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여당 일각에서 1년 동안 종합부동산세 체납액이 두 배 올랐다는 이유로 1주택자 종부세 감세를 주장하고 나섰다.
종부세 감세 필요성은 있지만, 그 근거가 다소 잘못됐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13일 “한 해 만에 (종부세 )체납액이 100% 이상 늘어나는 것은 비정상적 상황”이라며 여당이 추진해온 1주택자 종부세 감세에 대한 국회 논의를 촉구했다.
김 의원 주장의 근거는 국세청에서 받은 ‘2017~2021년간 종부세 납세현황’에 따른 것이다.
이 자료에 지난해 발생한 종합부동산세 체납액은 5628억원으로 전년도 2800여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101%) 급증했다. ‘1건’당 체납액도 570여만원으로 전년대비 78% 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이 체납 통계로 1주택자 감세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이 종부세 통계는 ‘주택’ 종부세 체납 통계가 아니라 ‘종합 부동산’ 종부세 체납 통계인 탓이다.
종부세는 주택 외에도 토지나 상가도 낸다. 김 의원이 제시한 종부세 체납 통계에는 이 각 부동산들의 체납이 섞여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별도의 주택 종부세 체납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
종부세는 주택은 주택끼리만 모아 신고하고 상가는 상가끼리 모아 별도로 종부세 신고를 하기에 한 명의 악성 체납자가 여러 건의 종부세를 체납할 수 있다. 거꾸로 주택 종부세는 체납하고, 상가 종부세는 낼 수도 있다. 실제 빌라 전세사기 등 다주택 보유 사기꾼들의 경우 종부세 체납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택 종부세 통계를 따로 만들려면 직원들이 수십만건의 종부세 신고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분류해야 한다.
의정활동을 위해 제공하고 싶지만, 개별 주택 종부세 체납 통계를 만들 여력이 없다는 게 국세청의 입장이다.
◇ 감세만 하면 끝? 필요한 건 적정 보유세율
김 의원실 측은 지난해 주택 종부세가 과도하게 급증한 만큼 감세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주택 종부세는 결정세액(납부금액) 기준 4조4000여억원으로 2020년 1조4000여억원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 19와 저금리로 갈 곳 없는 돈이 자산에 쏠렸고, 정부도 내 집 마련 프레임에 막혀 가계대출을 조이지 않았다. 한계까지 빌린 돈이 주택과 부동산으로 들어갔고, 서울의 단순 아파트가 과거 단독 주택 수준의 고가 주택이 됐다.
자산격차는 극심해졌고, 고가 주택 보유자가 부담하는 종부세 납세인원도 대폭 늘어났다.
주택 종부세 대상 1주택자 수는 2015년 5만6806명, 2016년 6만8621명, 2017년 8만7293명이었다가 집값 오름세 조짐이 보였던 2018년 12만7369명으로 껑충 뛰었고, 2019년 19만2185명, 2020년 29만6368명, 2021년 42만6686명으로 뛰었다.
매서운 것은 증가 폭으로 2018년부터 연간 증가폭이 4만명, 2019년 6만5000여명, 2020년 10만4000여명, 2021년 13만여명으로 솟구쳤다.
다주택자 수 역시 급증에 급증을 거듭했다.
주택 종부세 대상 다주택자 수는 2015년 16만6441명, 2016년 20만4934명, 2017년 24만4470명, 2018년 26만5874명, 2019년 32만4935명, 2020년 36만9076명, 2021년 50만4798명으로 늘었다.
다주택자 역시 2018년까지 대체로 매년 4만여명이 증가하다가 집값 급상승기에 접어든 2019년 5만9000여명, 2020년 7만4000여명 늘었고, 2021년에는 13만5000여명이나 늘었다.
종부세 1주택자의 평균 세금은 2020년 107만원에서 2021년 186만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시기 다주택자도 309만원에서 716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다주택자의 증가는 단순히 내 집 마련이 아니라 부동산 자산의 증가를 의미하고, 직접 매입 외에도 상속, 증여도 제법 늘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현 정부는 인위적인 집값 상승 정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미국발 금리 인상을 따라가며 대출을 조금씩 조이고 있다.
그러면서 주택 수가 아닌 집값에 비례해 세율을 조정하겠다며, 종부세 개편을 추진 중이다.
요약하자면 합리적인 종부세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인데 바로 그 합리적 목표, 즉 집값 대비 얼마를 세금으로 매겨야 한다는 적정세율은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민주당 역시 적정 세율을 제시하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다.
적정세율을 정하는 문제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허름한 아파트라도 강남에만 있으면 돈이 된다. 토지나 건물을 활용하지 않고 갖고만 있으면 부동산 활용 수준(부가가치)이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보유세로 최소 마진율을 그어버리면 최소한 임대라도 줘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그냥 갖고만 있는 부동산은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 한다”며 “부동산 활용을 못 하는 사람으로부터 활용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어갈 수 있도록 적정 보유세율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적정 세율과 국민적 합의의 필요성은 공감하는 모습이지만, 여건이 만만치 않다.
이준석 전 당 대표 징계와 관련 지도부가 계속 물갈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법원 결정이 나더라도 혼란이 정리되기란 쉽지 않다. 당분간 정책 추진 동력 또한 확보하기 어렵다.
김 의원 측은 “종부세 개편 핵심은 적정세율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일”이라며 “어려운 상황을 잘 해결해서 국회와 정부가 조세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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