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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한국 언론이 쩔쩔매는 IMD 국가경쟁력 순위…글로벌은 ‘무관심’

외환위기 당시 해법 모색하던 정부, IMD 평가 주목
같은 평가 내 모순된 결과 '수두룩', 주요 외신 관심 없어
국내 여론은 정부 발표만 보고 순위 놀음
25년여 보도관행 언제까지 되나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획재정부가 20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3년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평가대상 64개국 28위를 차지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IMD 국가경쟁력 평가란 어느 나라가 기업이 돈 벌기 좋은 환경을 가졌는지를 기업인들에게 묻는 인식도 조사로 해당 환경을 각 요소로 세분화해 설문조사한다.

 

또한, 국가 재정 등 공식 수량 데이터가 있는 경우에는 IMF 등 국제 공시된 정보를 사용한다.

 

2023년도 한국은 국내 경제 11위, 국제무역 42위, 국제투자 32위, 고용 4위, 물가 41위, 재정 40위, 조세정책 26위, 제도여건 33위, 기업여건 53위, 사회여건 33위, 생산성 41위, 노동시장 39위, 금융 36위, 경영관행 35위, 태도‧가치 18위, 기본 인프라 23위, 기술 인프라 23위, 과학 인프라 2위, 보건환경 29위, 교육 26위 등을 차지했다.

 

정부는 올해 평가에서 한국의 경제성과 순위가 역대 최고로 상승했고, 기업 관련 부문 지표의 순위도 전반적으로 올랐다며 현 정부의 공로를 자랑하고, 정부 효율성 순위가 하락한 것에 대해 건전 재정을 추진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리고 이 내용을 국내 주요 언론들은 그대로 받아 썼다.

 

 

 

◇ 뒤죽박죽 모순된 조사

같은 평가인데 어디는 1위, 어디는 꼴찌

 

그런데 이 평가가 실질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IMD 국가경쟁력 종합 순위를 보면, 덴마크 1위, 아일랜드 2위, 스위스 3위, 싱가폴 4위, 네덜란드 5위 등 소국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스페인 등 OECD 주요 10개국의 평가는 월등히 낮다.

 

OECD 주요 10개국 가운데 IMD 국가경쟁력 20위권에 들어가는 나라는 미국(9위), 캐나다(15위), 호주(19위) 등 북미-영미계 국가 세 곳이 유일했고, 기업 경쟁력이 탁월하다고 알려진 독일은 22위, 영국 29위, 프랑스 33위, 일본 35위, 스페인 36위, 이탈리아 41위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IMD에서 상위 10개국을 차지했다고 해서 OECD 주요 10개국보다 국가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IMD는 국가경쟁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평가하는 것이며, 여러 세부요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 기업인들의 의견을 물어서 평가하고 있다.

 

아무리 경영전문인이라고 해도 다른 전문 분야에 대해선 문외한들인데 단순히 한 두 개로 규정할 수 없는 국가경쟁력 요소를 설문 한 두 개로 평가할 수 없다. 설문조사는 주관적 인식조사이기 때문이다.

 

IMD 국가경쟁력 평가가 타당하느냐는 의문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999년에 발표한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관한 연구’에서는 각 세부 평가 항목이  모순된 점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 0%에 근접할수록 국가경쟁력이 있다고 보지만, 정작 법인세율이 높은 북구 유럽국가가 상위 평가를 받고 있고, 정부재정지출이 높은 북구 유럽 국가를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보면서도 같은 평가 항목임에도 다른 정부지출 항목에서는 최하위권으로 밀려나는 식이다.

 

생계비 지수에서도 주택비용을 제외한 실생활 물가가 낮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데 당연히도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의 실생활 물가가 낮고, 선진국의 실생활물가가 높다.

 

그런데 물가가 높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그 1인당 생산력이 많기 때문이며, 이는 국가경쟁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물가가 높다고 그 나라의 경쟁력이 낮다는 판단은 선후 모순에 해당하며, 그러하기에 정부 통화운용정책의 목적은 물가안정이지 물가하락이 아니다.

 

 

◇ 25년 유지된 무의미한 관행

 

국제적으로 IMD 국가경쟁력 평가가 공신력 있게 받아들여진다는 근거도 없다.


AP통신, 로이터, AFP 각국 주요 통신사와 언론사 가운데 ‘IMD 국가경쟁력 평가’를 다룬 곳이 있는지 확인했으나 한 곳도 발견하지 못했다.
 

OECD 주요 10개국 가운데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 대해 단 한 곳이라도 주요 언론사가 언급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한 결과, 이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가 ‘IMD 국가경쟁력 평가’ 보도자료를 내는 나라도 역시 한 곳도 없었다.

 

OECD 주요 10개국 가운데 민간연구소 자료 하나를 가지고 순위 놀음을 하는 나라는 한국 정부와 한국 언론만이 유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999년 발표한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관한 연구’에서도 IMD 국가경쟁력에 관심 있어 하는 국가들은 개발국들이고, 선진국 정부에서 다룬다거나 주요 해외 외신에서 다룬 사실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IMD 순위에 집착하는 국내 보도 양상은 1998년으로 지목된다.

 

한국은 외환위기와 국가부도로 IMF에 손을 벌리고 있었고, 한국 경제부처는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 무렵 한국의 경쟁력을 집계하던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도 눈을 돌리게 된다.

 

그때부터 IMD 순위 발표는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소관 업무로 넘어가 25년여 동안 매년 6월 발표에 이르렀고, 우리 언론들도 보도자료를 받아 관행적으로 기사를 작성해왔다.

 

긴 기간 동안 IMD란 일개 민간연구소의 ‘국가경쟁력 평가’가 과연 얼마나 신뢰롭고 공정한지에 대한 조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IMD 역시 단 한 번도 조사방법 시 어떻게 항목별 가중치를 두는 지 공개하지 않았다.

 

IMD 평가가 연도별 비교가 필요한 장기 추이 조사란 점에서 조사방법을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는 점은 국내 정부기관으로부터 확인될 뿐이다.

 

정부 역시 IMD 자료를 반영해 국가 거시정책을 정하는 것은 아니며, 그 신뢰성에 대해 한국 정부를 비롯해 해외 정부 기관이 공인하는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요약하자면, IMD 국가경쟁력 평가 자료는 한국이 외환위기 당시 극복해보려고 했던 흔적 중 하나이나, 그 순위에 대해 정부가 공인하는 사례는 아니며, 과거에 그러했듯 현재도 공신력을 가진 자료는 아니고, 해외 주요국 외신들 역시 관심을 가진 바 없는 관행에 지나지 않는다.

 

올챙이도 개구리가 되면 꼬리를 퇴화시키듯 불필요한 관행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1년 7월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고, 유엔 통계국은 2022년 5월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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