서 2021년 87만2135건으로 6배 가량 뛰었다. 올해 공정비율 조정 등으로 56만8201건으로 낮췄기는 했지만, 이 역시 2018년에 비해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가 딱히 증세, 감세를 하지 않더라도 집값 상승, 하락에 따라 출렁이기 때문에 집값이 급하락하면 지방재정이 휘청이고, 집값이 급등하면 납세자 호주머니가 홀쭉해진다.
여당 측은 지난 정부에서 집값이 너무 올라 세금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힘을 주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정부 5년은 가히‘부동산 세금 퍼붓기’의 시대였다”며 “세부담 상한 가구에 이어 집 가진 모든 국민의 재산세가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재설계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재산세(보유세)는 공평과 경제효율 양면에서 매우 중요한 세금이다.
집값이 오르면 주택을 팔았을 때 크게 돈을 벌기에 집값이 오르지 않는 지역의 사람들과 집값 급등 지역간 자산차별이 심각해지기에 이를 세금으로 거둬 같은 동네에서라도 상대적으로 지역 차별을 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재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또한, 보유세를 낮추면 부동산의 경제적 효익이 크게 낮아진다. 좋은 집을 만드는 것보다 좋은 지역에 집을 짓는 게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여당, 야당 모두 주택 보유세로 얼마를 거둬야 적정하다는 기준이 없다.
정부여당이 지난 정부보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감세하긴 했으나, 2018년에 비하면 곱절로 세금을 걷고 있다. 김 의원실이 제시한 서울시 공시가 6억 이상 세부담 상한 주택 재산세의 경우 올해는 4004억원을 거뒀지만, 2018년에는 1350억원을 거뒀었다.
한편, 2020년 기준 주택 재산세는 공시가격의 0.16%를 세금으로 납부했다. 고가주택이 쏠려 있는 서울시는 0.19%를 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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