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나뉜 보유세 구조를 미국이나 유럽처럼 하나의 세금으로 합쳐 단일세율 체계로 구성하자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현 종부세처럼 주택 보유 수 등 보유형태에 따라 세금을 달리 매기는 것이 아니라 보유 주택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고, 세수 규모는 OECD 평균으로 맞추자는 내용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19일 한국조세정책학회 세미나에서 “중저가나 고가주택 모두 동일하게 재산 가치에 비례하여 편익을 얻기에 세금도 그에 비례하여 내야 한다”라며 “단일비례세에 가깝게 재산세와 종부세를 개편하고, 최종적으로 양자를 통합하는 보편적 방식의 보유세 개편이 합리적인 정책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 복잡하고 편중적인 보유세 체계
현재 한국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이원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재산세의 경우는 가격 대비 비례과세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종합부동산세는 가격 외에도 보유한 형태에 따라 누진과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40억 1주택자는 1세대 1주택자로서 혜택이 주어지지만, 10억짜리 집 두 채를 가진 사람은 다주택자로 중과세를 부과받는다.
중과 누진체계도 복잡하기 그지 없는데, 언제 집을 샀고, 어디에 집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어디살고, 어디서 살다가 어디의 집을 샀으며, 집을 산 기간은 얼마이고, 일시적 2주택인지, 일시적 2주택이라면 어떤 집에서 얼마동안 살았는지 따져야 할 요소가 많다.
반면 미국의 경우 주마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주택 가격에 따라 세 개 구간의 누진 단일세율구간을 형성하고 공제 숫자도 실거주 공제 등 몇 개만 적용하고 있다. 납세자 개인이 직접 계산해볼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세금을 집값 잡은 도구로 쓰는 것도 부적절하며 효과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중과세가 투기수요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으나, 이는 우리나라 주택시장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해석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입지가 양호한 서울 주요지역 주택 소유자는 보유세를 크게 인상해도 주택을 잘 팔지 않는데, 주택가격 상승률을 환율, 이자, 물가, 세금 증가율이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주택 공급은 단기적으로 고정되어 있어 상시적인 초과수요가 존재하고, 주택보유자들은 사실상 독점기업과 같은 지위를 누리게 돼 집주인들이 임대료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독점력을 보유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보유세를 인상하면 임차인에게 자동으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서울시 종합부동산세 납세대상은 2021년은 약 47만명으로 서울시 전체 주택 소유자(253.7만)의 18.6%가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시가 20억 주택이라도 집값이 1억 오를 때마다 보유세가 100만원씩 오르는 것은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3단계 세율체계로 구성된 유럽의 부유세 최고세율이 1%에서 1.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6%의 최고세율은 가히 징벌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고가주택 보유세 실효세율은 낮은 수준이 아닐 수 있으며, 고가주택 보유자의 소득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은 우리나라가 더 높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1주택자 장기거주 혜택 고려
김 교수는 큰 틀에서 싼 집을 가진 저소득 가구나 고가 주택을 보유한 고소득 가구나 편익에 따라 비율과세를 해야 한다며,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단일세율 체계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주택보유자 담세력 고려시,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OECD 평균에 해당하는 1% 초중반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단일세율의 수준은 현재의 재산세와 종부세 실효세율의 중간 정도로 정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일정 소득수준 이하의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미뤄줄 것으로 고민하고, 캘리포니아처럼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만큼만 과세표준 조정을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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