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에 편입시킬 경우 서울과 강남 등 부자 지자체는 막대한 세금 호황을 누리지만, 전남‧경북‧강원 등은 더 궁핍해진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종부세를 지방세로 단순 전환할 경우 어떠한 명분을 내세워도 결과는 빈익빈부익부가 된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6일 공개한 나라살림브리핑 223호에 따르면, 종부세를 지방세로 바꿀 경우 서울은 세금 수입이 2조원이 늘어나지만, 전남‧경북‧강원에서는 세금 수입이 각각 3259억원·2342억원·2274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데이터는 2020년 자료를 사용했다.
종부세는 전국에서 세금을 거둬서 부자 지자체는 적게, 어려운 지자체는 많이 나눠주고 있다.
그런데 종부세를 지방세로 바꾸면 부자 지자체에서 거둔 세금을 그대로 부자 동네가 독차지하고, 어려운 지자체의 수입은 급락하게 된다.
종부세를 그대로 지방세로 바꾸는 것은 명분이 무엇이 되든 목적과 결과는 지역별 빈익빈부익부를 추진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종부세를 지방세에 편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종부세를 지방세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궁핍한 지자체일수록 중앙에서 나눠주는 종부세(부동산 교부세)에 기대고 있는데, 종부세를 지방세로 바꾸면 전남 장흥(598억원), 전남 함평(290억원), 강원 양구(148억원), 강원 화천(149억원), 전북 진안(163억원), 경북 영양(166억원), 경북 울릉(125억원) 지역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이들 지역은 자체 세금수입보다 부동산 교부세가 더 많기 때문이다.
여기세 속하지 않은 곳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23개 지자체가 전체 재정의 3% 이상을 부동산 교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제주(598억원), 인천 강화(283억원), 전남 나주(260억원), 경기 연천(238억원), 부산 영도(194억원), 대구 남구(193억원), 대구 동구(188억원), 울산 울주(185억원) 등 부동산 교부세 상위 지자체들은 굵직한 재원을 상실하게 된다.
종부세를 지방세에 넣되 중앙정부에서 별도의 교부금을 만드는 방법이 있으나, 빈익빈부익부를 개선하지는 못 한다.
부자 지자체를 더 부자 지자체가 되도록 하는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앙정부를 통해 공공복리에 써야 할 몫을 줄이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종부세가 건재했다면 중앙정부가 추가로 쓰지 않아도 될 돈이 쓰이기 때문이다.
세금 배분은 제로섬 게임이기에 어떠한 거짓말로 포장해도 부자동네에 더 주면 가난한 동네에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
공공배분이 중요한 이유는 공공인프라가 부를 구축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없는 대통령 없고, 소비자 없는 재벌은 없다. 부자 동네는 공공인프라 위에서 돈을 많이 번 동네인데 공공인프라는 소수 부자들의 기여보다도 압도적 다수의 기여로 형성된다. 일방적 기여도 일방적 부의 축적도 없다.
강남구 독립론이 가끔 나올 때마다 그러면 국가가 제공하는 수도‧가스‧전기‧국방‧치안 서비스를 강남구가 알아서 마련해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며, 세계 최대 부자동네인 캘리포니아 독립론이 나올 때마다 미군의 보호와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 없이 그 부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라살림연구소 측은 서울 강남구는 이미 세금이 넘치고 있는데 종부세까지 가져가겠다는 것은 과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남구는 2020년 한 해에만 쓰고 남는 세금(순세계잉여금)이 3451억원이나 되는데, 여기에 강남구 종부세 8721억원(결정세액 기준)까지 가져가면 쓰지도 않고 부만 축적하는 심각한 경제적 비효율을 발생하게 된다.
나라살림연구소 측은 종부세가 지방세로 전환될 경우 부의 서울 편중으로 종부세액의 60% 이상이 서울의 재정수입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부세 관련 논의가 부의 편중을 막고, 부동산교부세가 수행했던 수평적 재정불균형 조정기능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되면 지역불균형이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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