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법개정으로 세액공제를 강화한 결과,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고, 평균 실효세율도 올라갔다는 실증연구결과가 나왔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고소득층에 대한 누진체계가 강화돼 전체 평균 실효세율이 올라간 것이다. 그간 세액공제 강화가 소득불평등 개선에 기여한다는 연구가 나왔지만, 실제 국세청 세부자료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세금이 소득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 정도가 커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태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 지난주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밝힌 ‘최근 한국 근로소득세의 특징’ 논문에 따르면, 세금이 소득격차(지니계수)를 개선하는 비율이 2013년 3.55%에서 2014년 4.20%. 2015년 4.33%, 2016년 4.53%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동시에 2013년 4.48%였던 근로소득세 평균 실효세율도 2014년 4.80%, 2015년 5.02%, 2016년 5.18%로 올라갔다.
주목할 점은 임금상승 등 다른 요인들과 무관하게 세액공제 전환 그 자체가 소득불평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점이다.
이 연구위원은 임금상승의 영향을 제외하고 순수히 세법개정에 따른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2013년~2016년 평균소득을 기준점으로 연도별 세후 지니계수를 재계산했다(반 사실적 모의실험).
그 결과, 2014~2016년간 연도별 지니계수는 0.454로 2013년 0.456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2016년 소득세법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4년 세법개정으로만 0.002p의 지니계수 개선효과가 발생했던 셈이다.
넓어진 과세범위, 실질적으론 누진성 강화
소득세 누진 측면으로 보면, 고소득자의 세금부담이 확연히 높아졌다. 수츠지수는 세법 개정 전 2013년 0.561에서 개정 후인 2014년 0.597로 올랐다.
수츠지수란 납세자의 소득수준에 따른 세금부담을 나타낸 지표다.
수츠지수는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더 내면 1로 이동하고, 적게 버는 사람이 세금을 더 내면 0 이하로 내려간다. 부자는 한 푼도 세금을 안 내고, 극빈층만 세금을 내게 될 경우 수츠지수는 –1까지 떨어진다.
2014년 수츠지수가 전년도보다 0.036p 올랐다는 것은 고소득 납세자의 부담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측면은 과세대상이 늘어나는 가운데 누진성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4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꾸면서 저소득층 과세범위를 넓혔다.
세금은 소득에 세율을 곱해 계산하지만, 정부는 세금부담 완화를 위해 세금계산 중간중간에 공제를 해준다. 세율을 적용하기 전 빼주면 소득공제, 세율 적용 후 빼주면 세액공제다.
고소득자는 적용세율이 높기에 소득공제가, 저소득자는 적용세율이 낮기에 세액공제가 유리하다.
정부는 2014년 최고세율(38%)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확대하고, 1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층의 소득공제비율도 5%→2%로 낮췄다.
반면, 저소득층에 대해서도 과세범위를 넓혔다. 연소득 5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소득공제율을 80→70%, 500~1500만원 구간을 50→40%로 바꾸었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았는데도 과거보다 한 단계 높은 세율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위 지표를 보면, 소득 최하위 구간이 최하위 세율(6%) 구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70.2%이었다가 세법이 개정된 후인 2014년 58.6%로 11.6%p 감소했다. 이 기간 소득세율 최하위 구간을 벗어난 비중은 3.2%p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세율 15% 구간도 24.8%→33.6% 올랐으며, 24% 구간 4.0%→6.2%, 35% 구간은 0.9%→1.2%, 38% 구간은 0.1%→0.4%로 늘어났다. 납세자들이 적용받는 세율이 상향평준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14년 큰 폭으로 떨어진 수츠지수는 연간 명목임금 상승에 따라 2015년 0.578, 2016년 0.580으로 내려갔다.
수츠지수만 보면, 저소득층, 중산층의 부담이 올라간 셈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실제 세금부담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늘어난 세금을 세액공제로 빼줬기 때문이다.
2013년~2016년 근로소득 10분위별 실효평균세율 그래프를 보면, 2013년~2014년의 경우 상위 20%를 제외한 나머지는 실효세율이 모두 하락했다.
2014~2016년 소득 3분위~6분위의 평균실효세율은 점진적으로 소폭 늘어났는데 소득공제 완화로 과세대상이 넓어진 가운데 명목임금이 오르면서 자연 세 부담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법 개정 이전인 2013년보다 모두 낮았다.
이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에게 적용하는 명목세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세액공제 이전에 비해 실제 세부담이 늘어나진 않았다”라며 “세금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건 소득 상위 20%인 9~10분위”라고 전했다.
‘납세의무 면세자’가 절반
이 연구위원은 앞으로 조세제도 개선을 위해 조세형평성을 강화하고 소득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균실효세율이 2013년 4.48%에서 2016년 5.18%로 오르긴 했지만, 명목최고세율인 38%와 크게 격차가 나는 데다 상위 10%만이 평균실효세율보다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하는 등 전체적으로 소득구조가 고소득층에 쏠려 있는 상태다.
반면, 근로소득세 인구의 절반가량은 면세자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소득에 맞춰 누진체계를 강화하되 국민개세주의 측면에서 소액이라도 납세의무를 이행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책을 입안할 때는 저소득층 인구수가 고소득층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소득층의 수가 많다보니 약간만 세금부담이 올라가면, 고소득층 과세강화 효과를 상쇄해 마치 누진성이 약화된 것처럼 ‘착시’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데 실제 2015~2016년 수츠 지수가 내려가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평균실효세율이 5%대에 머무르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전체 실질 세부담이 낮다”라며 “조세형평성을 강화하는 한편, 소액이라도 모두 납세의무를 따르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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