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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5년 만에 만난 한·일 국세청장…정치비리‧식민사관으로 사라졌던 경제외교

모리토모 학원 비리 의혹, 국세청장 갈리고 세무공무원 극단적 선택
비리를 충성경쟁 기회로 삼은 공무원들…재무성 사무차관 인사 백태
다시 만난 한일 국세청장, 공정‧대등 원칙 없으면 굴종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일 양국 국세청장들이 지난 5일 도쿄에서 5년 만에 한·일 국세청장 회의를 개최했다.

 

국세청장 회의는 조세정보교환·상호합의 활성화·진출기업 이중과세 해결·각국 진출기업의 민원전달 등 정기적으로 경제적 교류와 협력을 확인하는 회의다.

 

1990년 이후 정기 고위급·실무자급 회의를 거쳐 진행됐으나, 2017년부터 국제조세국장 등 고위 실무급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한·일 국세청장 회의가 중단됐었다.

 

 

 

◇ 한국은 영원한 한 수 아래

 

일본 아베-자민당 정권은 일관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다.

 

2019년 7월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2021년 7월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 총괄공사의 “문재인 대통령은 자위를 하고 있다”는 망언은 결과물에 불과했다.

 

현 일본 자민당 정권의 핵심인사이자 정치적 지주 역할을 하는 故 아베 신조는 2013년 11월 주간문춘 인터뷰에서 ‘한국을 어리석은 나라이자 간신들의 나라’, ‘일본 금융이 한국 투자를 끊으면 삼성은 망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의 종속적 국가, 한국은 일본보다 한 수 뒤처지는 2등 국가.’

 

일본 자민당에 유전자처럼 심어진 이 모욕적 인식의 근간을 살펴보면 미국-영국-호주 등 대륙을 분열시켜야 이익을 보는 해양국가의 이기적 특성이 반영돼 있다.

 

이 특성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강제징용노동자 문제‧한일병합 정당화에 대해 일본이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인식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 아베 모리토모 학원 비리 의혹


그렇지만 일본 정치의 고결성이 한국보다 결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2017년 4월 예정된 한일 국세청장 회의를 둘러싸고, 양국의 정치상황은 혼조세였다(올해 한일 국세청장 회의는 6월에 열렸지만, 과거에는 4월 정례회의였다).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장미대선 중이었고, 일본 상황도 나을 것이 없었다.

 

2017년 2월 모리토모 학원 비리 의혹이었다.

 

이 사건은 정부가 오사카 토요나카시 역세권의 국유지를 헐값에 모리토모 학원에 넘기고, 이 과정에서 재무성 킨키 재무국(오사카 지역국)이 공문서를 조작, 국유지 가격을 헐값으로 매각한 의혹이었다.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은 전쟁 개헌을 추구하는 일본회의의 임원이었다. 일본회의는 아베 정권의 핵심지지층이다. 이 학교의 명예교장은 아베 신조의 부인 아베 아키에였다.

 

일본 여론은 모리토모 학원 비리로 잠시 들끓었지만, 이내 박근혜 대통령 탄핵-문재인 정부 출범-북한 미사일 사태 등 연이은 한국 쪽 대형 이슈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국유지 공문서를 조작한 재무성과 그 하위 기관인 국세청은 벗어나지 못했다.

 

모리토모 사건 공문서 조작과 관련한 최고 책임자는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재무성 이재국장(재정, 정부재산을 담당, 한국의 기재부 국고국장)이었다. 1982년 공무원 입직한 도쿄대 출신, 즉, 82년조 인사였다.

 

그는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특혜와 관련 야당의 자료 제출을 끝까지 거부했고, 아베 신조에 대한 충성을 표시했다. 아베 신조는 사가와 노부히사를 2017년 7월 국세청장으로 영전시켰다.

 

사가와 노부히사와 더불어 85년조 후지이 다케시(藤井健志)도 일본 국세청 차장으로 이동해 사가와 노부히사의 지원을 맡았다.

 

사가와 노부히사는 아베 신조에 충성을 바쳤다. 국세청장이 된 후 아베 신조의 수문장이 되어 국회 참의원 질의(한국의 국정조사)에서 모리토모 학원 사건에 대한 자료제출 거부, 응답 거부 등은 예사였다.

 

아베 신조도 연일 북한 위협을 운운하며, 이례적인 대피훈련까지 시키는 등 물타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군대보유, 해외파병,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이슈는 아베 신조의 3신기였고, 2017년 10월 22일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러면서 모리토모 사건에 대한 관심은 꺼지는 듯 했다.

