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노동조합의 역대 최장 파업 여파에 시름하고 있다. 신차 부재와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 파업마저 반년을 넘기면서 내수 판매는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그럼에도 노사 간 의견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프랑스 르노 본사의 압박과 회유에도, 지역사회와 협력사의 호소에도 아직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제2의 한국GM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전운마저 감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42차례, 160시간에 걸쳐 부분 파업을 벌였다. 이는 2011년 르노삼성 노조가 설립된 이래로 가장 긴 파업 일수다.
쟁점은 기본급 인상(기본급 10만667원+자기계발비 2만113원)과 특별격려금(300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회사는 기본급은 동결하는 대신 보상금(최대 14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사측은 임금 인상으로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면 르노 본사로부터 신차 물량 배정 협상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하는 닛산 로그의 계약이 오는 9월이면 끝난다. 문제는 현재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물량 중 절반 가량이 닛산 로그라는 점이다. 르노삼성이 생산물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을 연장하거나 르노그룹 본사로부터 새로운 후속 물량을 배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노조의 파업이 지속되면 두 가지 경우의 수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파업을 멈추기 위해 노조의 요구조건을 무작정 들어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본사로부터 후속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선 르노그룹 내 다른 공장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본급이 올라 고정비가 커지면 경쟁력에서 밀릴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리 있는 얘기다. 르노삼성의 인건비(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는 르노그룹 내에서 높은 편에 속한다.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재계약을 두고 경쟁상대로 꼽히는 일본 규슈공장 인건비(780엔·한화 약 7800원)보다도 약 13% 정도 높다. 여기에 각종 추가수당과 복리후생 비용 등을 더하면 20%까지도 차이가 난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히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주기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고 적자로 전환될 게 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공장이 정상 가동되기 위해서는 20만대 이상의 생산물량이 필요한데 현 상황에서 절반에 가까운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현행 2교대에서 1교대로 축소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는 단순히 임금의 문제가 아닌 일자리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을 노조로 돌려야 할까.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작업 강도를 생각한다면 그렇게만 보긴 어렵다. 현재 부산공장에서는 1개의 생산라인에서 7개 차종을 생산한다. 반면 규슈공장은 5개의 차종을 2개의 생산라인으로 분류해 생산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이 임금과 관련해서만 부각이 되고 있는데 애초 파업의 핵심은 노동강도 완화와 고용보장”이라며 “임금 부분은 현재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맞춰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6개월간 주어지는 유예기간 동안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정수당을 지급해줬지만 사측에서 이마저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규슈공장은 비정규직이 많기 때문에 애초에 이들의 임금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사측에서 주장하는 연봉 6000~7000만원도 2017년 기준으로 당시 잔업이나 특근 등 추가수당을 모두 받은 금액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그러나 아직 협상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르노삼성은 임단협이 금주 내에 종료될 수 있도록 노조 집행부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노사 양측은 지난 5일부터 집중교섭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번 집중교섭 기간 동안에 쟁의행위를 일시 중단하고 ▲노동강도 완화 ▲여유인력 편성 ▲작업환경 및 근로조건 개선 ▲성과를 나누는 분배 정의 등을 중심으로 사측과 의견조율을 해 나갈 방침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점과 후속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이달 내 합의를 봐야 한다는 점에는 양측이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이번 집중 교섭을 통해 임단협 타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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