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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삼성그룹 vs 한진家 '같지만 다른' 재벌 밀수의 흑역사

'국민적 비판' '총수일가 경영권 위기 봉착' 공통점
당국 "한진家 밀수 사실이면 강력처벌 불가피" 중론

과거 우리 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던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  이후 세관당국과 재벌이 밀수로 엮이는일은 없었다는 게 관세청 인사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최근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밀수 의혹은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던 재벌의 밀수를 되짚어보게 만들었다. '밀수'라는 형식은 같지만 내용은 다른 두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살펴본다. [편집자주]

 

(조세금융신문=박가람 기자) 지난 4월 21일, 관세청은 창설 이래 처음으로 재벌 총수일가의 자택과 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혐의는 재벌과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밀수’였다.

 

'갑질'로 불붙기 시작한 한진家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밀수'라는 구체적 범죄 혐의에 대한 당국의 조사로 번지는 순간이었다. 

 

검찰 출신인 김영문 관세청장은 “성역 없이 수사할 것”이라는 강력한 수사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도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끝까지 조사해 알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당국의 수사의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관세청이 재벌에 행한 첫 압수수색

 

국내 재벌의 밀수사건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66년 5월 19일, 당시 삼성그룹의 계열사 한국비료가 일본에서 사카린의 원료를 밀수한 것을 부산세관이 적발했다. 이른바 ‘사카린 밀수사건’이다.

 

다만 총수일가의 사용을 목적으로 위해 긴시간, 지속적으로 밀수를 자행했다는 제보가 빗발치는 한진家의 경우와 달리 삼성은 국가권력의 사전 교감과 비호 아래 진행했다는 점이 다르다.

 

삼성家의 장남이었던 故 이맹희 CJ그룹 회장의 회고록에도 이와 관련한 부분이 등장한다.

 

“1965년 말에 시작된 한국비료 건설과정에서 일본 미쓰이는 공장건설에 필요한 차관 4200만 달러를 기계류로 대신 공급하며 삼성에 리베이트로 100만 달러를 줬다. (중략)

 

삼성은 공장 건설용 장비를, 청와대는 정치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돈을 부풀리기 위해 밀수를 하자는 쪽으로 합의했다. 밀수현장은 내(이맹희)가 지휘했으며 박정희 정권은 은밀히 도와주기로 했다.

 

밀수를 하기로 결정하자 정부도 모르게 몇가지 욕심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이 참에 평소 들여오기 힘든 공작기계나 건설용 기계를 갖고 오자는 것이다. 밀수한 주요 품목은 변기, 냉장고, 에어컨, 전화기, 스테인레스 판과 사카린 원료 등이었다” - 이맹희 <묻어둔 이야기 中>, 1993

 

당시는 관세청 창설 이전으로 관세청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재무부 세관국이 조사를, 수사는 대검 특별 수사반에서 맡았다.

 

부산세관은 그해 6월에 사카린원료 1059포대를 압수하고 벌금 2000여만원을 부과했다.

 

아직 완성되기도 전이었던 한국비료 공장은 삼성의 돈으로 완공된 후 국가에 헌납됐다.

 

이로 인해 삼성의 창업자인 故 이병철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했고, 둘째 아들 이창희 상무는 감옥에 구속되는 등 총수일가에도 타격이 컸다.

 

 

관세청이 창설 이후 첫 압수수색의 대상이 된 한진일가의 밀수 혐의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치러야할 대가는 어느 정도일까.

 

관세청 관계자는 “압수수색 결과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법 전문 허 아무게 변호사는 “지난번 관세청 압수물품 중 그림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발견됐는데, 이 물품이 2억 또는 5억이 넘을 경우 특가법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더라도 여러 범죄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보는 ‘포괄일죄’를 적용해 특가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 변호사는 이어 “이번 한진일가 사건은 조직적이고 상습적으로 관세법을 위반했을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특가법 제6조 8항도 적용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진家의 밀수·관세포탈 혐의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한진 총수일가에 대한 강력한 처벌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론은 같아도 국회의 행동은 다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기업이 밀수를 했다는 사실에 온국민이 충격을 받은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물론 ‘한비밀수사건’은 애초부터 ‘밀수’가 문제가 됐고, 한진 일가의 의혹은 ‘갑질’에서 시작돼 ‘밀수’로 번진 것이라 파급력 면에서 그때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밀수'라는 혐의가 확정되기 전까지의 사회적 반향을 다를 바 없다. 