 

하지만, 2018년 3월 2일 아사히 신문의 단독보도가 사건에 재차 불을 붙였다.

 

재무성은 모리토모 학원 사건과 관련하여 국회에 공문서를 제출했는데, 그 상당수가 조작됐다는 것이었다. 이 조작된 문서들은 재무성 긴키 재무국 소속 세무공무원 아카기 도시오의 손을 거쳤다.

 

2018년 3월 7일 아카기 도시오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54살의 세무공무원은 사가와 노부히사가 재무성 이재국장을 하던 시절 자신을 강압해 문서를 조작하도록 종용했다는 유서를 남겼다.

 

무섭다. 떨린다. 모든 것이 사가와 국장의 지시였다. 경험한 적 없는 이례적 일이었다. 재무성은 국회에 거짓말만 하고 있다. 종국에는 꼬리자르기다. 이 무슨 세상인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그리고 사가와 노부히사간 말을 맞추기 위한 자료라는 의혹이 들었지만, 죽은 자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사가와 노부히사는 2018년 3월 9일 사직서를 냈다.

 

그리고 검찰은 검찰을 했다.

 

오사카지검 특수부는 공문서 변조 혐의로 사가와 노부히사 등 재무성 직원 38명을 수사했으나 불기소 처리했다. 조작한 문서, 조작한 이는 있는데 처벌받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허무한 끝이었다.

 

 

◇ 비리로 사직한 일본 국세청장

 

모리토모 학원 비리 사건은 일본 재무성-국세청장 인사에 가릴 수 없는 깊은 흉터를 남겼다.

 

2018년에도 4월 한일 국세청장 회의를 해야 하는 것이냐는 양국간 논의가 있었으나, 실무급 논의에서 소리소문없이 묻혔다.

 

한국 국세청장의 맞상대가 될 일본 국세청장이 사직한 마당에 회의고 뭐고 할 여력이 없었다.

 

사가와 이후 국세청장 대행이 된 사람은 후지이 다케시 국세청 차장이었다. 일본 국세청 인사는 상급 기관인 재무성 정기인사와 맞물려 7월에 진행되기에 그 때까지 국세청장 임명장을 기다려야 했다.

 

후지이 다케시는 대신관방 산하 문서과장(비서과장과 더불어 대신관방 내 주요 요직)을 거친 엘리트였다. 한때 85년조 중 재무성 사무차관에 근접했었던 인물이었고, 재무성 사무차관이 국세청장보다 한 수 위의 자리였지만, 모리토모 사건이 그의 운명을 앗아갔다.

 

2019년 6월, 후지이 다케시는 예정대로 국세청장에서 관료생명을 마감했고, 2019년 7월 5일 83년조 호시노 츠구히코(星野次彦) 국세청장이 임명됐다.

 

 

◇ 재무성의 충성경쟁과 이를 악용한 아베 신조

 

2019년 또 다시 4월 한일 국세청장 회의가 물 건너갔다.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수출 보복이 주된 근본 원인으로 꼽히지만, 일본 재무성-국세청장 인사도 난리였다.

 

원래 호시노 츠구히코 국세청장이 가고 싶었던 자리는 재무성 사무차관이었다. 그 역시 전임자 후지이 다케시와 더불어 대신관방 산하 문서과장 출신이었다.

 

호시노 츠구히코는 2018년 4월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재무성 사무차관의 사임으로 한 차례 기회를 맞이했다. 당시 후쿠다 준이치는 여기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겠느냐는 망언을 일삼다가 녹취록으로 공직을 접었다.

 

2018년 6월 재무성 사무차관 인사에서 호시노의 경쟁자는 오카모토 시게아키(岡本薫明) 재무성 주계국장이었다.

 

승리는 간단히 오카모토로 결정됐다. 이해할 만 했다. 재무성 1진은 주계국(主計局)인데 호시노 츠구히코는 주세국(主税局) 출신이었다.

 

호시노 츠구히코는 2019년 6월 인사를 기다렸다. 일본도 한국처럼 고위공직자는 1년 단위로 물갈이를 한다. 2018년 6월 사무차관에 임명된 오카모토는 2019년 6월 나갈 테니 그 뒤를 이어 재무성 사무차관이 되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아베 신조는 오카모토 시게아키 재무성 사무차관에 유임시키고, 호시노 츠구히코를 국세청장으로 내보냈다.

