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경제의 펀더멘탈 근원물가 하락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가격변동이 심한 석유와 농산물을 제외한 품목의 물가지수 총지표를 근원물가라고 한다. 근원이란 물질의 근거, 시작된 곳을 의미하는 단어의 뜻처럼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인 것이다.
외부 요인이 작동하여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 안정적인 품목들의 물가지수의 총지표는 해당 경제의 펀더멘탈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근원물가의 연속하락세는 작금의 우리 경제컨디션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인이다.
현재의 근원물가 수준은 IMF외환위기 이후 최저로 금리인상의 유인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를 보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근원물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연준의 금리인상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우리의 금리 역시 현재의 자리를 고수하기가 힘들어진다. 근원물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점을 고점으로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의 금리는 물가에 비해 높다,
현재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물가는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유동성 둔화로 우리의 경기 둔화는 더 가속될 수가 있다.
경제 활성을 위한 카드
금리를 통해 경제 활성을 해보고자 해도 더 이상 낮출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높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침체된 경기를 돌려보고자 금리를 내리고 싶겠지만 더 이상 내린다면 투자자들의 이탈이 일어나게 된다.
근원물가의 하락은 언뜻물가가 싸지면 좋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물가는 인플레이션을 동반하기 때문에 점점 하락하는 물가는 디플레이션의 그림자만 드리우게 한다. 장기적 경기침체는 산업도 국민도 힘들게 한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근원물가의 상승률을 2%로 보고 있는데 이를 넘어서면 물가 부담에 살기 힘들고 이 보다 낮으면 경제 활력이 떨어져서 시장이 어려워진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상 최대치의 실업률이며 경기부진은 우리경제 활력이 그만큼 탄성을 잃었다는 증명이 된다.
근원물가가 1%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고 보니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경제를 돌리려고 애를 써야 하는데 쓸만한 카드가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골든타임을 외치며 발 빠른 대처로 이를 벗어나야 한다고 하는 말들이 이제는 효용이 없게 되었다. 미국의 금리가 들썩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한대로 사상 최고의 호황을 이루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고용이 이루어질 만큼 미국의 경제가 활발한 상태이니 미국 정부로서는 지나치게 과열될 수 있는 경기를 제어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활동적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상에 반대표를 들고 더 달릴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연준의 입장은 그와 다르다.
저성장 경제와 좌불안석 금리
미국이 금리 인상 카드를 든다면 우리나라는 지금의 금리를 고수하기 어렵다. 함께 인상카드를 들지 않으면 그나마 보유하고 있던 외환들이 모두 빠져나갈 것이다.
또한 금리가 인상된다면 우리 경제의 발걸음은 한결 무거워져 앞으로 한발 앞으로 내딛는 것이 더 어렵게 된다.
지지부진한 내수는 그 충격에 흔들리고 기업과 가계는 늘어나는 부채에 대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증세를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낙관적인 전망을 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다르다. 또한 투자가들도 정부와 반대의견이다.
과거 우리 경제가 7%-9% 경제성장률을 거듭했던 1970년대 1980년대에는 넘치는 활력으로 시장도 사람도 눈빛이 빛났다. 과거처럼 그렇게 화려한 수치의 성장추세를 다시 가지는 것이 어렵겠지만 경쟁사회에서 낙오는 존폐의 기로에 서는 일이니 이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에서 오늘에 이르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또한 IMF의 외환위기도 겪어냈다. 첫 번째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우리의 금융시스템의 수준을 알게 되었다. 구제 금융 사용으로 그들의 요구조건을 그대로 들어주며 상당한 수업료를 치러야 했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한동안 치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비싼 수업료를 내고도 환골탈태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낙후된 금융 분야의 발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부산에 문현금융단지를 만들었고 국내 정책금융기관들을 이전시켰다.
서울의 경우는 한때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가 세계 6위까지 올라섰지만 작년에는 22위로 곤두박질쳤다. 대단위의 금융단지만 만들었을 뿐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활성화된 시스템을 가지지 못한 관계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산업의 육성은 통감했지만 그 방법의 차이로 온전한 발전을 구현하지 못한 것이다.
금리는 현재 경제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장기채권의 금리가 예상을 깼다. 담보하는 기간이 길수록 불확실성이 커서 지불해야 하는 가치도 커야 하지만 장기 국고채의 가격이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낮아지는 기현상을 마주했다.
시장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금리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에 이르고 있음은 이 역시 우리의 경제 활력이 떨어졌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가 희망적이지 못하니 이를 담보로 하는 채권 역시 높은 가치에 교환되지 못하는 것이다.
[프로필] 김 용 훈
• 법학박사
•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 정치·경제 컨설턴트.
• 시사칼럼니스트(헤럴드경제, 천지일보, 대구신문, 조선, 동아, 경
향 등)
• 「1% 명품스피치」 「협상을 흔들면 논리가 털린다」 외 다수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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