 

‘사카린 밀수 사건’ 논란이 일자 정치권과 학생, 시민들이 규탄대회를 열고 결의문을 발표해 정경유착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엄정처벌을 요구했다.

 

대한한공 직원연대는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을 촉구하자며 현재까지 총 4차례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총수일가가 퇴진하고 회사를 정상화시킬 때까지 계속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촛불집회에 한진그룹 계열사의 직원과 가족을 비롯해 일반 시민도 다수 참석한 점, 매일같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어지는 한진일가 처벌 청원 글은 과거 삼성 사카린 밀수사건 당시 국민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사카린 밀수 사건’ 당시 언론 보도에 이어 검찰이 수사가 이어졌다. 국회에서도 1966년 9월 21일 ‘특정재벌밀수사건에관한질문’을 시작으로 한동안 논의가 진행됐다.

 

당시 국회에서는 ‘특정재벌 밀수사건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려 부산세관장과 근로자들을 불러 증거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이병철의 차남인 이창희 한국비료 상무와 이일섭 전 한국비료 상무를 구속기소하고 관세법 위반 혐의로 그룹 한비도 기소했다. 후에 한비는 법규 미비로 불기소 처분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5월 말 현재 국회는 한진家의 밀수 등에 대한 구체적 대응이 없는 상황이다. 소위 경제통(通)이 몰려있다는 기획재정위서도 아무 소식이 없다.

 

때문에 정치권이 코 앞으로 다가온 6월 지방선거에만 매몰돼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촉구 집회장에서 만난 한 참석자는 "정쟁을 위해서는 국정감사와 특검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재벌 문제에는 입을 닫는다"라며 "부족한 것 없는 재벌이 밀수까지 해가며 국가의 시스템을 비웃고 있는데 국민의 대표라는 이들이 하는 일이 없다"고 힐난 했다.

 

 

◆처벌 받아도 경영권은 그대로?

 

사카린 밀수사건 당시 한국비료 사장을 겸임하던 故 이병철 회장은 한국비료와 대구대학교를 국가에 헌납하며 재계에서 은퇴했다. 차남 이창희 상무는 1년간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당시 삼성은 장남이었던 이맹희가 이끌게 된다. 이때까지만해도 사카린 밀수 사건이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은퇴 선언을 했던 이 회장은 2년이 채 안된 1968년에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 그리고 3남이었던 이건희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전까지 실질적으로 그룹전체를 지배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조중훈의 장남으로 2003년에 한진그룹 2대 회장 자리를 이어 받았다.

 

2014년 장녀인 조현아의 ‘땅콩회항사건’의 파문이 확산되자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표를 제출했고, 조양호 회장도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올해 3월 슬며시 한진칼의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조현아의 경영 복귀 소식이 전해진 지 한달도 안 돼 이번에는 막내딸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이 ‘물컵 갑질’로 이름을 알렸다.

 

‘갑질’로 시작된 의혹은 한진 오너일가의 밀수, 탈세 혐의로 이어졌고 이번에도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이 나서 조현아 조현민 자매를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세간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오너일가가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능력 없는 재벌 3,4세의 경영 세습에 따른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반복된다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오너 리스크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주주총회에서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이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거치게하거나, 애초부터 증권거래소 상장 규정에 조건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고치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정부가 재별개혁을 발표했는데, 선진국의 사례만 보아도 상법이나 공정거래법을 고치지 않고도 상장기업 규제만으로도 오너리스크를 막을 수 있다”며 “재벌 경영 승계로 인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대기업에 재직중인 A부장(47세)는 "경영능력 검증은 물론 사회생활의 기초도 안된 오너의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것은 불 붙은 폭탄을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것과 같다"며 "최근 한진문제가 검찰이나 관세청이 조사해 처벌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너리스크로 인해 기업이 망가지면 직원과 가족은 물론 주주, 국가경제 등 경제주체 모두에게 커다란 손해이기 때문에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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