 

여기에도 모리토모 학원의 그늘이 있었다.

 

재무성 인사는 과거 총리도 함부로 손을 못 대는 인사였다. 재무성은 도쿄대 출신 공직자가 꽉 잡고 있는 최대 이권 부처였고, 일본은 정치인이 아니라 관료가 이끈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도쿄대의 자존심인 재무성은 내부 논리에 의해 인사가 이뤄졌다.

 

아베 신조는 집요하게 관료들의 욕망을 휘집었다. 모리토모 학원 사건 등 자신의 편을 들어준 공무원들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오카모토 시게아키 역시 모리토모 사건의 연루자였지만, 겨우 주의 처분 하나 받고 면죄부를 사사받고 재무성 사무차관에 올랐다. 아베 신조에 대한 충성의 대가였다.

 

 

 

◇ 관료가 사라지고 정치가가 남았다

 

오오타 미쓰루(太田充) 이재국장도 이러한 시류를 정확히 파악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재무성 도쿄대 선배들은 이러한 오오타 미쓰루의 과도한 권력욕을 경계하여 2017년 7월 인사에서 그를 이재국장으로 두었지만, 오오타 미쓰루는 모리토모 학원 사건을 기회로 살렸다.

 

오오타 미쓰루는 오카모토 시게아키 재무성 사무차관과 모리토모 학원 사건의 훌륭한 파트너였다. 일각에서는 전임자였던 사가와 노부히사보다 능란하게 국회 참의원 질의를 관리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2018년 7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재무성 주계국장에 임명된 오오타 미쓰루는 철저한 아베맨으로 활동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소비세율을 8%→10% 증세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었는데 원래 목적은 1000조엔이 넘는 일본 국가채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였다.

 

아베 신조는 증세에 대한 불만과 모리토모 사건을 덮고자 이 소비세 증세 재원으로 무상교육에 쓰겠다는 안을 추진했고, 이를 오오타 미쓰루가 지원했다.

 

2019년 6월 오카모토 시게아키가 재무성 사무차관 1년을 역임한 그 때, 83년조 호시노 츠구히코 국세청장이 나가 떨어지면서 차기 재무성 사무차관 후보로 85년조 야노 고지(矢野康治) 전 재무성 관방장과 카베 테쓰오(可部哲生) 재무성 이재국장이 거론됐지만, 이들 역시 기대를 접어야 했다.

 

아베 신조가 자신에게 충성을 바친 오카모토 시게아키 재무성 사무차관, 오오타 미쓰루 재무성 주계국장을 모두 유임시켰기 때문이다.

 

이 인사 배경에는 오오타 미쓰루의 이력이 문제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신조는 오오타 미쓰루를 재무성 사무차관으로 바로 두고 싶어했지만, 오오타는 사무차관으로 올라가는 핵심 보직인 대신관방 산하 문서과장 또는 비서과장을 거치지 못했다. 

 

오오타 미쓰루 역시 그러한 약점을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아베 신조에 충성을 해야 했다.

 

아베 신조는 이러한 충성경쟁을 활용했고, 오오타 미쓰루는 2020년 7월 염원하던 재무성 사무차관에 올랐다. 현재는 일본 정책투자은행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관료였다.’ 재무성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는 일본 내 비판을 뒤로 하고.

 

 

◇ 공정‧대등 없으면 협력도 없다

 

한일 국세청 간 주요한 의제는 양국 내 국세청 주재관들과 실무 고위관료들을 통해 진행되며, 국세청장 회의는 정례 친선 미팅과 비슷하다.

 

하지만 외교에서 상징은 실리 이상의 가치를 가지며, 그런 측면에서 5년 이상 한일 국세청장 회의가 끊겼던 것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회의가 끊겼던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을 일본보다 아래로 내려보는 비뚤어진 외교관과 아베 신조 정권의 비리 의혹과 이에 발맞춘 고위 재무 관료들의 충성경쟁, 그리고 비리를 덮는 과정에서 또 다른 유착 의혹 등 엘리트 중심 사회의 총체적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가리킨다.

 

나찌 독일, 파시즘 이탈리아, 군국주의 일제.

 

현재 비타협 대립을 겪는 한국도 일본 뒤를 잇지 말란 법이 없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부 일본 재무성 관료들의 아베 신조에 대한 행동을 협력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점이다.

 

공존과 협력은 양자가 대등‧공정한 관계일 때에만 성립한다.

 

‘힘에 의한 협력’은 굴종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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