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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종부세] ⑤ 종부세는 어째서 폐지되지 않았나

집값이 높은 탓에 집이 없는데, 사람들은 그 높은 집값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 한다
정세은 “누군가 많은 집을 보유하면 누군가는 떠돌아야 합니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아이들 교육 때문에 중산층들은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강남 아파트를 산다. 부동산 문제와 교육 격차, 지역 격차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 하나만 해결해서 풀릴 수 없다. 그렇지만 동시에 다 해결하기에 너무 어렵다. 하나를 못 한다고 다른 하나를 내버려 둘 수 없다. 하나라도 해야 한다. 정부는 주택 문제를 선택했다.

 

 

부동산에는 왜 세금을 매길까.

 

부동산은 국민총생산 계산할 때 들어가지 않는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의 설명이다.

 

“부동산에 돈 넣어도 경제성장에는 큰 도움 안 돼요. 과거처럼 부동산 개발 붐도 아니고. 부동산에 들어간 돈은 그냥 집하고 같이 묻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동’산이죠.”

 

경제학에는 대체탄력성이란 개념이 있다. 세금적으로 설명하면 이런 식이다.

 

돈이 돌고 돌아야 성장하는 게 경제다.

 

당신이 1000만원을 벌었는데 세금이 0원이다. 기쁘게 100만원을 쓰고 900만원을 땅에 묻었다. 이는 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정부가 세금을 200만원 걷어서 국민 복지에 썼다고 하자. 그만큼 경제성장에 보탬이 된다.

 

세금을 거두지 않아도 거래가 잘 이뤄지는 항목에는 굳이 많은 세금을 거둘 필요가 없다. 반면 세금을 거두지 않으면 거래가 안 이뤄질 가능성이 큰 항목에 대해서는(대체탄력성이 낮으면) 정부는 세금을 좀 높게 거둔다.

 

그래서 부동산 보유세는 누진세 체계다.

 

 

부동산 상품화와 세금제도

 

그런데 한국의 보유세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구조다.

 

돈 벌려면, 저가 매입, 고가 매도가 투자의 상식이다. 유망한 지역의 주택을 최대한 빨리 사고, 충분히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팔면 돈을 번다.

 

목표 차익이 10억이라고 치자. 그런데 언제 10억이 오를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오를 때까지 버텨야 한다. 그런데 보유세가 부담이다. 외국의 경우 보유세가 높고 거래세가 낮다.

 

다행히 한국은 거래세가 높고 보유세가 낮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8 OECD 주요국의 평균 보유세(한국의 경우 재산세 종부세) 실효세율은 0.53%다.

 

미국이 0.90%, 캐나다 0.87%, 영국 0.77%, 프랑스 0.55%, 일본 0.52%, 호주 0.34%다.

 

그리고 한국은 0.16%, 독일 0.12%다.

 

거래세가 높고 보유세가 낮다는 것은 부동산을 사서 버텨서 돈 버는 것을 인정해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예 세금을 거두지 않을 수는 없으니 팔 때 차익에서 일부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세가 높아도 보유세가 낮은 게 훨씬 이득이다. 충분한 차익을 얻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매매 거래 회전율 5.5%

 

한국 부동산 시장은 실제 이러한 세금제도의 영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부동산이 고가 자산임에도 시장에서 팽팽 거래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량에서 주택 재고를 나눈 이 숫자는 주택 재고에서 얼마나 매매가 활발히 이뤄지는지를 설명한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주택 매매 거래 회전율은 5.5%다.

 

미국 4.5%, 영국 3.6%, 일본 0.6%보다 높다.

 

가지각색의 아파트 브랜드가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에서 집은 상품이다. 

 

 

집 없는 사람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은 여윳돈이 많은 사람이 주된 플레이어라는 뜻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이 게임에 끼어들 수 없다.

 

아래 표를 보자.

 

 

이런저런 숫자가 있지만, 노란색 줄 주택보급률만 보면 된다.

