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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이슈체크] 대기업 회사채 정책자금 싹쓸이…정책부재에 우는 취약차주

은행 신용리스크 부추기는 정부 금융정책
시장기능 기대하기엔 금융위기 심각, 14조 예보기금 대안 못 돼
이상복 “박정희 정부도 했다…취약 대출자 중심의 적극관리 필요”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난해 김진태 강원도지사 사태로 채권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초우량 기업들 일부만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성공했고, 나머지 기업 회사채 발행은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정부는 위험해지면 예금보험기금을 내줄 테니 은행들보고 신용도가 낮은 기업과 개인에게 돈 빌려주라고 하고 있다.

 

민간이 신용위험 한파에 내몰린 동안 정부가 따뜻한 윗목에 앉아 정부 곳간만 채워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 잘난 기업은 잘난 대로 살고

 

9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해 AAA등급 일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2조3250억원으로 2021년 11조9000억원에서 4% 가량 늘어났다.

 

반면 AAA 미만 등급은 지난해 6조3450억원으로 2021년도(약 10조5000억원 규모)보다 40% 가량 빠졌다.

 

세부적으로는 A등급군(A-∼A+) 발행 규모는 55%, AA(AA-∼AA+)와 BBB(BBB-∼BBB+)등급군은 각각 32%, 35% 줄었다.

 

각국 신용은 국제 금융 흐름 내에서 움직인다.

 

미국 강달러 현상이 발생하면 상대적 저신용국가들부터 차례로 무너진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큰 나라는 환율변동 영향을 우선적으로 받게 된다. 외국에서 돈을 잘 안 꿔주고, 이미 꿔준 돈도 회수해 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지난해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지급보증 거절 사태가 터지면서 국공채 신용도가 흔들거리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 짙어졌다. 그러면서 국공채보다 아랫단에 있는 회사채들은 줄줄이 무너졌다.

 

새해에도 상황은 좋지 않다.

 

올해의 경우 돈이 조금 돌기 시작해 지난해보다 조금 비싸게 채권을 팔아도 사주는 투자자들이 생겼다. 정부‧금융사 채권 안정화 작업, 기관투자자들의 연초 수요 등이 겹친 덕분이다.

 

하지만 경제 밑바닥까지 온기가 퍼져나가길 기대하기 어렵다. 2023년 정부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추가 투입할 정책자금은 45조원 정도에 불과하고, 윗단에 있는 고신용기업들이 이렇게 풀린 정책자금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수요예측에서 KT(AAA)는 약 3조원, 포스코(AA+) 약 4조원, 이마트(AA) 1조원 이상, LG유플러스(AA) 3조원 이상 회사채를 끌어다 쓸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은 AA등급 이상의 우량 기업들이다.

 

 

 

◇ 은행은 안심하십시오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정부의 유동성 프로그램 장치는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비율 상향 유예, 증안펀드 출자금 위험가중치 하향, 예대율 규제 완화 등이다.

 

원래 이 장치들은 은행이 무리하게 빚 내지 못하도록 하는 차단기 역할을 한다.

 

대출 해주려면 자본을 얼마만큼 쌓아두고 있어라, 예금을 얼마정도까지 확보해라 이런 뜻의 장치인데 이것을 완화했다는 뜻은 은행보고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빌려주라는 뜻이 된다.

 

물론 정부도 걱정 말라며 한 마디 해둔 게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통과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이 개정안에는 정부가 부실 대출로 위험한 은행들에게 예금보험기금을 써서 위험을 막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장치 이름을 금융안정계정이라고 부른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예보기금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긴 어렵다. 2022년 6월 30일 기준 예금보험기금은 14조4615억원이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내년 6월말 돌아오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규모만 약 160조원에 달한다. 가계대출까지 언급하면 말문은 더 막힌다.

 

은행과 민간 경제가 한파에 덜덜 떨 때 정부는 나랏돈줄을 꽉 쥐고만 있다.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분기 국고채 발행물량을 지난해 1분기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지방채도 올해 발행규모를 2022년보다 1조원 가량 줄일 예정이다.

 

중상층 중심의 소득세 완화, 대기업 중심의 법인세 완화, 종부세, 취득세 등 각종 세금 완화도 경제 한파를 부추긴다. 얼핏 세금이 줄어들면 민간에서 쓸 돈이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민간은 대개 필요한 만큼 소비를 한다. 세금을 안 깎아줘도 충분히 소비를 하는 중상층, 대기업들은 세금 깎아줬다고 소비성향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 그래도 유일한 동앗줄은 정부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부동산PF 보증 15조원, 증권사 보증 PF-ABCP 매입 1.8조원, 한계 중소기업에 1.1조원을 저리대출‧보증 등.

 

현재 정부 정책들도 중요하지만, 올 하반기를 전후로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좀 더 체계적이며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5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무려 7년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을 맡았던 이상복 서강대 교수.

 

이상복 교수는 “어려울 때는 시장이 제 기능을 하기 어렵고,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할 때 정부만이 나설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정책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어려운 기업들의 채무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은행의 재무상태는 믿을 만하긴 하지만, 은행도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은행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면 줄수록 은행 역시 빌려준 돈을 못 받을 위험이 커지고, 그런 밀린 돈이 쌓이고 쌓이면 은행도 망할 수 있다.

 

위기에는 은행보다 더 확실한, 누구나 믿을 수 있는 더 큰 신용이 필요하며, 국가에서 가장 큰 신용은 정부가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돈 벌어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과 가계대출 개인들은 위험이 큰 데 개인의 경우 약 2800만 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400만명의 신용도가 6급 이하로 관측된다.

 

이 와중에 개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미소금융 등 1조원 정도의 서민금융진흥원 정도인데 국제결제은행 기준 2022년 2분기 한국의 가계부채는 2245조원 달한다.

 

이상복 교수는 “한계기업과 한계 직전의 중소기업, 저신용자와 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의 채무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박정희 정부에서도 국민은행을 통해 서민부채 안정을 추진한 바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고”고 강조했다.

 

한계기업 및 한계 직전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이미 마련돼 있는 산업은행 내 30~40조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있으니 이를 활용해 단기채권 등 채무관리에 나서며, 개인에 대해서는 지금 1조원 정도의 서민금융상품 정도로는 규모가 턱 없이 부족하니 추가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이들이 내쫓겨 나는 것을 막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주요국의 긴급유동성 프로그램처럼 한 번 가동해본 장치들이 몇 개 있으니, 이 중 몇 가지를 우리 상황에 맞게 취사 선택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에 돈이 없다면 세금을 늘리던지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어려운 사람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이상복 교수는 “당국자들이 판단과 결정을 늦게 할수록 취약한 서민과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며 “미국이든 유럽이든 지금은 누구의 수단이냐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수단이면 무엇이든 써야 하는 시대이기에 우리 당국도 어려운 사람들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재원과 자원을 사용해야 어려움이 풀렸을 때 경제회복도 빨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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