 

국민이 100명이라면 전국적으로는 100채가 넘었다. 2019년에는 104.8채로 4.8채나 더 많다.

 

2019년 기준 서울 사정이 약간 빡빡하긴 하지만 사람보다 집이 4채 정도 부족한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 집을 가진 사람은 61명 수준에 불과하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가보유율은 2006년 61.0%, 2010년 60.3%, 2016년 58.0%, 2017년 61.1%, 2018년 61.1%, 2019년 61.2%였다.

 

가구 중 61%가 집을 보유했다는 뜻이며, 내 집 살이 비중은 2019년 58.0%다.

 

부동산 복마전

 

높은 주택 매매 거래 회전율, 충분한 주택보급률, 낮은 자가보유율은 하나의 현상을 가리킨다.

 

높은 집값이다.

 

거래 속도(주택 매매 거래 회전율)가 높으니 가격 상승이 발생하고, 주택보급률이 높음에도 자연 돈 없는 사람은 집을 못 산다.

 

 

전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2019년 5.4다. 한국의 평범한 직장인이 5.4년 치 연봉을 모으면 전국 평균 집 정도는 산다는 뜻이다.

 

그러나 서울은 그렇지 않다. 서울의 2021년 3월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9억711만원, 2020년 4월 기준 서울 지역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5013만6000원이다.

 

홑벌이는 18년, 맞벌이는 9년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서울 집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

 

사람들도 이러한 현실을 안다. 그러나 집에 대한 욕구는 꺼지지 않는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토부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주택보유의식은 응답자의 84.1%가 주택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응답률은 2018년도(82.5%)에 비해 높아졌다.

 

 

‘40%’, 그리고 선택

 

한국의 부동산 양도세, 보유세는 부동산 거래에 유리한 구조다. 이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고, 교육 등 서비스 산업이 집중된 서울 집값이 높다.

 

집이 충분히 있음에도 높은 집값 탓에 전체 가구 40%는 집이 없다.

 

슬프게도 집이 없는 이유는 집값이 높은 탓인데, 사람들은 그 높은 집값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제각각 미래가 있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불행히도 그 모든 사람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그게 인생이다.

 

하지만 그렇게 잃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한 명. 한 명의 빛이 꺼져갈수록 한국의 미래도 한 발, 한 발 밀려 나간다.

 

정부각료들은 시기를 막론하고, 항상 주택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2008년 종부세 대상자 축소, 2009년 다주택자 감세.

 

과거 정부에서 종부세를 크게 축소했지만, 종부세를 폐지하진 않았다. 

 

종부세를 포기하면 어떻게 될까.

 

캘리포니아는 1978년 주택 보유세를 동결했다.


캘리포니아는 전세계 GDP 5위급 경제 규모를 가진 최고의 부촌이지만, 부동산 거래에 대한 브레이크가 사라지자 교육재정은 붕괴하고, 주 정부는 파산 직전에 내몰렸으며, 집값은 솟구치고, 빈자는 외곽으로 쫓겨나며,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됐다. 

 

부익부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부익부로 빈익빈이 늘어나는 게 나쁜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많은 집을 보유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누군가 많은 집을 보유하면 누군가는 길거리를 떠돌아야 합니다.”

 

 

종부세를 정부나 특정 정당이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잠깐 끌고 나간다고 해도 그것은 순간이다.

 

종부세는 힘든 것이다.

 

부동산 상위 3.6% 종부세 납세자들은 우리 사회의 적도 아니고, 모두가 투기꾼도 아니다.

 

'부동산 상위니까 돈을 더 내도 돼' 이런 태도는 썩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법은 현실이 절박할 때 만들어지고 바뀐다.

 

그리고 누구도 홀로 살 수는 없다.

 

힘들더라도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40%를 버리고 개인으로 살 것인가.

 

정세은 교수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40%의 집 없는 사람들을 포기할 때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까요. 언젠가는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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